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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글로벌 거인들-(1)애플컴퓨터코리아] '사각지대에서 정면으로'


 

애플코리아의 한 직원은 "공항에서 전해 받은 제품을 바로 체험매장으로 들고 와 고객들에게 판매했다"며 "예약된 물량도 다 공급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리나라 소비자에겐 '사각지대'나 다름없던 애플컴퓨터. 그 애플컴퓨터가 어느새 국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시장 전면에 나섰다.

◆ "이제 한국시장서 정면승부에 나선다"

애플의 신제품 아이팟 셔플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액정화면이 없어 선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두고 '무엇보다 큰 약점'이라는 주장과 그 정도라도 '가격대비 성능 면에서 충분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애플은 플래시메모리 타입의 신제품 셔플(512메가)을 12만원에 내놓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점유율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애플에게 이 제품의 의미는 적지않다. 플래시메모리형 MP3플레이어 강국인 한국시장에서 '적들의 주력 종목'으로 정면 도전에 나선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34만원이 넘던 하드디스크(HDD)형 '아이팟 미니'는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30% 이상 내려 23만원에 내놓았다. 애플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어지자 국내 기업들도 애플의 아이팟 미니를 겨냥한 HDD 타입의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오미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인기순위에서도 선두권을 달린다"면서 "한국지사가 판매량을 공개할 순 없지만 매출이 작년 말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 "애플은 지금 변신 중"

사실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나 노트북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애플은 '글로벌 단일 전략'이란 이름아래 한국시장에서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손형만 애플코리아 사장은 "취임 후 보니 소비자들이 애플에 대해 '특수한 경우에나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애플에 100만원 초반 대의 노트북이 있다는 것을 말하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손형만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이런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애플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데 우선 주력했다. 인기 가수 공연이나 TV 드라마에 간접광고도 시작했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한국에서만 가격을 내리려는 의욕적인 시도를 했다. 여기에는 MP3처럼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 제품을 들여온 까닭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임 손 사장의 한국시장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채널을 다양화하고 AS도 강화할 것"이라며 "MP3의 명성을 발판으로 삼아 노트북이나 매킨토시 제품으로 애플의 인지도를 계속 넓혀갈 것"이라는 손 사장의 말은 향후 애플의 대대적인 마케팅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미니홈피' 싸이월드에 홈페이지를 열고 감각적인 소비자들에 다가서고 있다. 타깃층을 겨냥해 케이블 TV 광고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컴퓨터 기업에서 음악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한 애플이 점점 소비자의 옆자리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애플 '디자인 파워'의 원천...조나단 아이브 부사장

21세기를 '디자인 경영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가져도 디자인이 소비자의 기대치를 못 따라가면 '실패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애플컴퓨터는 '디자인'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대표적 기업이다. IT 업계에서 애플처럼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둘 만큼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기업도 찾기 힘들다.

애플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이가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 부사장이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비롯 데스크톱 '아이맥', 노트북인 '아이북'이 모두 아이브 부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02년 초 영국 BBC가 선정한 '영국 문화를 이끌어가는 인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그가 해리포터의 저자 JK롤링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을 두고 영국인들조차 깜짝 놀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처음부터 그가 IT 업계에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브는 90년대초까지만 해도 영국의 화분과 욕조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그러나 인재를 알아볼 줄 아는 애플의 눈에 그는 보석처럼 눈에 띄었다.

