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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소송만능'서 제도 점검으로


[2013 핫트렌드-5끝]글로벌 특허 전쟁

[김익현기자] 지난 해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핫 키워드는 특허전쟁이었다. 2011년 애플이 HTC를 제소하면서 시작된 글로벌 특허전쟁은 지난 해 부터는 삼성과 애플 간의 전쟁으로 비화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노키아 등 주요 IT 기업들도 특허를 둘러싼 공방에 가세했다.

여기에 특허 괴물들까지 가세하면서 지난 해 IT 시장은 특허 소송으로 시작해 특허 소송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해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삼성과 애플이 올해도 한 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도 특허가 IT 시장의 핫 키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애플, 1심 최종 판결-ITC 소송 등 줄줄이 대기

우선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1차전 최종 판결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해 8월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에 완패했던 삼성 입장에선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에서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루시 고 판사는 지난 해 말 애플이 신청한 갤럭시S 등에 대한 판매금지 요청을 기각했다. 또 배심원장에게 심각한 흠결이 있었기 때문에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삼성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배상금 부분 뿐이다. 삼성 입장에선 10억달러 규모의 배상금을 최종 판결에서 대폭 낮추려하고 있다. 루시 고 판사 역시 지난 해 12월 초 최종 판결을 위한 심리 때 "일부 계산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해 배상액을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삼성 기대대로 대폭 삭감될 지는 미지수다.

삼성과 애플 간 1차 소송 최종 판결이 나온다고 두 회사간 다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두 회사 모두 항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도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역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ITC 소송에서도 삼성이 애플에 살짝 밀리고 있다. 특히 ITC는 지역법원과 달리 특허침해 판결과 함께 수입금지 명령까지 곧바로 내릴 수 있어 삼성에겐 중요한 승부처가 아닐 수 없다.

지역법원에서의 1차 소송과 ITC 공방이 끝나고 나면 삼성과 애플이 최신 폰과 태블릿을 놓고 벌이는 2차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해 2월 애플이 갤럭시 넥서스를 비롯한 삼성 최신폰을 상대로 제소한 2차 소송 역시 1차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플의 제소에 삼성의 맞제소가 이어지면서 한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였던 1차 소송과 달리 2차 소송에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핵심 기능들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 간 다툼에 구글까지 중요한 당사자로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표준특허-FRAND 규정 둘러싼 공방 이어질 듯

하지만 올해 특허 공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삼성과 애플 간 소송전 승패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IT 시장을 지탱하는 특허의 기본 패러다임이다. 특허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선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허권 남발에서부터 표준특허를 둘러싼 공방까지 다양한 이슈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올해 중요하게 부각될 이슈 중 하나로는 표준 특허를 꼽을 수 있다. 표준 특허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FRAND 규정 역시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FRAND 규정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킨 것은 ITC였다. ITC는 지난 해 11월 삼성에 패배를 안겨준 예비판결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FRAND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당시 ITC는 "침해 행위에도 불구하고 FRAND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입금지 명령(exclusion order)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질문을 비롯한 네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TC는 우선 ▲FRAND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특허 침해한 제품의 수입 금지 가능성 자체를 봉쇄하는 게 과연 타당한 지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자에게 제공한 라이선스가 FRAND 규정에 적합한지를 판단할 때 어떤 법 체계를 적용해야 하는 지에 대해 토론해 달라고 당부했다.

ITC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하게 될 방침은 적어도 미국 내에서 FRAND 규정과 표준 특허 문제에 대한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허괴물 무차별 소송 문제도 핫이슈

특허 괴물들의 무차별 소송 문제 역시 올 한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특허 괴물이란 뾰족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특허 소송만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을 말한다.

실제로 올 들어 인터디지털이란 대표적인 특허 괴물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노키아, 화웨이, ZTE 등을 미국 ITC에 제소했다. 휴대폰 제조 과정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면서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혁신을 생명으로 하는 IT 시장에서 특허괴물은 대표적인 암적 존재로 꼽힌다. 실제로 이들은 삼성이나 애플 같은 거대 기업 뿐 아니라 이제 막 생명을 꽃피우려하는 신생 IT기업들까지 무차별 제소하면서 '물'을 흐리고 있다.

지난 해 12월초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와 법무부가 공동 주최한 특허 워크숍에서 산타클라라대학 법대의 콜린 첸 교수작년 한해 제기된 특허 소송 중 61%는 특허 괴물이 연루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특허 괴물들이 제기한 소송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2011년에도 45%로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특허 괴물들의 소송이 크게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특허 괴물 문제는 특허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모호한 아이디어에 대해 특허권을 남발하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미국 일부 전문가들은 '특허 시스템의 붕괴'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美, 특허제도 근본 패러다임 고민 착수

올 들어선 특허소송이 남발되는 시스템 문제도 이슈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지금 같은 특허 소송 홍수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권 남발 문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미국에선 특허청이 직접 제도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시스템과 방법'을 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무차별 특허 소송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문자로 규정된 소프트웨어 특허권의 기능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허청이 이번에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마련한 것은 특허의 기능과 보호범위를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디자인 특허권은 다소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해 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특허법 개정안에 따르면 디자인 특허권 보호 기간을 15년으로 1년 더 연장하고 한 번 청원으로 최대 100개까지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의회가 디자인 특허법을 개정한 것은 국제 추세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특히 미국 특허법에▲산업 디자인 국제 등록에 관한 헤이그협정과 ▲특허법 조약 등을 적용하려는 것이 이번 법 개정의 주목적이다.

디자인 특허권의 문호를 개방한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산업디자인 등록 등에 관한 헤이그 협약에 가입한 45개국에서 취득한 디자인 특허권은 미국에서도 효과를 인정받게 됐다.

과연 이런 변화들이 올 한해 IT 특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현재로선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여론이 계속 힘을 얻을 경우엔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기대 수준은 그다지 높진 않겠지만 말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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