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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 새 역사 쓴 촛불 시민, 190만 모였다


장기전 동력 우려에 한방, 완벽한 평화시위 기조

[채송무기자] 추위와 장기전에 돌입한 탄핵 국면으로 동력 확보가 우려된다는 세간의 시선을 최대의 규모이면서도 완벽한 평화집회로 멋지게 반격했다. 26일에 있었던 촛불집회의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 150만 명, 지방 40만 명 등 전국적으로 190만 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100만 명이 모인 이후 2주 만에 이를 상회하는 최대 규모의 촛불이 모였다.

그것도 궂은 날씨 속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날 서울 일대에서는 아침부터 진눈깨비 형태의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 내린 서울 일대는 제법 차가운 칼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굳건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산교육을 촛불을 통해 찾았고, 가족과 연인들과 함께 모이는 촛불집회의 모습은 이날도 여전했다.

법원이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동 주민센터,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까지 행진 및 집회를 허가하면서 시위대들은 청와대를 둘러싸는 포위 투쟁을 벌였다. 시민들은 함성과 구호를 외치고 부부젤라를 불면서 자유로운 형태로 '박근혜 퇴진'을 주장했다.

그동안의 시위에서 이어진 평화시위 기조는 이날도 유지됐다. 수십만의 시위대가 청와대 인근을 에워쌌고, 일부 술에 취한 시민들이 일탈행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비폭력을 강조했다. 집회가 끝난 후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은 이날도 계속됐다.

오후 10시 경 본집회가 마무리된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10시40분 경부터 율곡로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해 광화문 광장에서 1박2일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줬고, 대신 분명한 자신의 의지를 보여줬다. 날씨와 추위에도 자신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는 분명한 목소리였다.

◆추운 날씨에도 모인 시민들 "이제 그만 내려와라"

이날 모인 시민들도 자신들이 일궈낸 평화 시위의 지표에 흥분한 모습이었다. 삼청로 일대에서 촛불을 들던 23살의 여대생인 김모 씨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청와대 바로 앞까지 오니 정말 이제 무엇인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이제 그만 내려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자녀의 옷 매무새를 더욱 단단히 여미던 35세 직장인 남성 김모 씨는 "이런 상황 까지 왜 내려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미 끝났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라고 분노를 표했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49세 여성 강순영 씨는 수능을 끝낸 아들과 중3 딸과 함께 광화문을 찾았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말리진 않았으나 본인은 집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첫 집회부터 중학생 딸이 광화문에 가겠다고 했지만 주말에 학원 스케쥴 등이 있어서 허락하지 않았는데, 학업보다는 이러한 의미있는 공간에 가족들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판단해 아이들과 광화문으로 나섰다"면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대통령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은미 씨는 2주 연속 집회 현장을 찾고 있다. 이씨는 "친구들과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지만, 요즘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관련 뉴스 이야기가 대화의 주를 차지하게 됐다"며 "성실하게 살아온 30대로서 분노를 느낀다,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어떠한 방식으로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박 모씨는 대학생 딸의 손에 이끌려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박 씨는 "오전부터 눈이 와서 걱정했지만 딸의 요청에 못 이기는 척 함께 나오게 됐다"면서 "이 정권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이 크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은 평화로웠지만 단호했다. 자유분방한 패러디가 넘치면서도 목소리가 분명했다. 이제 그만 내려오라는 것이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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