컴퓨터 디자인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지만 애플은 그를 팀 리더로 전격 발탁했다. 애플로서도 파격이었고 모험이었다. 그러나 지금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그를 두고 '천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을 사람'으로 평가할 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산업 디자인 업계에서 아이브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련도 있었다. 총 책임자로 뛰어들었던 첫번째 프로젝트 '파워맥 큐브(PowerMac Cube)'는 쓰디쓴 고배를 마시게 했던 것. 그러나 그는 보기 좋게 실패를 극복하고 일어서, 애플의 '디자인 파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한국 시장은 전세계 MP3 시장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미리 보는 결승전'과 다름없는 곳. 세계 1위 애플은 한국 시장만 먹으면 전세계를 평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1위에 도전장을 던진 삼성전자와 레인콤 역시 호락호락 물러설 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시장만큼 '토종' 기업들의 마케팅 공세가 먹혀드는 곳은 없다고 말한다. PC 시장만 놓고봐도 델이나 IBM, HP 등 세계 톱 클래스 기업들도 본사의 평균 성적도 내지 못하는 곳이 바로 한국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는 2007년 전세계 1위를 목표로 MP3 사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라면 MP3 분야에서도 누구보다 나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벤처로 출발한 레인콤 역시 국내외 브랜드 면에서 삼성전자를 웃돌며 선전하는 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타도 애플을 외치며 '반(反) 애플' 진영의 핵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끈끈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빌 게이츠 MS 회장은 레인콤의 MP3 제품을 손에 들고 '가격도 싸고 성능은 뛰어난 제품'이라고 추켜세웠다. 당시 게이츠 회장의 '아이리버' 소개는 다분히 애플을 겨냥한 전략적 '이벤트'였다.

과연 토종 기업들의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 애플이 어떠한 성과를 거둘 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판매처 다양화에 전념할 것"...손형만 애플컴퓨터코리아 사장

"앞으로 채널 강화에 집중할 겁니다. 6개월 전만 해도 '아이팟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젠 아이팟이 뭔지는 다들 알잖아요. 판매채널을 강화한 뒤 사후서비스(AS)를 확대하면 한국 시장에 뿌리 내리기 준비작업은 완료하는 겁니다."

한국지사가 설립된 지 7년. 고인 물 같기만 했던 애플코리아가 변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해 '살 테면 사고, 아니면 말아라'는 자세를 잔뜩 낮추고 한국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려 애쓰고 있다.

전에 없이 TV 드라마나 인기 가수의 공연에 간접광고(PPL)를 시작했고, 미니홈피 싸이월드에는 애플 사이트도 열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애플로선 생각하기 힘든 일들이다.

손형만 애플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와 만나 말문을 열었다.

"큰 기업들처럼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을 대량으로 확보할 순 없겠지만, 대형 온라인 쇼핑몰 몇 군데와 협력하는 것 만으로도 시장의 80% 이상 커버가 가능할 것이구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려해 판매 채널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얼굴 알리기 -> 유통채널 강화 -> AS 확대'. 손 사장은 애플 마케팅의 핵심 전략으로 이 '삼박자'를 꼽았다. 실제 애플의 사령탑으로 임명된 손형만 사장은 불과 5개월 만에 '이름 알리기' 하나 만큼은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써 '3분의 1의 성공'은 일궈낸 셈이다.

최근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판매율이 늘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일부 온라인 매장에서는 점유율이 5%를 넘어섰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플래시메모리형의 액정없는 단순 기능 '셔플' 모델은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며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손 사장은 그러나 "다국적 기업 문화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분기별, 연간 매출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처음 세웠던 전략을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인데, 좋은 평가가 뒤따른다면 고마울 뿐"이라며 오히려 차분하다.

잊고싶은 '소동'도 있었다. 지난 2월 12% 가량 가격을 인하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가격을 올렸고, 다시 가격을 인하하는 '해프닝'이 한달 사이에 벌어졌던 것.

그는 "잘 하려다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로 빚어진 일이니 소비자들이 너그러이 이해해달라"며 "MP3플레이어를 계기로 애플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도 관심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P3 플레이어를 앞세운 애플은 향후 매킨토시 컴퓨터나 노트북 마케팅도 활발히 펼친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손 사장 역시 "애플 하면 '디자인은 좋지만 가격이 비싼 제품'이라는 인식부터 걷어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튠스 음악 서비스 시작 시기는 국내 저작권 문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자리잡아야 가능하지 않겠냐"며 조심스러워 했다. 당장은 힘들다는 얘기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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