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도전받는 글로벌IT기업- 상] 글로벌IT기업들은 '변신중'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델, 애플, IBM, 노키아, HP, 소니...'

그 이름만으로 시장을 호령하던 기업들. 이른바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다. 이들이 지금 심상치 않은 변화의 기류에 휩싸여 있다.

변화의 양상도 다양하다.

'이동통신 강국',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강력한 '한국화 전략'을 밀어부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오래 전부터 한국 지사를 운영하면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기업들은 오히려 '한국화'를 버리고 '글로벌화'를 강화하고 나섰다.

<아이뉴스24>가 창간되던 2000년, 인터넷 붐을 틈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지사들도 최고의 시절을 보냈지만, 거품의 붕괴와 함께 그들도 극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국내 환경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이 날로 격화되면서 본사 차원의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한국 지사에도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름만으로도 '땅집고 헤엄치 듯' 시장을 장악하던 것은 옛말이 돼 버렸다. 브랜드 파워만으로 한 수 접고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들간의 치열한 경쟁은 물론 토종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체면을 구기는 글로벌 거인들도 적지않다.

중국 시장의 확대가 몰고 온 본사 차원의 동북아 시장 전략의 수정도 이들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한다. 뜻하지 않은 사건 사고에 휘말려 '전전긍긍'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기업들까지. 글로벌 거인들도 안팎의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의 장기화, 현지 토종 기업들의 거센 도전 등은 글로벌 기업들에도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글로벌 거인들도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크든, 작든 그 변화의 소용돌이는 국내 IT 시장에도 심상치 않은 파급효과를 몰고 올 조짐이다.

◆ 아! 옛날이여

2004년말 현재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은 총 7천211개. 99년 5천868개, 2000년 6천422개에서 계속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내 시장을 향한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기업들은 IT 관련 기업들. IT 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IT 시장에 발을 담그기 위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진출 러시는 당연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주요 취업전문 조사기관들이 매년 조사하는 취업선호도를 보면, 외국계 기업 취업선호도에서 1위부터 5위까지를 매년 IT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IBM, 한국HP, 한국MS, 한국오라클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위만 바꿔가며 5위권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IT 기업들은 지금 치열한 내부 변화의 바람에 직면해있다. 이들 역시 극심한 경쟁환경에서 예전같지 않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국내 노트북 시장에는 토종의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저가 노트북 '에버라텍'을 앞세운 삼보컴퓨터의 돌풍으로 대표되는 토종기업들의 선전으로, 국내 노트북 시장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토종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IBM, 한국HP, 델컴퓨터 등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은 전전긍긍하며 대응전략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고전은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급기야 IBM은 PC사업을 중국 레노보에 팔아넘겼고, 컴팩 인수 후 세계 PC시장 제패를 노렸던 HP는 전략실패의 책임을 지고 피오리나 회장이 옷을 벗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한 수 접어주고' 시작했던 글로벌 거인들의 여유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애플도 MP3플레이어 종주국인 국내에서는 토종 파워에 밀려 잔뜩 체면을 구기고 있다. 거꾸로 국내 업체들이 '사과를 씹는' 광고까지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도전장을 받는 처지에 몰렸고, 삼성전자라는 거대 반도체 기업까지 가세해 집중 공격을 선언한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휴대폰 단말기 업체 노키아는 5년전부터 이동통신 강국 한국의 문을 두드렸지만, 토종 파워에 밀려 자존심만 상하고 말았다. 보안시장 최강자 시만텍이나 맥아피, 트렌드마이크로 등도 벌써 '안연구소 10년 아성'에 밀려, 뾰족한 수를 못내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변화에 직면한 첫번째 이유는 이같이 만만치 않게 성장한 '토종 파워' 때문이다.

◆ 글로벌 전략의 수정

변화를 촉구하는 요인은 단순히 토종기업들의 '저항' 때문만은 아니다. 이와는 상관없이 글로벌 경쟁의 격화가 불러온 '거인들간의 혈투'가 글로벌 시장 전체에 변화를 불러오는 요인도 크다.

지난해부터 세계 IT 시장은 거인들의 M&A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M&A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상황이다.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고, 그에 앞서 피플소트트는 JD에드워즈를 인수하는 연쇄 M&A가 이루어진 것을 비롯해 시만텍과 베리타스가 대형 M&A에 합의했다. IBM은 PC사업을 중국 레노보에 넘겼다.

통신시장은 거의 '빅뱅'의 수준이다. 싱귤러와이어리스가 AT&T와이어리스를 인수한 것을 필두로, 스프린트와 넥스텔 커뮤니케이션즈의 합병을 거쳐, 올해들어서도 SBC커뮤니케이션즈의 AT&T 인수,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의 MCI 인수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본사 차원의 시장 변화는 그대로 한국내 지사에도 격변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한국오라클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사업구조조정에 착수했고, 한국IBM도 PC 사업 조정에 나섰다. 한국HP 역시 피오리나 회장의 사임이후 본사 전략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변화는 특히 아태시장에서 '한중일'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블록화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급부상에 주목, 시장을 재편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재무회계 기준을 대폭 강화한 미국의 '사베인 옥슬리' 법안 등이 전세계 지사들에게 현지화 전략을 수정하게 만드는 경우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안팎의 변화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 위기는 기회, 그리고 변화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럽에서 반독점 제재를 받았다. 과징금과 함께 윈도에서 미디어플레이어를 삭제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공정위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반독점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바늘방석에 앉은 듯 좌불안석이다.

이 뿐 아니다. 지난해부터 국내 정부가 대대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공개SW 활성화 정책도 사실상 화살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쏠려 있어 시장 전략에 변수로 다가온다.

한국IBM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비리 사건에 휩쓸려 본사 차원의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 작업을 감수해야 했다.

이같은 급작스런 변화도 글로벌 기업들에는 예전같지 않은 기류다. 우리나라 정부가 글로벌 기업을 대하는 방식까지 크게 변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 근무자 가운데 7~8년 차에 영어 잘 하는 사람이면 외국계 기업에서 두배의 연봉을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제의를 받은 사람 가운데 3분의 2는 따라갔다. 외국기업이라면 선진교육과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은 선택이 매우 신중해졌다. 글로벌 기업에서 부른다고 무조건 오케이 하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헤드헌팅 업체 대표의 말이다. 글로벌 기업의 현재 위상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토종기업들의 거센 도전, 글로벌 시장 전략의 대대적인 개편 바람, IT 시장이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의 외국기업 견제 바람 등이 복합적으로 밀어닥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실제 글로벌 기업들의 내부에는 지금 조용하지만 극심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들이 선택하는 변화의 양상은 다양하다.

현지화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제 한국시장을 글로벌 전략의 한 요충지로 궤도수정하려는 흐름도 있다. 이 두가지 흐름을 동시에 추진하는 움직임까지, 글로벌 기업의 변신노력은 다양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 이에따른 국내 지사들의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동반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독불장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우리의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변신중이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도전받는 글로벌IT기업- 상] 글로벌IT기업들은 '변신중'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