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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덕밸리 - 2] '돈맥경화'로 부도위기


 

"돈이 안돌아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답답하기만 합니다."

"부도나 청산은 남의 얘기로만 알았는데 막상 자금이 바닥나고 보니 이제는 피부로 느껴집니다. IMF 때보다 더 어렵습니다."

회사운영자금을 구할 길 없어 직원들에게 3~6개월째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는 대덕밸리 벤처기업 A사. 현재 사장은 도피중이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려움에 처해있다.

지난 2000년 70억원대의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를 발행, 올 연말 상환을 앞둔 IT제조 전문 벤처기업 I사 L사장은 현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자금난으로 대덕밸리에 위기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투자는 커녕 은행 대출도 거의 봉쇄돼 요즘 만기된 대출자금을 상환하고 직원 월급주느라 비상이 걸려있다.

건평 2천평 규모로 제품을 양산하는 대덕밸리 벤처기업 T사는 창업당시 수백억원대 투자유치를 받았지만 결국 자금사정이 안좋아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기업은 몇몇 기업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대덕밸리 대부분 벤처기업들이 소위 '돈맥경화'로 줄줄이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하루하루 살얼음판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침체 분위기를 타고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결국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벤처창업 붐을 탔던 지난 2001년에 비해 약 20%나 기업이 줄었다. 503개에서 396개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는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74%가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스스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2, 3년전 벤처창업을 부추기고 현재는 방관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일단 뚜렷한 돌파구는 없다. 자금 고갈로 회사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대덕밸리 벤처기업 N사는 최근 M&A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너무 저평가돼 M&A도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특히 기술력을 담보로 한 기술신용보증도 최근 평가항목수가 늘어나는 등 대폭 대출이 까다로와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 CEO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나 엔젤투자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기 때문. 한 때 대덕밸리로 진출했던 벤처캐피털들은 더 이상 투자매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대덕밸리를 떠났다.

은행대출도 역시 그림의 떡이다. 요즘 회사를 3년째 이끌어온 L사장은 최근 제품개발을 끝내고 시장진입 자금을 마련하는 일로 은행 문턱을 드나들고 있지만 매번 툇자를 맞았다.

그는 "은행대출요? 꿈도 안꿔요. 오히려 은행들이 위험한 회사가 어딘지 조사하러 다니고 있어요. 여차하면 환수조치에 들어가기 위해서죠"라고 실태를 토로했다.

지역 은행들은 대출취급기준을 대폭 강화했으며 그나마 지점장의 권한으로 2-3억정도 대출받을 수 있었던 신용대출도 끊긴지 오래다.

H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6개월정도로 대출한도를 축소할 예정"이라며 "은행측도 대출해주고 싶지만 은행도 자칫하면 도산할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했다.

당장의 운영비 마련을 위해 은행은 물론 사채시장까지 기웃거리고 있지만 내세울 것이라고는 기술력밖에 없는 벤처기업이 돈을 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대다수 CEO, 당분간 생존전략 펼칠 것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부분 대덕밸리 벤처기업 CEO는 '성장전략'이 아닌 '생존전략'의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만성적인 경기불황에다 제품은 팔리지 않아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이 일단 이 고비에서 살아남아야 다음번 기회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덕밸리 G사 L사장은 "지금은 기업생존을 위해 온갖 정신을 쏟고 있다"며 "정부 정책과제, 대기업 수주 등 일단 돈이 들어오는 과제를 수주해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유상증자를 한 H사 N사장은 "자금문제 해결은 결국 제품판매에 있다"며 "팔릴 수 있는 제품개발에 명확한 인식을 갖고 제품을 상품화할 수 있는 맨파워를 갖추는데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대덕넷 이준기 김요셉기자 bongchu@hellod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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