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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아세안으로 향하는 은행들, 정책지원 '아쉽다'


금융권 신남방정책의 허와실㊦

[아이뉴스24 김지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新) 남방정책'과 함께 국내 시중은행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남방 정책'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세안 10개국과 인도와의 교류·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세안은 작년 기준 GDP 2조 7천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 5위의 거대 경제구역이다. 인구가 6억 4천만명에 달하고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로 구성돼 미래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아세안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국가와의 협의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베트남 중앙은행과 금융당국 최고위급 회의를 통해 금융인프라·핀테크 협력 확대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했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 열 올리는 시중은행들

시중은행들은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새로운 수입원 창출을 위해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은 많은 인구와 함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은행 점포와 ATM기 등이 부족해 국내 은행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는다.

신한은행은 현재 20개국에서 163개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일본, 캄보디아, 인니, 카자흐스탄, 베트남 법인 등 아시아 지역 법인이 주요 법인이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총자산 33억 달러, 총 고객수 90만명, 임직원이 1천400여 명에 달하는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HSBC 은행을 제치고 작년 말 총자산 기준 외국계 은행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전체 고객의 90%가 현지인인데다 최근 현지 금융전문지 '인베스트'가 선정한 최우수 은행 1위 오르는 등 인도네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나은행은 향후 베트남과 인도 등을 중심으로 영업 영토를 더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6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문을 연 3호점과 4호점은 개점 1년 만에 순이익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과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적극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로 우리은행 글로벌 네트워크의 약 80%에 달하는 351곳의 점포가 동남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올해는 캄보디아 현지 금융사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하고 WB파이낸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우리은행은 총자산 규모 2천200억원, 전국 106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WB파이낸스의 인수를 통해 현지 1등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동아시아 지역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이다. 올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합병과 캄보디아 지점 설립 등이 이뤄졌다. 하반기 중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를 마무리해 IBK인도네시아 은행을 출범할 계획이다. 은행 설립 후 최초의 해외은행 인수합병이다.

◆흩어지는 해외점포, '선택과 집중' 필요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도 신남방정책에 맞춰 아시아 신흥국으로 집중됐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점포 수는 431개로 전년 대비 24개 증가했다. 미얀마(4개), 인도(4개), 캄보디아(2개), 라오스(2개), 베트남(1개) 등 아시아 신흥국 진출이 주를 이뤘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있어 핵심 영업국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 위원은 ▲지리적 거리 ▲문화적 유사성 ▲경제적 관계 ▲진입장벽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은행들의 한정된 자본과 시장 진출을 위한 높은 고정 비용을 고려한다면 해외 영업 시 1~2개 국가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서 위원은 "무리하게 많은 국가로 진출하기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은행이 수익을 내기 위해 GDP가 2천 달러 이상은 돼야 하고 여타 지역보다 태국, 인니,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남방정책' 뒷받침할 정부 지원은 후퇴?

금감원은 ▲미국 뉴욕·워싱턴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트남 하노이 ▲홍콩 등 총 8개의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홍콩 사무소의 경우 내달 폐쇄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지 정보를 원활하게 파악하고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금감원 해외사무소 8곳 중 동남아시아 지역은 베트남 하노이 한 곳뿐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추가적인 해외사무소 개설 계획도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노이 사무소의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을 총괄한다기보다는 베트남 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며 "운영 인력에 한계로 인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모두 커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학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신남방 정책을 통해 아세안·인도 지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며 "신남방정책의 성공을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위한 정책 지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내달까지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1대1 상담창구를 개설할 예정이다. 해외진출과 관련된 질의나 건의사항에 대해 금융회사가 당국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해외진출 수요가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현지 감독당국을 직접 면담하거나 국내로 초청해 세미나 등을 개최할 방침이다.

김지수기자 gs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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