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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해커 포함된 범죄조직 '리니지-던파' 털어


오토프로그램 가동, 포털사이트 해킹해 66만여건 아이디·암호 취득

[박계현기자] 북한 해커를 고용한 일단의 조직이 국내 인기 게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 '던전앤파이터' 등의 게임머니를 취득, 이를 현금화하는 불법을 자행해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북한의 주요 해킹전문기관 출신을 고용해 국내 게임머니 시장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경찰 및 국가정보원은 북한 당국이 연루된 조직적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중국에서 북한 해커와 협력해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등을 해킹해 오토프로그램을 제작·유통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모(43)와 이모(40)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경찰은 이들이 개발한 불법 오토프로그램을 넘겨받아 '작업장'을 운영한 혐의로 강모(36)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에 체류 중인 김모(38)씨 등 2명을 지명수배에 나섰다.

오토프로그램은 이용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게임을 진행시키는 프로그램으로 게임 내 단순작업을 반복해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취득하는 것을 돕는다. 이렇게 취득한 게임머니는 불법 사이트 등을 통해 현금화된다.

정상적인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을 방해하고 게임 내 경제를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업체에선 오토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작업장'은 게임머니나 아이템 취득을 통해 부가이익을 얻는 사업체를 지칭한다.

정 씨 등은 지난 2009년 6월부터 중국 흑룡강성 등지에서 북한 해커들을 고용해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국내외에 이를 유통해 1년6개월동안 64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 북한 해커들은 오토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게임업체와 이용자 사이에 오고가는 암호 정보인 '패킷'을 해킹하고, 국내 한 포털 사이트 이용자 개인정보 66만여 건을 해킹해 정씨에게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의 이메일 내역을 조사하다 보니 아이디와 비밀번호 66만여건이 나왔고, 출처와 사용목적을 물으니 북한 개발자들이 해킹을 해서 보낸 개인정보라는 대답이 나왔다"고 전했다.

경찰이 국정원과 공조수사를 펼친 결과, 이메일 발신처는 김이철이라는 북한 개발자의 이메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작업장들이 해킹당한 포털사이트의 비밀번호, 아이디를 그대로 쓰는 게임업체의 계정을 찾아 아이템을 도용하고 '작업장'에 필요한 아이디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북한 해커들이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등 엘리트 계층으로, 김정일의 통치 자금을 조성하는 '39호실' 산하기관인 '조산릉라도무역총회사' 소속이라고 밝혔다.

정씨 등은 오토프로그램을 공급한 대가로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중국 현지 공급책에게 한 계정당 매 월 200위안(한화 약 3만5천원)의 사용금액을 받았으며 '리니지' 계정의 경우 매 월 2만원~2만4천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55%는 개발비 명목으로 다시 북한 해커들에게 건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온 인력이 1만명이며, 한 개 팀이 7명~10명 사이로 구성돼 이들 팀은 한 팀당 1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범행했던 기간을 고려하면 북한에는 월 500만달러(한화 약 53억원) 가량의 금액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경찰과 국정원은 현재 북한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번 범죄조직이 게임을 해킹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업체들은 "이번 사안이 해킹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넥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해커 집단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변조를 시도하면 실행이 안된다"면서 "그러나 해커 집단이 고급정보가 담겨 있는 BIN파일(패킷정보파일) 변조를 시도해 게임사의 서버가 이용자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정상적인 파일로 인식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역시 "오토프로그램은 게임프로그램을 역공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설계된 불법프로그램이지 해킹은 아니다"며 "엔씨소프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오토프로그램 사용을 막기 위해 약 100만개의 게임계정을 영구제재 조치했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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