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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위기의 대덕밸리 - 1 ] '魔케팅'에 고통받는 벤처


 

지난 2000년 9월 28일 대덕밸리 엑스포과학공원 내 국제회의장. '대덕밸리 선포식'이 화려하게 열렸다.

그후 지난 3년동안 대덕밸리는 명성 만큼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대덕밸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현재 대덕밸리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대덕밸리 기업들의 공통단점인 마케팅 능력부족, 자금고갈,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 등의 대안 부재로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고통받고 있다.

inews24와 대덕밸리 포털 대덕넷은 대덕밸리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전문가의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 '위기의 대덕밸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아무리 좋은 제품이면 뭐 합니까. 쳐다 보지 않는데…"

"제품이 팔려야 직원들 월급도 주고 재투자를 할 수 있는데 걱정이죠. 마케팅이라 아니라 '魔(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덕밸리 벤처기업 A사 K사장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e-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잠재 고객에게 보낸 제품 소개서와 견적서 등에 대한 응답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근 e-메일 마케팅이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일이다.

e-메일을 확인하는 K사장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예리하게 모니터를 응시한다. 그러나 리턴메일이 없자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쉰다.

이어 마케팅관련 회의. 그간의 마케팅 현황과 실적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운다. 전직원이 참가하는 회의였지만 마케팅과 관련된 논의가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 기업운명이 마케팅에 달려 있음을 실감케 한다.

K사장은 "비로소 마케팅에 대한 한계를 느낀다"면서 "좋은 기술로 개발된 제품이라면 누구든 사줄 것이라던 믿음이 순진한 것이었음을 절감한다"고 한숨을 토한다.

K사장은 연구원 출신으로 창업 당시만 하더라도 무선통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중 전문가였다. 당시 주변에서 그만한 기술로 개발된 제품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달랐다.

'마케팅≠좋은 기술'...성립 안돼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마케팅에 고통받고 있다. 수년간 거액의 자금을 투자해 개발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반응이 냉랭하기 때문이다. 아예 몇몇 기업들은 그동안 공들여 개발한 제품을 사장시키고 다른 아이템을 찾아 시장에 재도전하는 등 수업료를 톡톡히 내고 있다.

일부 기업은 IMF 때보다 더 한 경기한파로 공격적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력조차 없다.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은 B기업이 부도일보 직전에 놓여 있고 미국 FDA(미식품의약청)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제품을 내놓은 C기업 등 쟁쟁한 기업들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핵심동인에는 마케팅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대덕밸리에 마케팅 인프라는 없다

그렇다면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마케팅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서 수년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대덕밸리 M기업으로 이직한 L이사는 CEO(최고경영자)의 마인드 부재를 꼬집는다. 하루빨리 기술우월주의 경영 마인드에서 벗어나 마케팅 중심의 경영 마인드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L이사는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마케팅 컨셉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마케팅에 실패하면 그 제품은 고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L기업 P사장은 "마케팅에 성공해야 기업이 살아남는다"며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 기업의 핵심역량인지를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케팅 전문인력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도 마케팅의 어려움을 더해준다.

연구원 출신 기업인이 대부분인 대덕밸리 벤처기업인들은 기술은 최고지만 마케팅에서는 초보.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마케팅 전문인력을 채용하려 하지만 대덕밸리에선 마땅한 인력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하늘의 별따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간혹 적당한 마케팅 전문 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액의 연봉과 무리할 정도의 인센티브, 지원 등을 요구해 쉽지 않다고 인력난을 호소한다. L기업 L사장은 "마케팅 인력을 뽑으려고 했으나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따져보니 대략 3억원이 소요될 것 같아 포기해 버렸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마케팅 네트워크화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관련 전문기업과 시장정보 부족, 벤처지원 기관의 한계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덕밸리에는 변변한 마케팅 관련 전문기업이 전무하다. 그렇다 보니 타지역과 비교해 관련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다시 말해 시장이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장 접근성과 정보력이 뒤처지게 되고 대덕밸리에는 첨단기술은 있을지 몰라도 제품을 시장에 연결해 주는 마케팅은 없는 셈이다.

기업인들은 이처럼 열악한 마케팅 환경을 벤처지원기관들이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애원하고 있다.

기업지원을 목표로 하는 많은 벤처지원기관들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지원기관들이 생태계를 형성해 기업들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백종태회장은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마케팅 늪에 빠져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지방정부와 지원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긴밀한 네트워크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대덕넷 이준기 김요셉기자 bongchu@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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