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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美 IT경기…붐인가, 버블인가?


[김익현기자] "제2의 닷컴 버블인가? 아니면 본격 성장 국면으로 들어선 것인가?"

실리콘밸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가 새로운 희망봉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동안 줄어들던 IT산업 종사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10여 년 전 닷컴 붐이 한창일 때 수준에 육박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제2의 IT 붐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일부에선 '조만간 꺼질 거품'이란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1999년 반짝 달아오른 뒤 2000년에 무참하게 몰락한 '닷컴 붐'의 복사판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 시간) 최근 상황을 IT 붐이 절정으로 치닫던 1999년과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IT 종사자 수도 2000년 수준 육박

최근 IT 시장 상황을 보면 가히 눈이 부실 정도다. 페이스북, 징가 등 대표적인 SNS업체들은 2년 전에 비해 기업 가치가 5배 가량 늘었다. 대표적인 소셜 쇼핑업체인 그루폰은 250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루폰의 시가 총액은 14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페이스북과 함께 SNS 대표주자로 꼽히는 트위터 인수 경쟁도 활발하다.

최근 들어 수면 밑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한 때 트위터 인수 예상 가격이 80억~100억달러까지 호가됐다. 트위터의 지난해 매출은 4천500만달러에 불과하다. 또 올해 매출 규모는 1억~1억1천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불과 두 달 만에 트위터의 기업 가치가 100억달러까지 솟아오른 것. 그러자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SNS를 중심으로 한 제2의 IT 거품"이라고 경고했다.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 지역 IT 업계 종사자 수도 크게 늘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지난 해 말 샌프란시스코의 IT업계 종사자 수는 3만2천18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당시 수치인 3만4천116명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닷컴 거품이 완전히 꺼진 지난 2004년 샌프란시스코의 IT업계 종사자 수가 1만8천명을 겨우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비즈니스 모델 등 '그 때와 달라'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1999년과 2011년 상황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1999년 닷컴 붐을 주도한 기업들이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아이디어 기업'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SNS 붐을 주도하는 페이스북 등은 만만찮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1999년엔 주식 시장의 최대 화제가 연이은 IPO였다.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에는 IT업체들의 기업공개(IPO) 건수가 208건에 달했다. 이는 그 해 전체 IPO의 절반 수준이다. 이 업체들 중 상당수는 IPO 덕분에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됐다. 물론 불과 몇 개월 뒤엔 이 중 대부분의 업체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반면 최근 들어선 IPO 바람이 잦아든 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해에는 IT 관련 IPO 건수가 20건에 불과했다.

더 큰 차이는 바로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유무다.

1999년 닷컴 붐이 한창일 때만 해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수 십억 달러를 끌어모은 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식료품 전문업체인 웹밴(Webvan). 이 회사는 IPO를 앞두고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미국의 세쿼이아 캐피털,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10억달러 가량을 유치했다.

특히 웹밴은 상장 첫날 시가 총액이 65%나 뛰어오르면서 투자자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흥분도 잠시. 상장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서 파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올해는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닷컴들이 적지 않다. 페이스북은 매년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소셜쇼핑 업체인 그루폰 역시 지난 2009년 6월 이후 흑자로 돌아섰다. 그루폰의 올해 매출은 수 십억 달러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SNS 광고 시장 역시 본격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e마케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SNS 광고시장 규모는 30억8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올해 미국 SNS 광고 시장 규모는 전체 온라인 광고 시장의 10%에 이르게 된다. 또 지난 해 SNS 광고 시장 규모에 비해선 55% 가량 성장한 수치다.

e마케터는 또 미국 SNS 광고 시장은 내년에도 27.7% 성장한 4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보급률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1999년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는 2억4천800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5%에도 채 못 미쳤다. 하지만 현재는 20억 명을 웃돈다. 전 세계에 거주하는 세 명당 한 명 꼴로 인터넷을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 회사인 토머스 위젤 파트너스 창업자인 토머스 위젤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0년에 비해 지금은 투자 대상 인터넷 기업의 풀이 엄청나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묻지마 투자'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었단 얘기다.

◆'과잉 투자' 우려도 만만찮아

1999년 닷컴 붐 당시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처음엔 각종 IPO 관련 수수료 등으로 수입을 올렸다. 톰슨 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1999년 닷컴 붐이 한창일 때 월가 투자사들의 수수료 수입만 13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IT 붐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직접 투자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당시 투자사들은 몇 주 만에 투자금을 두 배 이상으로 불릴 것이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

대표적인 것이 골드만 삭스. 이 회사는 1998년 골드만삭스 캐피털 파트너스란 자회사를 통해 28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시작. 1999년과 2000년 두 해 동안 IT 관련 기업에 투자한 건수만 56건에 달함. 한 기업당 평균 투자 액수도 2천700만 달러에 달했다.

당시 IT 분야에 총 17억달러를 투자했던 골드만삭스 캐피털 파트너스는 IT 붐이 꺼지면서 40% 가량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부분에선 최근의 여러 움직임들에 우려스런 부분이 적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실제로 올 들어 월가 금융기관들은 인터넷 신생 기업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업체들이 집중적인 타깃이 됐다. 페이스북 투자사 중 한 곳인 액셀 파트너스는 미국과 중국에서 20억달러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는 최근 15억달러를 끌어 모았으며, 그레이폭 파트너스 등도 최근 6개월 사이에 30억달러를 유치했다.

이들 중 페이스북 같은 기업에 투자해 '잭팟'을 터뜨리는 투자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실패할 위험도 적지 않은 편이다. 모든 기업들이 페이스북처럼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폴 믹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소수 투자자들만 '승리자'를 택할 수 있으며, 상당수 투자자들은 실패할 기업들에 돈을 쏟아붓거나,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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