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짜리 LCD모니터에 10만원 위약금도 대신 내줍니다." 올초 KT 유통점이 후발사업자의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해 내걸었던 조건이다.
"전화 불통, 더 이상 참지 마십시오! 하나로텔레콤 전화가 있습니다!!!" 이는 하나로텔레콤 구미고객센터가 지난 2월28일 전화불통 사태 후 광고전단지에 실은 내용이다.
현행 법상 상품 가격의 10%를 넘는 비싼 경품을 주거나 위약금을 대납해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업체들은 단속기관을 비웃기라도 하듯 틈만 나면 불법과 탈법 상행위를 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업계가 경쟁사를 상대로 '죽고 죽이기 게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것은 통신산업이 심각한 경쟁의 피바다(레드오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은 극도로 위축돼 있지만 기업은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 가입자를 뺏는 것 외에는 다른 생존방법이 없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통신산업의 현주소다.
수치로만 보면 통신서비스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유선전화시장은 매년 2%씩 감소하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0.8% 가량 성장세이고, 이동통신도 5% 정도는 해마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정도 성장 규모로는 매년 매출과 이익의 성장률을 높여야 하는 기업들이 생존하기에는 팍팍하기만 하다.
특히 통신업체들은 이미 대형 몸집을 가진 '공룡'처럼 됐다. 공룡들로서는 정체되고 심지어 줄어드는 시장은 더 이상 살기 어렵다.
또 주주들이 요구하는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더구나 기술발전으로 인해 인터넷전화(VoIP),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신규서비스가 잇따라 나오면서 기존 서비스를 대체해 간다. BcN(광대역통합망)으로 대표되는 올IP(ALL IP) 시대가 오면 음성통화에서 돈 버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같은 신규서비스를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하지만 수익은 늘 그 자리에 머문다. 서비스의 종류만 바뀔 뿐, 부가가치는 높아지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사업자들이 신규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는 이유다. 기존 투자에서도 아직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했는데 이를 버리고 새로운 망으로 옮겨가는 것이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게다가 경쟁자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주요사업자군 및 사업자현황('05년 4월 기준)
사업자군 | 개수 | 사업자 | 진입규제 |
기간통신사업자 | 8 | KT,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온세통신, 드림라인, 데이콤, EPN, SK네트웍스 | 허가 |
방송사업자 | 67 | MSO를 비롯한 SO 50개, RO 17개 | 신고 |
별정통신사업자 | 30 | 삼성네트웍스, SK텔링크, 단지넷, NTT코리아 등 | 등록 |
합계 | 105 |
가입자수 1천200만명, 연매출 4조3천억원('04년 말 기준)인 초고속인터넷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는 무려 105개.
KT나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온세통신, 드림라인, 데이콤, EPN, SK네트웍스 등 기간통신사업자만 있는 게 아니다. 방송사업자 67개, 별정통신사업자 30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회선설비임대사업자인 파워콤이 진입을 허가받고, 유선방송업체(SO)들이 공동법인을 만들어 TPS(케이블TV+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피 튀기는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03년 4월 두루넷에 이어 온세통신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통신 업계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보통신부는 시급히 주요 사업자들과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 대책반'을 구성했지만 지금까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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