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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산업, 이젠 푸른 바다로 -3] 통신산업 블루오션의 '암초'...정부규제


 

통신산업이 레드오션을 벗어나 블루오션으로 가는데 가장 큰 변수가 정부의 규제정책이다. 블루오션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별업체들의 노력도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성공할수도 실패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정 영역에서의 경쟁자 수, 경쟁의 강도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좌우된다. 또 정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제도, 요금규제, 접속료 규제 등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의 강도는 크게 달라진다. 결국 정부의 규제정책에 따라 레드오션의 붉은 정도가 결정적으로 좌우된다는 말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작금의 통신산업이 핏빛 바다에서 출혈경쟁을 펼치게 된 데는 사업자간 자발적 경쟁외에도 상당부분 정부 정책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통신산업이 블루오션을 찾아가는데 있어 정부의 규제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짚어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통신산업은 초기 네트워크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연독점성'이 강하고, 특정 네트워크에 가입한 사람 수가 증가할수록 이용자들의 효용이 증가해 이른바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네트워크 외부성'이 큰 영역이다. 특히 공공재 성격으로서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수단으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고, 정부가 개입해 일정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일부 이론이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의 주된 논리다.

그러나 10~15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굴지의 외국 통신업체가 작정하고 덤벼도 견뎌낼만큼 경쟁력을 갖췄는가 자문해 보면 대답은 회의적이다.

유선시장에서는 시내, 시외, 국제 전부분에서 여전히 선발사업자의 지배력에 큰 변화가 없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서도 1위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차지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선시장에서는 선·후발사업자 모두 경영상황이 나쁘다. 선발업체인 KT는 매출과 수익성 정체에 허덕이고 있다. 후발업체들 중에서는 이미 두루넷, 온세통신 등이 법정관리의 구렁에 빠졌고, 결국 두루넷은 하나로텔레콤에 합병당했다. 경쟁과정에서 M&A가 일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루넷을 인수한 하나로텔레콤은 경쟁력을 갖춰느냐는 질문에는 역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선통신 시장 역시 건강한 상황은 아니다. 선발사업자는 선발사업자대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하향평준화 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잃었다고 불만이다. 후발사업자들 역시 정부의 정책실패로 불공정한 경쟁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이익만 언젠가 구축될 이른바 '유효경쟁체제'를 위해 담보로 잡혀와야 했다.

이쯤이면 정부의 정책을 심도 깊이 반성해 봤어야 한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근년에 들어와서는 소위 'Principle of Ambiguity'를 내세워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왔다.

진대제 장관은 이에대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정부가 특별한 정책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대답했다. 시장 팽창기에는 사업자들이 신규가입자 확보에 주력하다보니 정책에 대한 불만이 없다가 신규시장이 더이상 늘어나지 않자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기대려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태적 정책 태도는 결과적으로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 전체를 레드오션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말았다. '성숙한 시장'을 지켜만 보면서 그 시장에서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막는 데만 관심을 쏟다가 새로운 시장으로의 물꼬를 터주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만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기업이 신규시장 창출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산업 육성 중심의 동태적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한편 2000년대들어 대표적인 통신정책이었던 '통신 3강체제'(이에대해 정통부는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3강체제 구축을 정책목표라고 밝힌적이 없다"고 하고 있다)도 향후 업체들의 블루오션으로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반성해 봐야 한다.

정통부는 이른바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선발사업자의 요금인가 정책, 접속료 정책, 전파사용료 차등 정책, 단말기 보조금 금지정책 등을 펼쳐왔다. 이들 정책은 분명 선발사업자의 약탈적 요금정책이나 과도한 영업을 막음으로써 시장의 안정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시장을 고착화시켜 후발사업자로 하여금 보호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 유약하게 만든 측면도 분명 있다.

WCDMA 등 신규서비스에 통신업체들이 적극 투자를 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굳이 막대한 자금이 드는 신규투자를 하지 않아도 기존 서비스 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물론 시장전망이 어두운 것이 더욱 본질적인 이유라고 해도...

또 유효경쟁체를 위한 각종 정책은 업체들, 특히 선발사업자로 하여금 기업경영을 효율화 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유인요소를 막아왔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곧바로 규제가 뒤따르고, 효율적 경영으로 수익을 남기면 곧바로 요금인하 압력으로 되돌아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통부의 유효경쟁정책은 선발 사업자에게는 초과인윤을 보장하고, 후발 사업자에게는 선발 사업자의 바로 턱밑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를 용인해 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블루오션으로 가고싶지 않은 업체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다른 산업과 달리 정부의 규제가 강한 통신산업에서는 규제가 업체들이 블루오션으로 가는데 있어 암초 역할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통신산업의 큰 물줄기가 '융합(컨버전스)'이고, 당장 가장 가까이 있는 블루오션이 '융합의 마당'일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 규제가 시장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블루오션 전략에 바란다"...정통부의 충고

다음은 통신업체들의 블루오션 노력에 대해 정책당국인 정보통신부 고위 공직자의 충고다.

