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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小기업 열전] (4) 판타그램...비디오게임 개척자


 

지난 해 초, 이상균 판타그램 사장은 부푼 희망을 안고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의 문을 두드렸다. 비디오 게임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어렵게 만들어 온 X박스용 게임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의 배급을 MS에 맡기기 위해서였다. MS와 손만 잡으면, 세계 주류인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신인 선수라는 핸드캡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무진을 만난 후에는 도무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곳 실무진의 책상 위에는 셀 수 조차 없는, 같은 류의 수많은 제안서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또 제안서 위에 적힌 굵직한 게임사들의 이름도 누구나 척 들으면 알만한 곳이 많았다.

120대의 1의 경쟁률을 뚫어야 MS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업력 있는 게임 개발자로 알려진 그였지만, 그날 만큼은 좀처럼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그로서는 이번 비디오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지금껏 그를 믿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던 주위 분들의 기대가 이번 계약에 달려 있었다. 그는 지인들에 대한 부채감으로 그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며칠 후, 판타그램 사무실은 새로운 희망에 대한 열기가 들썩이고 있었다. 좀처럼 웃지 않던 이 시장도 이날 만큼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MS 본사에서 배급 계약을 맺자는 연락이 온 것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세가, 테크뮤를 빼면 판타그램이 MS와 '세컨드 파티' 계약은 맺은 유일한 개발사로 꼽혔다. MS는 판타그램이 제안한 게임의 독창성을 인정, 쟁쟁한 게임사들을 제치고 판타그램의 손을 잡았다.

더욱이 회사 사정까지 감안해 선례가 없는 선도금까지 내줬다.

◆비디오게임 개척자로 '우뚝'

지난해 12월 9일, 문화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게임대상 시상식. 2004년을 빛낸 최고의 게임을 뽑는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또 한번 웃을 수 있었다.

크루세이더즈로 영예의 대상(대통령상)을 움켜 쥔 것이다. 그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온라인 게임 강국임을 자부하는 국내에서, 그것도 비디오게임으로 대상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대상에 담긴 뜻을 잘 알고 있다. 세계 주류 시장인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름을 더욱 더 잘 알려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계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의 비중은 10%가 채 안된다. 세계 게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게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판타그램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입증했고, 대한민국도 그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판타그램은 지난 해 10월 크루세이더즈를 세계 시장에 처음 선보이면서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이 게임에 사활을 걸은 임직원들은 초조한 심정으로 매일 매일 해외 시장의 반응을 점검해야 했고,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세계 주요 게임 시장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출시 후 8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현지 언론은 '역대 최고 게임 베스트 10'에 크루세이더즈의 이름을 포함시키까지 했다.

북미와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북미에서는 주요 판매순위나 인기순위에서 정상급을 달렸고, 유럽에서는 주요국가 순위 1위, 베트스셀러 10~20주간 유지 등의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서도 네티즌 검색순위에서 크루세이더즈가 4위에 올랐을 정도다. 크루세이더즈 신드롬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크루세이더즈는 전세계적으로 40만여장이 팔렸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비디오게임이 이 만큼 팔린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 중 1만장이 국내에서 팔렸다. 국내 X박스 게임 시장이 크지 않고, 불법복제가 난무하며, 중고 유통이 활발하다는 점을 사정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판매고 1만장을 넘긴 것도 대단한 성과였다.

크루세이더즈는 비디오 게임으로서는 처음으로 전략과 액션을 결합한 장르를 개척, 200여 캐릭터가 대규모 전투씬을 벌이는 장면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정신

사실 크루세이더즈는 판타그램이 2000년 12월 내놓은 PC게임 '킹덤 언더 파이어'의 50년 후 이야기를 다룬 후편 격이다. 그때도 판타그램은 이 게임을 전세계적으로 45만장을 팔아 국내 대표 게임 수출사로 주목을 받았다.

또 CJ그룹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게임 배급사를 만들기 위해 '판타그램 인터렉티브'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사운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판타그램인터렉티브의 사업 전개도 뜻대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아야 했고, 5년간 만든 대형 온라인 게임 '샤이닝로어'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고야 말았다.

이 과정에서 판타그램은 엔씨소프트에 인수되었다가, 빈 손으로 다시 독립해야 했다. 때문에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을 해야 했고, 예전만 해도 200명에 육박했던 개발진 수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결국 판타그램은 그전부터 준비해온 '크루세이더즈' 프로젝트에 절박한 심정으로 사활을 걸어야 했다.

"당시 상황은 그 보다 더 나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 판타그램 임직원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 사장도 결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악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기를 위한 도전정신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 때, 판타그램에서 한때 한솥밥을 먹다가 나중에 독립했던 김세정 대표가, 자신이 이끄는 블루사이드 스튜디오와 함께 크루세이더즈 프로젝트에 합류해 후반부 개발를 적극 도왔다.

