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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사태 'IT에는...호재? 악재?'


사람과 IT홀대가 원인으로 지목되며 파장 예측도 각각

[구윤희 · 김병주 기자] '농협 사태는 IT업계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농협의 전산장애가 금융 대란으로 장기화되면서 금융권의 IT서비스 도입과 IT업계에 미칠 파장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농협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IT홀대'가 떠오르면서 IT서비스 분야의 향방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농협은 이번 사태의 후속책으로 보안을 포함한 IT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것이 IT업계에 호재가 될 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IT업계에 호재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악재일 수 있다는 전망들이 엇갈리는 상황. 직접 영향권에 있는 IT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은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삼아 IT분야 및 인력에 대한 위상제고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지만 그같은 바람이 결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 '남은 소들을 위해' 외양간은 고칠까?

농협 사태를 두고 A기업의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거의 모든 분야가 정보화된 상태에서 IT야말로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정보보안 등 IT 제 분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협사태가 지나간 곳에는 '상처'가 가득하지만 이를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아 IT와 전산인에 대한 위상이 제고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A기업의 또 다른 관계자는 "IT홀대에서 비롯된 문제라 IT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이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면서 "농협 문제의 원인이 기술이 아닌 사람 문제일 수도 있지만 수년 동안 IT예산을 줄여온 관행 등은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IT서비스 전문 B기업은 "아무래도 이번 사건으로 IT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다"면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겠지만 '보안불감증'이 만연한 국내 정서상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 IT서비스에는 호재일까 악재일까?

농협 사태가 'IT서비스 산업에 호재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우려와 가능성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IT전문기업이 더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IT서비스 업계에 호재일 수 있으나 '외부인은 못 믿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자체 전산인력을 키우겠다는 기업이 많아져 '전문인력 빼가기' 등의 부정적 기류만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기업 관계자는 "IT서비스업계에 호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금융권에서 자체 전산실을 강화하거나 품질우위인 기업이나 기관을 선정해 확실히 관리를 받는다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자체 전산실 강화 가능성도 높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그는 그러나 "금융권은 금융 분야에 집중하고 다른 분야는 전문 기업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IT는 IT전문기업에 맡기는 게 경제적으로나 효율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고 IT를 쉽게 보는 것도 경계할 일"이라는 것이다.

B기업 관계자도 "호재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명확하게 그렇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상당하다"면서 "결국 경영자 판단에 따를텐데 IT자회사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명 IT서비스 기업인 C기업 관계자는 "오히려 악재일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기업과 연계된 IT서비스 계열기업이나 자회사도 어떻게 보면 그룹 기밀 등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자체 인력은 문제 발생시 바로바로 움직여 주고 대응도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룹 기밀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망 자체를 다른 업체에 맡긴다고 하면 경영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 있다"면서 "이 문제는 시스템 구축 문제가 아니라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가깝기 때문에 자체 운영을 탄탄히 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아웃소싱 물량은 줄어들까 늘어날까?

일부에서는 이미 금융권에서 IT자회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관찰돼 온 만큼 이번 사태로 운영의 핵심을 자회사에 두고 일부만 아웃소싱하려는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IT서비스에 대한 아웃소싱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IT서비스협회 관계자 역시 "농협처럼 자회사가 이미 있는 경우 자체 개발을 늘리는 등 내부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수 있고 IT전반 예산은 늘어도 IT서비스업계로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산 증가 여부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IT투자 문제가 큰 이슈가 된 것은 자명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 "IT예산을 확보하는 연말께에 농협사태의 교훈을 잊거나 흐지부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전산인 처우는 개선될까 나빠질까?

농협사태의 원인이 '시스템보다 사람의 문제'로 주목되면서 IT 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움과 동정, 우려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결국 '내부인의 소행'이었다면 이는 마땅히 지탄할 일이지만 '시스템 관리 엔지니어들에 대한 평가나 지원이 미약한 현실'을 돌아볼 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이유에서다.

IT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사건을 야기시킨 몇몇 기술자들로 인해 업계나 전산인 전체가 매도당하거나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절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IT시스템 분야 D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시스템 문제면 사과하고 수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전면 개편할 수 있지만 사람의 문제라면 앞으로 아웃소싱 산업에도 분명 저해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E사 관계자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거론하며 "만일 사람 문제로 귀결된다면 앞으로 유지보수 인력에 대한 관리와 지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예방할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은 1억짜리 서버를 팔면 5천만원 정도가 유지보수 비용으로 책정되는데 한국은 1억짜리 팔면 1천만원밖에 인정을 못받아 시스템 관리 엔지니어들의 생활은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F사 관계자는 "원인이 사람과 관리, 보안의 문제로 결론난다면 관리 책임자에 대한 회사의 운영 및 관리가 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윤희기자 yuni@inews24.com 김병주기자 kbj0215@i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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