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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덕밸리-3] '허리병'에 기업들 휘청


 

"지난 3년간 오로지 회사를 키워 성공하겠다는 일념만 갖고 일해왔는데 솔직히 지쳤습니다. 늦기전에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어요."(대덕밸리 H사 중간관리자)

"회사가 어려워지다보니 과중한 업무 때문에 팀장급 직원들의 근로의욕이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조직관리가 힘이 듭니다."(대덕밸리 D사 사장)

지난 4일 오후 대덕밸리 벤처기업 S사 사무실. 직원들이 한창 바쁘게 움직여야 할 사무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3년동안 회사의 허리역할을 했던 기술이사 L씨가 전격사표를 던졌기 때문. 이어 같이 일했던 중견 연구인력 2명도 회사를 떠날 예정이어서 설상가상이다.

◆대덕밸리 중간관리자 실태는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중간관리자들의 잇따른 이탈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마케팅난, 자금난에 인력난까지 겹친 꼴이다. '허리병'으로 대덕밸리 벤처기업이 휘청이고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뛰어왔던 중간관리자들이 회사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등지고 있다.

대덕밸리 A사 K이사는 올초 그동안 근무해오던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는 경영관리, 기획, 마케팅 분야를 맡으며 회사의 중심역할을 담당했지만 전반적으로 경영사정이 악화되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K이사는 "회사의 경영여건이 좋아지지 않자 CEO와 다투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며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만뒀다"고 퇴사배경을 설명했다.

광통신분야 B기업의 허리역할을 담당했던 H부장도 동료직원들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떠났다. 해외진출을 추진했으나 실패를 거듭, 책임지고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C기업 P이사도 그동안 10여년 가까이 근무했던 정들었던 회사를 떠났다. 그는 이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지만 매출이 전혀 오르지 않자 결국 스스로 회사를 등졌다.

회사경영진도 P씨가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만류했지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P이사는 "회사 내에서의 역할이 줄어 더 근무할 처지가 아니었다"며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책상만 지키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떠나는 이유는

대덕밸리 벤처기업 H사 J연구원은 최근 근무시간중 외출이 부쩍 늘었다. 업무능력이 너무 열악하다고 판단해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 동료에게 몸이 아파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 다닌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중간관리자층이 벤처기업을 떠나는 또 다른 이유는 입사당시 회사의 기업운영 방향과 다르게 CEO가 회사를 운영,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다.

W사 G부장은 "CEO의 독단적인 경영으로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자주 마찰을 빚다 보니 회사에 대한 열정을 잃어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비전부재도 문제. D사 K연구원은 벤처기업에게서 더 이상 비전을 찾을 수 없어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은 없나

이같은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중간관리층 이탈현상에도 현재 대책은 없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도 벤처CEO 과정이나 CFO(재무전문가과정) 등을 위한 교육은 실시하고 있지만 중관관리자를 위한 교육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반면 벤처기업협회는 6월 30, 31일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개발원에서 벤처기업 팀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벤처기업 중간관리자 양성과정'을 열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양성과정에 대해 대덕밸리에서도 이를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J씨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가 이같은 벤처기업의 중간관리자 양성과정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대덕넷 이준기 김요셉기자 bongchu@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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