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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의 현주소···'다시보기' 상품으로 전락


"가입자 증가 빠르지만, 차별화 없어"

[강호성기자] IPTV 가입자가 400만명을 넘어서며 기세를 떨치고 있다. IPTV 업계는 지난 2009년 1월 실시간 방송이 포함된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8개월 만에 유료방송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를 드러내 자랑하는 IPTV 기업 관계자들은 드물다. IPTV의 현실이 외형적 성장 모습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증가속도 가장 빨라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가 지난 7월 집계한 IPTV 3사의 실시간 가입자 수는 400만2천441명으로 400만 가입가구를 넘어섰다. 주문형 비디오(VoD)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가입자는 443만 명이다. 유료방송 전체가입자의 18%를 IPTV가 차지하는 것. 업계는 내년 상반기 중 500만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PTV는 상용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100만 가입자를 넘었다. 케이블TV는 4년5개월, 위성방송은 1년9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스피드'가 남다르다. 그래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IPTV가 방통융합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가입자 증가 속에서도 IPTV 분야는 양극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기준 KT 올레TV 가입자는 270만명에 달한다. SK브로드밴드가 90만, LG유플러스가 80만인 것과 비교하면 KT의 독주라 할 수 있다.

KT의 독주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가 큰 역할을 했다. 자회사 스카이라이프의 고화질(HD) 방송과 IPTV(다시보기), 초고속인터넷, 전화 등을 묶음판매한 것이 인기를 끌었다. 270만 가입자 가운데 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100만을 넘게 차지한다.

◆'다시보기-끼워팔기용'

이처럼 IPTV가 성장세를 타고 있다지만, 속사정은 차이가 있다.

우선, 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KT의 올레TV 조차도 IPTV 가입자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값싸게 스카이라이프 채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IPTV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HD채널 수십 개와 다시보기를 저렴하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화나 초고속인터넷과 묶은 결합상품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KT 관계자들도 초고속인터넷이나 유무선 통신부문의 마케팅보다 올레TV스카이라이프 결합상품 마케팅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결국 가입자들에게 IPTV는 다시보기(VOD)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KT는 IPTV 사업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국내 최초 IPTV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그룹 내부에서는 IPTV 사업을 공공연하게 '계륵'처럼 바라보고 있다. 브로드앤미디어(옛 하나로미디어)는 적자공장으로 전락했다. SK 경영진의 머릿속에는 여기에다 위성DMB 사업을 하던 TU미디어의 기억도 교차한다. SK계열사 관계자는 "TU미디어처럼, IPTV 사업 역시 전력을 다해야 할 사업으로 보지 않아 투자를 꺼리는 서비스가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TV 시대를 맞아 TV를 미디어의 중심에 놓고 전략을 짜는 기업들이 많지만, SK텔레콤은 모바일 중심의 n스크린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룹 내 미디어 전략을 놓고도 '텔레콤 DNA'를 가진 세력과 '인터넷 DNA' 세력이 물과 기름처럼 갈라진다.

SK그룹이 SK텔레콤으로부터 플랫폼 기업을 분사해 SK플래닛이라는 별도 회사를 만든 것 역시 미디어 전략에 대한 내부조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LG유플러스의 IPTV 서비스는 지상파 다시보기와 일부 '구색갖추기용'을 제외하면 서비스 런칭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IPTV는 지상파 본방사수를 못한 이들의 다시보기용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IPTV 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KT는 몰라도, 나머지 기업은 투자도 없고 수익도 없어 끼워팔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절대 차별화' 목소리는 어디로...

IPTV는 방송이냐 통신이냐의 첨예한 논란 끝에 탄생했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통신서비스라는 통신사들의 주장과 케이블TV처럼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니 방송이라는 방송업계가 맞부딪혔다.

논란 끝에 IPTV가 방송법과 달리 '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에 근거해 탄생한 것은 케이블TV와 차별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포함하려던 KT가 가장 적극적인 모양새를 보이면서, IPTV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사업자들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IT와 방송이 결합된 다양한 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KT의 일부 시도를 제외하고 나면 IPTV 사업은 수세적 방어를 위한 상품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사업 초기 'IT를 활용한 화면구성의 이용자편의성(UI)' 등 뉴미디어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특화된 콘텐츠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시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 기존 지상파 및 인기 케이블TV 채널 확보를 위한 계약연장이 가장 큰 관심사로 자리했다. 이런 식이라면 IPTV가 '또 하나의 테레비'로 이미지가 굳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다시보기 수준의 서비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정책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사업승인 이후 IPTV에 대해서는 가입자 증가 목표달성에만 매달렸다"며 "사업자들도 가입자 증가만 신경쓰면 그만이었다"고 말했다.

PC처럼 인터넷 검색을 자유롭게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각종 앱을 사용하고 TV 시청을 하면서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 불과 몇 년 전 IPTV가 내걸었던 이 구호는 이제 스마트TV의 것이 돼버렸다.

IT 분야의 한 연구원은 "모든 정보기기와 네트워크가 IP로 수렴되는 지금의 미디어환경에서 IPTV의 장점이 그 어느때보다 클 수 있는데도 사업권 획득과 폐쇄적 나눠먹기 시장에 만족하다보니 케이블TV와 차별성이 없는 서비스가 됐다"며 "끼워팔기 서비스라는 인식을 버리고 과감하게 콘텐츠 투자를 늘려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뉴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통신사들의 IPTV와 TV 제조사들의 스마트TV 경쟁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IPTV 업계가 과연 재도약을 위한 변신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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