이 같은 우여곡적과 주위의 도움을 겪은 끝에 결국 크루세이더즈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이 회사 구의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그간 과정에 대해 "2003년말 빈손으로 재기에 나선 후에도 지난 2년간 한번도 외부의 자금을 수혈 받은 적이 없다"며 "멤버간의 투철한 의지가 없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순수한 자구 노력을 다한 끝에, 결국 재기의 발판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고생한 얘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판타그램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프로덕션'이라는 비전을 찾아 냈다.

◆이제는 '밀리온셀러'에 도전

판타그램은 이달 23일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블루사이드와 함께 개발한 크루세이더즈의 후속 편인 '킹덤언더파이어:히어로즈'를 이날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 동시 발매한다. 이어 내달 7일에는 유럽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히어로즈는 북미 최대 게임 비평가 집단으로부터 지난 5월 'E3'에 출품된 게임 중 X박스 부문 최고 게임으로 인정받아, 크루세이더즈에 준하는 관심을 벌써부터 끌어 왔다.

특히 북미의 독보적인 게임 전문지인 '게임스팟'은 E3 기간 중 50여명의 취재진을 동원, 1천115종의 게임을 다루면서 비평가상 수상작을 선정했는 데, 히어로즈를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고스트', 유비아이소프트의 '킹콩' 등과 함께 X박스 부문 결선작으로 선정했다.

게임스팟은 심사평에서 "히어로즈는 게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게임"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환상적인 그래픽, 가슴을 울리는 음향, 한층 진화된 액션전략, X박스 라이브(온라인 지원 기능) 기능의 최적 지원 등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X박스 하드웨어 성능을 거의 극한까지 활용, 3차원 영상으로 수백명의 병사를 거느린 6명의 장군 캐릭터들이 대전을 벌이도록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현지 X박스 마니아 집단인 '팀X박스' 등이 히어로즈를 가장 기대되는 게임으로 꼽았다.

판타그램은 히어로즈가 적어도 50만~100만장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일 히어로즈가 100만장까지 팔린다면 '밀리언셀러 비디오게임'이 국내에서 처음 탄생하게 된다.

이 뿐 아니다. 판타그램은 웹젠과 함께 MS의 차세대 X박스 게임 개발 파트너십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맺고 있다.

이 파트너십에 따라 차세대 X박스용 게임으로 '나인티나인나이츠'를 1,2년 후 출시 목표로 개발중에 있다. 판타그램은 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MS로부터 개발비까지 지원받는 '퍼스트 파티' 계약을 맺었다.

판타그램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년 후엔 세계적 비디오 게임사를 만들겠다"...이상윤 판타그램 사장

고등학교 시절, 8비트 게임기용 '대마성'을 개발하면서 게임 개발자로 입문한 이상윤 사장(35). 그는 94년 판타그램을 설립한 지 올해로 11년째를 맞는다.

비디오 게임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X박스용 게임 개발에 사활을 건채 고독하게 매달려 왔다. 도중에 회사 문을 닫을 뻔한 위기도 여러번 겪었다.

하지만, 그는 게임 업계에 발을 디딘 개발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품어 봄직한 꿈을 아직도 놓치 않고 있다. '세계적인 비디오 게임을 직접 자기 손으로 만드들겠다'는 그 꿈 말이다.

그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어도 200만장 이상 팔릴 수 있는 대박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비디오 게임 개발사가 한줌도 안되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선뜻 상상하기 힘들 밀이다.

하지만, 그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저력을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는 거의 빈속으로 다시 시작해 40만장 이상 팔린 비디오게임 '크루세이더즈'를 내놓았고, 이어 이달 23일에는 50만~100만장 가량 팔겠다는 각오로 후속 편인 '히어로즈'를 내놓는다.

그가 목표대로 밀리온셀러 비디오게임을 만든다면 그의 꿈은 한층 더 현실에 가깝게 다가서는 것이다.

그는 "히어로즈는 X박스 게임 중 유일한 전략액션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는 크루세더즈의 온라인 기능을 크게 강화한 후속작"이라며 "X박스 게임기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공백기에 거의 유일하게 출시되기 때문에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그가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해 승부를 거는 시점은 X박스360용으로 개발중인 '나인티나인나이츠(N3)'를 내놓는 1, 2년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N3 게임 개발을 직접 총괄하며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도그 때문이다.

또 N3 개발에는 일본 게임 개발자 중 거장 중 한명으로 꼽히는 미쯔구치 데찌야 큐엔터테인먼트 사장이 MS의 권유를 받아 들여 함께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쯔구치 사장은 수천억원의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던 일본 세가의 레이싱 게임 '세가랠리'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MS의 소개로 미쯔구치 사장과 일을 하게 됐다"며 "세계 주요 비디오 게임 시장인 일본 시장 진출에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MS는 N3가 적어도 150만장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N3를 세계적인 비디오게임사로 발돋움하는 도약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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