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한류 확산으로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중국을 중심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동영상 포털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동영상 포털들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국내 방송 프로그램을 주문형비디오(VOD)로 제공하거나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유통 동영상을 2차 사이트로 옮겨 수익을 거두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한국저작권위원회 및 지상파방송사에 따르면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동영상 포털 사이트 중 40% 이상이 중국을 근거지로 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방문자가 수 만명이 넘는 중국 동영상 포털 사이트는 15개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투더우닷컴(tudou.com), 여우쿠닷컴(youku.com), 케이6닷컴(ku6.com) 등이 있다. 이들 사이트에는 우리나라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이 다수 등록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본방송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 사이트에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국내 이용자가 이들 중국 사이트에 접속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사이트 내 동영상 URL만을 공유하는 국내 포털 동호회, 까페 등이 개설되고 있는 것. 프로그램 목록에서 URL을 클릭만 하면 중국 사이트로 바로 연결해 본인 인증 없이 방송을 바로 시청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동영상 포털에 등록된 콘텐츠로 편법 수익을 거두는 사업자도 등장하고 있다. 별도 동영상 사이트를 개설, 중국 사이트에 올라온 콘텐츠 퍼간 뒤 이를 월정액 등 상품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운 한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 사례다.
지상파 관계자는 "원본 영상을 삭제하는 근본적 처방 없이 URL만 가지고 단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국 내 불법 유통을 원천 차단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저작권 침해, 근본 차단 어려워"
국내 방송사는 중국 내 저작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고, 피해 규모 집계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를 넘나드는 저작권 침해의 경우 국가간 공조가 필요하지만 유기적, 상시적 관리감독은 사실상 어렵다.
중국의 경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국내보다 낮기 때문에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저작권 침해 방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부터 한국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가 중국 내 판권보호중심, 판권국 등과 공조해 저작권 관리 감독을 시작했지만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중국 정부도 자국민 보호를 우선하기 때문에 외국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상황이다. 또 중국 현행법상 저작권 침해 사이트가 문제된 콘텐츠를 삭제하면 면책하기 때문에 침해가 재발하기 쉬운 구조다.
저작권위원회가 지난해 저작권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통보했어도 게시물이 그대로 있거나, 삭제했더라도 다시 동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다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지상파방송사와 저작권위원회로 구성한 민관협의체가 자동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해외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국내 저작권자가 중국에 저작권을 등록해 권익을 보호받는 방법,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 등을 민관이 고민하는 중"이라며 "지금은 거의 손을 못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단계적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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