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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랫폼시대 "독자 있는 곳에 뉴스 있다"


[아이뉴스24 창간 14년 기획]뉴스는 여전히 히트상품…깊이-관점으로 승부

[김익현기자] 지난 2013년 10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디지털 시대에 TV를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In Digital Era, What Does ‘Watching TV’ Even Mean?)’란 도발적인 제목을 단 기사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 성인들의 하루 평균 TV 이용 시간은 4시간 31분으로 집계됐다. 전년인 2012년에 비해 TV 시청 시간이 7분 가량 감소한 수준. 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스크린 이용 시간은 5시간 16분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TV를 덜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 태블릿 뿐 아니라 노트북PC 등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이 보고 있다. TV는 덜 보지만, TV 프로그램은 더 많이 보는 현실. TV 앞에 앉은 가족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개인 기기를 이용하는 카툰이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기사에서 21세기 미디어 종사자들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하나 던지고 있다. “과연 이 시대에 TV를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독자 기다리던 시대는 가고…이젠 찾아 나서야

TV를 보진 않지만, TV 콘텐츠는 더 많이 소비하는 시대. 21세기 미디어 지형도를 한 마디로 요약해주는 말이다. 이 명제는 TV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콘텐츠 사업자라면 예외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21세기 미디어 기업의 고민은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신문을, 혹은 인터넷신문을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여기서 잠시 10년 쯤 전, 대학 도서관으로 한번 돌아가 보자. (우리가 도민준 매니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상 속에서 시간을 거스르는 것까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점심 식사 직후 도서관 신문 진열대엔 의레 학생들로 붐볐다. 전날 중요한 스포츠 경기라도 있을라치면, 스포츠신문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앞에선 학생이 다 보고 난 뒤에야 간신히 신문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뉴스를 보려면 뉴스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야 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뉴스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딘가 자리를 잡고 앉아야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지난 10년 사이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젠 뉴스 생산자들이 독자들을 찾아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 물론 신문을 들고 찾아간다는 얘기는 아니다. 독자들이 모여 있는 곳, 즐겨 찾아가는 곳에 뉴스를 갖다 놓아야(?) 한다.

무슨 말인지 확 와닿지 않는가? 포털 뉴스를 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2005년 이후 대한민국 뉴스 시장의 중심엔 네이버가, 그리고 다음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뉴스 시장의 강자로 올라선 이유는 단 한 가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도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도, 또 대놓고 언론사를 자처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 뉴스를 던져준 덕분에 포털은 뉴스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됐다.

◆뉴스 생산 뿐 아니라 소비도 '스트리트 저널리즘' 바람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사람들은 예전처럼 신문을 보지 않는다. 뉴스 사이트를 북마크해놓고 아침마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상당수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뉴스를 건져 올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3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이용률(68%) 및 뉴스 이용률(55.3%)이 사상 처음으로 데스크톱PC 이용률(64.4%)과 뉴스 이용률(50.7%)을 넘어섰다.

신문의 위기에 대해 진단한 언론진흥재단의 ‘스마트 시대 신문의 위기와 미래’는 좀 더 명쾌하게 최근의 미디어 현실을 진단한다. “현재 신문의 위기는 뉴스와 정보의 위기가 아니라, 종이라는 플랫폼의 위기”라는 것. 정보 소비 욕구는 여전하지만, 단일 플랫폼을 통해서만 뉴스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스트리트 저널리즘(street journalism)이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뉴스 현장을 지나던 행인들이 직접 목격한 사건을 곧바로 올리는 상황을 묘사한 말이다.

지난 해 2013년 7월7일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 사고 때 ‘스트리트 저널리즘’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줬다. 사고 소식은 때 마침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삼성전자 부사장이 재빨리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서 순식간에 퍼졌다.

여기까진 서막에 불과했다. 며칠 뒤 CNN이 단독 공개한 사고 장면 동영상도 때 마침 인근 지역을 지나던 행인이 찍은 것이었다. 이 영상은 기자들이 평생 한 번 할까 말까한 초대형 특종이었다. 전통 언론 입장에선 항공기 착륙 충돌이라는 초대형 사건에 대한 '최초 보도'와 '독점 영상' 모두 일반인에게 빼앗긴 셈이다.

그 동안의 ‘스트리트 저널리즘’ 논의는 이런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곧바로 올릴 수 있다는 게 주 이슈였다.

하지만 저널리즘 지형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소비 행태 변화’다. 이젠 뉴스 소비 측면에서도 ‘스트리트 저널리즘’이 상식이 됐기 때문이다. 소파나 화장실에 앉아서 뉴스를 소비하던 시대는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이젠 길을 걸어가면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반면 한 자리에 앉아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는 언론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을 들고 움직이는 독자들을 직접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밥상차려 놓고 ‘집 토끼’가 몰려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간 낭패를 당하는 상황이 됐다.

◆가디언-애틀랜틱 등 세계 유수 언론들도 '멀티 플랫폼' 고민

이런 상황 변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보기에 따라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뉴스 소비의 주도권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고 주장한다면, 과잉해석일까? 이에 덧붙여 이젠 뉴스 생산자들도 ‘멀티 플랫폼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당위 명제를 끌어내는 건 또 어떨까?

