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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IT부품·소재업종, 주가 잘나가는 이유는?


한국證 "제조업 위기 시대, 중간재 산업이 돌파구"

[이혜경기자] 제조업 위기의 시대를 맞아 부품·소재 등 중간재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들어 IT 부품, 소재 업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같은 대형주는 물론이고, 3D 낸드 투자,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 투자 본격화에 힘입어 솔브레인, 케이씨텍, 피에스케이 등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포켓몬고 열풍으로 인한 가상현실(AR) 테마까지 주목받으면서 인터플렉스, 삼성전기, 옵트론텍 등으로도 열기가 확산중이다.

25일 한국투자증권의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여타 제조업까지 상대강도가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네이버, 아모레G, 한미사이언스, 강원랜드, 코웨이, CJ 등이 포함된 서비스 업종지수의 상대강도가 지속 약화되고 있는 것과 확실히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박 애널리스트는 "이는 중국과 한국 모두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진정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설비투자(capex)와 고용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조업의 회복이 절실하다는 시각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해 들어 선진 20개국(G20) 회담 등에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란 판단이다.

◆韓, 노동집약적 제조업 이젠 어렵지만 '중간재'가 돌파구

그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부가가치를 찾기 어려운 구조이나, 길은 있다"며 "지난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국제무역의 헤게모니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며 일본의 제조업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기에 일본은 중간재로 돌파구를 찾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자랑이던 소니(SONY)가 삼성전자에게 맹추격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이 이 즈음으로, 일본 제조업은 중국과 한국이 강점을 가진 노동집약점 완제품이나 범용 제조업이 아니라 핵심소재·부품·기계 쪽으로 특화해 더욱 고차원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70엔까지 하락하고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가 극심했던 2012년에도 일본의 IT, 경기소비재, 소재, 산업재 기업들은 적자 없이 평균적으로 3~5%의 영업마진을 유지했다. 이는 중국, 한국과 경쟁해야 하는 완제품과 범용제품을 버리고 일본만이 특화해 생산할 수 있는 핵심 소재와 부품 특화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부품과 소재는 독특한 산업적 특성이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이다 보니 기술을 모방하기가 쉽지 않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도 길다는 것. 또 완제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고, 이른바 '경로 의존성(거래처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아 한 번 선택하면 오래가는 특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 구조상 지속성과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부품과 소재 부문에서 세계 선두로 올라서면 오랜 기간 동안 시장 지배가 가능해지는 것은 이 같은 이유란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일명 '스마일커브'라고 한다"며 "연구개발과 상품기획에 특화하거나, 브랜드에 특화할수록 부가가치가 높고,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가공조립·양산은 이익률이 가장 낮은 영역에 위치한다"고 해설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2003년 이후 일본 주식시장에서 꾸준하게 지수가 상승한 업종은 음식료, 서비스, 건설 등 내수 업종이거나 화학/고무, 정밀기계, 운송장비 등 부품·소재에 특화된 수출 업종이었다. 엔/달러 환율이 70엔까지 하락했던 2012년에도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회사들은 특정 업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던 부품·소재 기업들이 대다수였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제조업을 포기하기 어려운 한국도 결국 일본처럼 소재·부품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가야 할 것이란 게 박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문제는 한국에 과연 그런 기업이 있겠냐는 회의론이 상당수라는 부분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과 달리 아직 소재·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이 탁월하지 못한 데다 중국의 기술 자급도도 지속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극단적인 원화 강세가 해소되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이 확보된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부품·장비 등 중국이 아직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분야에서 중국 로컬업체 납품 비중을 늘려가는 회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국 부품·소재 부문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해도 글로벌 수요둔화로 수출이 매우 부진하지만 소재·부품 수출 증가율이 총수출 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소재·부품의 대(對)일본 수입 의존도가 17%까지 감소한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박 애널리스트는 진단했다.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향상됐고 일부 수입선이 전환되면서 나타난 결과란 것이다.

◆韓 중간재 아직 '중학생'수준이나 전망 긍정적

다만 박 애널리스트는 "물론 한국의 소재·부품 산업의 기술 수준은 덩치만 컸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중학생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소재·부품 분야의 전체 특허수로는 한국이 글로벌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피인용 회수나 특허군(Patent Family. 한 발명에 대해 여러 국가마다 출원된 특허) 등 기술 수준으로 평가한 시장확보 지수로 보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중국보다 약간 앞서 있는 상태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애널리스트는 앞으로의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점차 중국기업들의 추격에 대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점차 확보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어쨌거나 중국기업들의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해 줄 파트너가 필요하고, 최근의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 제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그것뿐이란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제조업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상태지만 이러한 스토리가 가능한 회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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