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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콘솔 게임, 냉랭했던 확률형 아이템


[2016 게임가 결산]④ 한글화로 즐거운 콘솔과 논란 여전한 확률형 아이템

[박준영기자] 국내 콘솔 게이머에게 있어 2016년은 행복한 한 해였다. 해외 개발사와 국내 유통 업체들이 기대작을 대거 한글화하면서 언어장벽없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작품도 한글화되면서 게이머들은 이를 구매하기 위해 지갑과 카드를 꺼내기 바빴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콘솔 게임 시장은 격동을 예고하고 있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이하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플랫폼 홀더들이 각각 신형 기기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한편 콘솔 게임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와 상반된 모습을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서 볼 수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여부를 놓고 게이머와 업계는 다른 입장을 보이며 평행선을 이어갔다.

◆콘솔 게임사들, 한글판 들고 한국 시장 본격 공략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와 한국MS, 한국닌텐도 등 플랫폼 홀더의 한국 지사와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BNEK), 인트라게임즈, H2인터렉티브, 디지털터치 등 해외 게임 지사 및 국내 유통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한글화를 진행,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시리즈 발매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글화가 성사된 '슈퍼로봇대전'을 비롯해 ▲파이널 판타지 ▲아이돌마스터 ▲용과 같이 ▲SD 건담 지 제네레이션 ▲토귀전 등의 시리즈 신작이 대거 한글화됐다.

특히 작품 판권 문제로 해외 전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슈퍼로봇대전'과 일본 폭력조직 '야쿠자'를 소재로 삼은 '용과 같이'의 한글화 발매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팬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단순히 한글화만 하는 것뿐 아니라 업체들은 게임의 개발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 작품에 대한 국내 게이머의 관심도를 높였다. 지난 11월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16'에는 SIEK와 BNEK가 B2C(개인 대상) 부스를 운영했으며 다양한 신작이 현장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내년에도 한글화 발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PS VR 전용 타이틀 '서머 레슨: 미야모토 히카리'를 비롯해 ▲슈퍼로봇대전 V ▲마녀와 백기병 2 ▲베르세르크무쌍 ▲액셀 월드 VS 소드 아트 온라인 ▲다운타운 난투행진곡 등의 한글화가 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한글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업체들도 해외 시장 공략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글화 타이틀이 많아지면서 업체 간 경쟁력도 심화됐다. 이전처럼 '한글판'이라고 이용자들이 무조건 사주는 상황이 아니다. 유통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형 콘솔 게임기 등장으로 뜨거워진 콘솔 게임 시장

콘솔 기기가 PC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면서 플랫폼 홀더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같은 게임도 PC로 즐겼을 때 쾌적하고 훨씬 좋은 퀄리티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와 MS, 닌텐도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형 게임기 개발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작품을 대중에 공개한 것은 소니다. 소니는 지난 11월10일 신형 PS4 'PS4 프로'를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동시 발매했다. 'PS4 프로'는 PS4보다 GPU와 클록 등 기기 자체 성능이 향상됐으며 4K 해상도 출력과 HDR(하이 다이내믹 레인지) 기능을 지원한다.

'Wii U'의 흥행 참패로 소니에 거치형 게임기 시장 정상의 자리를 내준 닌텐도는 신형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를 발표했다. '닌텐도 스위치'는 집에서 즐기는 '거치형' 게임기와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플레이하는 '휴대용' 게임기의 특성을 결합해 주목받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내년 3월 출시될 예정이다.

MS도 신형 게임기 '프로젝트 스콜피오'를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 스콜피오'는 경쟁자인 'PS4 프로' '닌텐도 스위치'를 압도하는 성능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 스콜피오'는 내년 말(홀리데이 시즌) 발매된다.

신형 기기가 모두 시장에 공개되는 2017년 말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솔 업계 관계자는 "콘솔 게임기가 PC보다 성능이 떨어지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형 게임기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것"이라며 "1990년대 이후 닌텐도와 소니가 콘솔 시장 정상의 자리를 번갈아 차지했다. MS가 '프로젝트 스콜피오'로 이러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게이머와 업계 간 온도 차 여전히 큰 '확률형 아이템'

게임머니 또는 게임 포인트의 소모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제공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올해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다수의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으로 주요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과금 유도 및 사행성 조장, 불확실성에 따른 게임사와 게이머 간의 불신, 확률 조작 우려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해 왔기 때문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 등의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10월에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 이하의 기댓값을 갖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으로 분류하도록 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셧다운제'나 '쿨링오프제' 등 게임 규제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게이머들은 정치권의 '확률형 아이템' 제재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이전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시민단체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8월 1천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사행성 등 부정적 요소가 크다'는 평가가 전체 90.6%(940명)에 이르렀으며, 90.3%(936명)의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의 법제화를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와 정치권의 압박에 업계는 뒤늦게 '확률형 자율규제 정책협의체(이하 정책협의체)'를 11월에 출범하고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정책협의체' 역시 법안 발의 후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정치권에서는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국에서 내년 5월1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화부는 지난 8일 자국 내 온라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기능, 가격, 비율 등 세부 정보를 공식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도 최대한 법적 규제를 피하고 돌아선 게이머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자율규제에 대한 업체 간 이견 차로 인해 단일화된 방안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입법이 발의된 지 수개월이 지났고 정책협의체 모임도 있었지만 특별히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 끌기'만 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교수) 역시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을 신속히 내놓는 것은 물론, 언론과 학계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알려 이슈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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