실제로 세계 유수 매체들은 최근 들어 ‘단일 플랫폼 시대의 종언’이란 경고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영국 뿐 아니라 세계를 대표하는 유력지 가디언에선 아예 종이신문을 없앨 수도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본사 건물 안에서 종이신문을 없앴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다매체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선 기자들의 사고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미디어들도 마찬가지다. 가넷 같은 거대 미디어그룹이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디 애틀랜틱’이나 ‘포브스’ 같은 잡지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플랫폼 다양화 전략을 폭 넓게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포브스’는 잡지와 별도로 인터넷 공간에선 다양한 필자들을 영입해 고품격 콘텐츠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 ‘디 애틀랜틱’은 종이 잡지 일변도 전략에서 과감하게 탈피, 웹 사이트와 모바일 앱, 태블릿 앱 등을 통해 수익을 다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전략은 단순히 수익을 올리기 위한 차원에서만 추진되는 건 아니다. 인터넷 및 모바일 전략을 통해 독자들과의 소통을 좀 더 강화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해 제프 베조스가 2억5천만 달러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사건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베조스가 개인 자산의 1%만 가지고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아마존이란 콘텐츠 플랫폼과 킨들이란 기기를 잘 결합한 베조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눈을 돌리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란 콘텐츠 상품을 킨들을 비롯해 자신이 보유한 플랫폼과 결합하는 작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패키지 형태의 또 다른 멀티 플랫폼 전략을 선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아이패드용 큐레이션 매체로 유명한 플립보드가 CNN으로부터 자이트(ZEIT)를 인수한 것도 마찬가지다. 플립보드의 자이트 인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통 매체인 CNN이 큐레이션 사업을 포기한 모양새. 하지만 그 이면을 파고 들면 CNN이 플립보드와 함께 멀티 플랫폼 사업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의미도 읽어낼 수 있다.

◆플랫폼 다양화-브랜드 인지도 향상 '두 마리 토끼'

조간 신문을, 9시 뉴스를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좋았던 그 시절. 여론을 뒤흔드는 모든 권력은 기자와 언론사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니 굳이 유통과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뉴스를 내보내면 독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심하게 얘기하면, 이젠 뉴스 생산자들이 독자들 앞에서 구애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시대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불을 지핀 ‘멀티 플랫폼 시대’란 괴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맞아 어떤 변신을 꾀해야 할까? 뉴스에 달콤 쌉싸름한 조미료를 칠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예쁘게 생긴 프로모션 걸을 앞세워야 할까? 그렇게 해서라도 독자들의 시선을 잡는 게 시장에서 이기는 길일까?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Social, Search & Direct: Pathways to Digital News’란 보고서는 이런 고민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얹어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마크 등을 통해 직접 사이트를 방문한 독자들은 한 회 방문 당 체류 시간이 4분26초에 달했다. 반면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에 있는 링크를 타고 방문한 독자들의 체류 시간은 평균 1분42초와 1분41초 수준에 불과했다.

한 번 방문할 때 읽는 페이지 수 역시 직접 방문자가 24.8 페이지 수준인 반면 검색엔진(4.9 페이지)과 페이스북(4.2 페이지)는 5페이지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뭘까? ‘산토끼’(불특정 다수 독자)들을 마구 쫓아가는 전략이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꾸준히 찾아주는 ‘집토끼’(고정-충성 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뻔한 결론이긴 하지만, '깊이 있고 관점 있는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는 멀티 플랫폼 전략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닐까?

◆창간 14년…아이뉴스24의 멀티 플랫폼 전략은?

먼 길을 돌아왔다. 생각을 이어갈수록 답이 없는 얘기들. 이제 우리 얘기를 한번 해보자. 어느 새 창간 14주년을 맞이한 아이뉴스24 얘기 말이다.

14년 전 처음 닻을 올릴 때, 우리는 감히 ‘미디어 혁명’을 꿈꿨다. 정적이고 틀에 박힌 미디어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새로운 미디어. 그게 우리가 꿈꾸고 그렸던 미디어였다.

출발은 창대했다. 연이어 쏟아낸 특종들과 신선한 형식 실험에 찬사가 이어졌다. 여전히 높고 두터운 현실의 벽에 부닥쳐 때로 좌절하기도 했지만, 아이뉴스24를 비롯한 신생 인터넷 언론들은 한국 저널리즘의 기존 상식을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뜨렸다.

하지만 세월과 함께 우리들의 꿈과 희망에도 조금씩 더께가 내려 앉기 시작했다. 어느 새 우리는 미디어 변혁을 꿈꾸는 아웃사이더에서, 주류 질서의 한 축을 지키는 ‘기득권층’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2014년.

지금 우리 앞에는 해답을 찾기 힘든 여러 문제가 놓여 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미디어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하고 거칠다. 미디어 혁명이란 찬란한 꿈보다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현실적인 외침이 더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 같다.

14년 사이에 상황이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여러 가지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현실은 교과서 속 수학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난 그 중 ‘멀티 플랫폼’이란 시대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를 전개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원인 진단이 있으면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뒤따라야 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원칙은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IT 전문 언론으로서 독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다짐. 그러기 위해선 한 뼘 더 깊은 뉴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한 발 더 뛰고, 한 번 더 생각하는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할 것이다. 그건 "이기려면 골을 많이 넣어야지"라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럴테면 농구 감독이 작전 시간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

“우리가 지금 지고 있지? 왜 그런지 알아? 우리가 상대보다 득점을 더 적게 하고 있기 때문이야. 자, 여기 둥근 게 보이지. 그래. 골대야. 그 곳에 공을 집어 넣어.”

이런 뻔한 얘기가 되지 않으려면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멀티 플랫폼. 그렇다. 플랫폼 대중화, 혹은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처절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이젠 독자들 가운데로 달려가겠다는 다짐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14년, 아니 수 십 년을 더 생존하기 위해선 꼭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 쉽지 않은 과제를 이뤄내기 위해 온 몸 다 쏟아부을 것이란 다짐을 해 본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우리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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