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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콘텐츠 표절 의혹, 이번엔 'KBS'


표절·도용에 지친 스타트업 고민 갈수록 깊어져

[성상훈기자] 대기업이나 지상파 방송사가 스타트업 콘텐츠 포맷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이 스타트업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행태와 맞물리면서 스타트업들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엔 KBS가 새로 선보인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2일 첫 방송을 탄 KBS2 새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구석구석 숨은돈 찾기'가 그것.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집안 곳곳에 숨겨진 물품을 중고거래를 거쳐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1회 게스트로 이천수, 심하은 부부가 첫 출연했고 기존에 등장했던 경제 콘텐츠가 아닌 '중고 물품 감정'이라는 소재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논란과 기대가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바일 예능 콘텐츠 제작사 '모모콘'이 제작하는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개이득'과 핵심 포맷이 유사하다.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는 모모콘의 모바일 방송 브랜드 'MOMO X' 의 메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첫 방송이었던 하하 편은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200만을 기록했으며 이후 컬투 정찬우와 DJ DOC가 출연하며 주요 SNS 누적 조회수 1천만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임창정 편은 공개 직후 인기 TV 프로그램을 모두 제치고 네이버TV캐스트 실시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라는 포맷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구석구석 숨은돈 찾기'는 스타의 물품을 거래해 수익금을 기부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프로그램임에는 틀림 없지만 '스타가 직접 중고 물품을 거래한다'는 점이 프로그램 재미의 핵심.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모모콘측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모콘 관계자는 "KBS 측에서 사전에 관련 프로그램 건으로 전혀 다른 포맷이니 걱정말라는 의사를 전달하기는 했다"며 "그래서 마음놓고 있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교묘하게 비슷해서 뭐라 말을 할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공교롭게도 구석구석 숨은돈 찾기 1회 출연진이었던 이천수 역시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에 출연해 큰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뜨는 콘텐츠' 두고 잇단 잡음

모바일 예능은 인터넷 콘텐츠 대세가 된지 오래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짧은 러닝타임에 재미까지 더해 유튜브, SNS와 포털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광고도 TV 광고가 아닌 유튜브 전용 광고를 집행하는 등 '모바일 동영상'은 동영상 콘텐츠 업계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이미 뜬 콘텐츠를 대놓고 표절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GS리테일이 와인 신제품 '넘버나인 크로이쳐'를 출시하면서 이를 위해 제작한 소셜미디어 홍보 영상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칠십이초의 '72초 시리즈'를 그대로 따라하면서 논란이 됐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도 지난해 11월 72초 시리즈를 똑같이 따라한 티몬 슈퍼배송 홍보 영상 '긴급상황! 라면먹고 갈래'를 선보여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콘텐츠 표절, 중국 욕할때 아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용역보고서 '방송포맷산업 현황, 전망 및 육성 방안 연구'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국에 수출된 방송 포맷이 23개로 집계된 가운데 이 같은 판권계약 없이 표절을 통해 제작된 포맷도 1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무한도전, KBS 개그콘서트, JTBC 히든싱어 등 국내 히트 콘텐츠는 대부분 중국에서 불법 표절돼 똑같은 포맷으로 방송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도 수년전까지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 포맷 표절 의혹이 수차례 제기되는 등 만만치 않은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표절 논란 이후의 대처와 수습 여부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특정 프로그램이 국내외 다른 프로그램을 표절한 것이 명백하다면 방송심의를 통해 제재 받는다.

하지만 방송 콘텐츠의 표절 여부를 가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데다가 제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콘텐츠의 특성상 이미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수습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인터넷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중소 사업자들이라 대기업이나 지상파가 표절했을 때는 속절없이 당하기 일쑤.

실제로 표절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후폭풍이 두려워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소송을 거친다고 해도 '방송 포맷'은 '장르'와 유사점이 많다는 점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지상파의 경우 인터넷에서 인기있는 포맷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표절 피해, 극복 방안은?

콘텐츠 외에도 제품이나 서비스 표절로 피해를 본 스타트업들도 부지기수다. 당하기는 쉽지만 이의 대응 및 극복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모바일 앱 제작 스타트업 오큐파이와 SK플래닛의 법정싸움이 대표적이다. SK플래닛은 오큐파이의 독자적 상표권 '쉐이크 어 위시(SHAKE A WISH)'를 11번가 내에 2년간 무단 사용했고 오큐파이의 항의를 받자 슬그머니 '쉐이크 어 드림(SHAKE A DREAM)'으로 변경했다.

결국 오큐파이는 대기업인 SK플래닛을 상대로 형사고소, 현재 법정 싸움이 진행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는 필연적으로 표절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결국 퀄리티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정싸움을 가면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대기업이 악의 또는 미필적 고의로 베끼는 등의 행태는 자연선택에 따라 갈리게 될 것"이라며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베끼는 측은 그것이 곧 평판이 되고 접점을 이어나갈 것이 때문에 고통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시장 진화에 따라 같은 제품 프로덕트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표절 여부를 논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 문화 자체가 스타트업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인정하는 쪽으로 자리잡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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