"기업이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습니다.

특히 최근 IPTV와 관련 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책임을 느낍니다. 그러나 블루오션이라고 해서 공정경쟁을 제한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KT가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 KTF와 합병하려 하면 다른 업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미 시장에 진입해 있는 업체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것이 블루오션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블루오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신규사업자가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영역의 시장만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블루오션은 새로운 매출과 고용이 뒷받침 돼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신규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블루오션의 요체 아니겠습니까. 무선망 개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선망 개방이야 말로 많은 통신관련 업체들에게 블루오션의 기회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기존 시장을 잠식할까봐 WCDMA 투자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통신업체대한 규제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규제 혜택을 많이 받는 것도 이미 시장에 진입해 있는 기존 업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통부가 VoIP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기존 업체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 저는 국내 통신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지 않고 과점체제로 있었다면 우리기업이 지금처럼 경쟁력이 강해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통신산업이 정체에 달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 정통부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규제를 강화해야 할 영역과 완화해야 할 영역을 살펴서 시행해 나갈 것입니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이러다 보니 정부의 규제가 무서워 추춤거리게 되고, 심지어는 개발을 끝냈다가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통신업체 경영자들의 푸념이다.

물론 신규 상품이 기존 시장의 경쟁왜곡을 초래할까 우려하는 것이 정부의 심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블루오션으로 나가는 물꼬를 막아둬서는 안된다. 경쟁저해 행위 위험 보다 소비자 효용의 증대효과가 높다고 판단되면 결합서비스도 과감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할지라도 경쟁환경이 성숙됐다고 판단될 경우 결합판매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이같은 정책들이 2000년대 들어와서 시행이 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도 문제지만 일관성 없이 그 때 그 때 땜질직 정책도 문제로 지적된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기존 규제의 틀의 관점에서 보면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출하는데도 임시방편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정통부 만의 문제는 아니다.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는 규제기관 및 제도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다.

최근 IPTV논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 외국은 1996년을 전후해서 디지털시대에 대비하는 채비를 차렸다. 즉 방송통신의 상호진입 허용, 시장점유율의 상한선과 기업결합의 상한선 제고, 시장진입과 자본의 결합, 시장획정 등에 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덕분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통신+방송+인터넷을 아우르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 등장해 세계시장을 집어삼켜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기관간, 업종간 이해관계를 조율해 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도 현재로서는 물건너간 분위기다.

거대한 블루오션이 될 영역이 정부의 제도 미비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통신업체들은 이제 정부가 적극적인 산업육성의지를 갖고 정책에 임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 고위 임원은 "지금까지 정통부 정책을 보면 요금체계 등에서 소비자 위주로 돼 있다"면서 "서비스 업체와 장비업체를 동시에 보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위주로 보다 보면 서비스 업체로서는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장비업체의 가격인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또다른 업체의 임원은 "정통부가 통신업체들을 블루오션으로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신규 시장인 VoIP에 너도 나도 참여하면서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도 되기 전에 붉게 물들고 있다. 또 오는 2008년이면 마이너스 성장이 예견돼 있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도 '제로 섬' 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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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 결합서비스 허용 현황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주요 통신사업자들에 대해 결합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국내 통신업체들의 블루오션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캐나다에서는 1994년부터 결합서비스가 등장했다.

벨케나다는 시내전화와 이동전화의 결합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유무선의 번호를 하나로 제공하는 '심플리 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1999년부터 결합서비스를 허용해 왔고, 이에따라 BT는 2000년부터 시내, 시외, 국제전화 및 인터넷 상품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할지라도 경쟁환경이 성숙됐을 경우 결합판매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호주도 1999년부터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추세다. 이에따라 텔스트라를 비롯한 주요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부터 결합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모든 통신사업자에게 기본통신, 부가통신, 가입자단말의 결합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브라이존의 'Veriation AII'출시 등 유선통신사업 중심에서 이동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결합 형태의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다 보니 브라이존의 결합상품은 요금이 30% 싸다.

미국은 경쟁저해 행위의 위험보다는 소비자 효용의 증대가 높다고 판단해 시내전화 사업자의 결합서비스 제공을 허용했다.

시내전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단말기와의 결합판매를 허용했으며, 13개 주에 걸쳐 시내전화와 장거리 전화의 결합판매를 허용했다. 일본도 2001년부터 결합서비스를 개시했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 NTT는 2001년부터 음성, 인터넷, LM(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의 통화)을 결합해 최고 55%까지 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다.

백재현기자bri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