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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금융기업 성과부담 던진 '신남방정책', 연착륙 조건은


금융권 신남방정책 허와실㊤

[아이뉴스24 유재형 기자] 정부의 글로벌 경제정책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가 '신남방정책'이다. 신경제지도의 방향타를 남방으로 정조준한 이 정책에 금융권도 일제히 화답을 보내고 있지만 아세안 시장 진출 10년을 넘긴 금융권의 도약 발판은 작기만 하다. 3회에 걸쳐 아세안국 진출 금융권의 성공 조건과 함께 명과 암을 조명했다.[편집자 주]

중국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을 겪으며 4강 체제에 치중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없다는 판단 하에 각 경제주체의 관심은 아세안(ASEAN)과 인도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무역 다변화와 중국 의존도 탈피 정책과 맞물려 금융권 움직임도 빨라졌다. 아세안 국가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맞물린 자본 서비스 수요에 발맞추고자 국내 금융권은 '금융영토 확장'을 향한 궤도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관치'라는 그늘아래 보호받으며 성장한 국내금융권이 거대 글로벌 대형은행사가 득세한 우물 밖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또 정책 비위맞추기식 해외진출은 필패로 이어진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외형 확장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남방정책은 신경제지도의 핵심, 목적은 '공동번영'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새롭게 추진하는 주요 대외 정책으로 아세안과 인도와의 관계를 4강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경제·외교 다변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싱가포르 순방의 의미를 '신남방정책의 본궤도'로 표현한 배경에는 아세안 국가의 급속한 경제 성장이 존재한다.

주요 아세안 주요국은 5~7%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이어온 결과 GDP(달러)는 인도 3천, 싱가포르 5만3천, 필리핀 2천, 말레이시아 1만, 태국 6천, 베트남 2천 수준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인구 6억명의 아세안과 12억명의 인도는 산술적으로 3%의 점유만으로도 국내 시장을 하나 더 가지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지닌다.

결국 풍부하면서도 양질의 노동력과 광대한 소비시장을 갖춘 이들 국가와 기술과 자본을 축척하면서도 경제개발 경험을 가진 한국의 제휴는 경제적으로 상호보완하며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의지와 달리 현지 안착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남방 정책을 주문한다고 해서 기업이 따르는 경우도 아니다.

초기 진출시 국내서 갈고 닦은 영업력이면 동남아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현지화 전략, 해외 메이저 금융사와 경쟁할 차별화된 서비스 포인트가 없다면 연착륙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진출 10년 성과는 총 순익의 7% 수준, 무늬만 해외진출?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과 신남방정책'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 수는 전년보다 24개 늘어난 431개로 집계됐다. 새 정부가 신남방정책 기조를 내건 첫 해인 2017년은 해외점포 신규 개설 수가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됐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는 백번 공감하나 보여지기식 해외진출 경쟁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개혁 속도와 채용비리 문제로 당국과 마찰을 빚으면서 신남방정책이라는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 가야한다는 심리적인 압박도 한 부분 자리한 것이 사실이다"고 전했다.

지난 대통령 인도 순방 일정에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등 금융권 주요 인사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대거 참여한 것도 금융권의 정책 동참과 결행 의지를 재확인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한편에 자리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의 해외 진출 현황은 은행 점포가 185개로 가장 많았고 금융투자 115개, 보험 85개, 여신전문금융사 44개, 지주 2개가 뒤를 이었다.

금융권은 앞 다퉈 해외점포 개설을 홍보하고 나섰지만 성과는 의지만큼 따르지 않는다. 국내 금융시장이 성장 정체를 보이면서 아세안시장 진출에 대한 열망을 커진 반면 비체계적인 관행과 열악한 인프라는 현지 안착의 장애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초기 가장 큰 애로점은 낮은 신용등급과 자금조달 경쟁력(높은 금리)에서 뒤지며, 해외점포에 대한 현지 고객의 낮은 인지도가 수신 확대의 어려움으로 지목됐다. 그 때문에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치중해 왔고 이러한 행태의 반복이 경쟁력을 저해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 결과가 낮은 영업이익으로 귀결되며 결국 '무늬만 해외진출'이라는 비판이 돌았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은행 해외점포의 당기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23.9%나 증가한 8.1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은행 총 당기순이익(11.2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불과했다.

◆해외진출 성공조건, 결국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부터

경쟁국과 비교할 때 비교적 더딘 행보를 보여왔던 금융권의 행보는 M&A나 지분인수, 합작투자를 통해 현지 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최근 금융권의 해외진출 전략 변화는 이러한 리스크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합병과 인수를 통한 현지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KB국민은행은 자산기준 14위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하며 2대 주주 지위에 올랐고, IBK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두 곳에 대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지 금융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진출전략을 전통적 은행 방식 외 다양한 금융서비스 기회에서 돌파구를 찾아야한다고 보고 있다. 또 현지화된 디지털금융 확대로 선점 외국은행과 경쟁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은행의 특화된 장점을 살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경우 지난달 2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수 회장은 "농협금융이 특수성을 살리는 방안 중 범농협을 특수성을 활용한 경제사업 등 농업과 연계된 특화모델 개발로 글로벌 진출 경쟁력을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타 금융사가 진출하지 못한 영역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은행별 전략에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당장 재무제표를 의식한 근시적 판단은 거대시장 경착륙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종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점포들은 무역금융 등에서 현지 국내 기업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현지 인력의 질적 제고에 주력해야 하며, 해외진출은 긴호흡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도 최소한 현지 로컬은행들이 제공하는 수준으로 무역금융과 환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서비스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면서 "현지인력 질적 제고로 영업력과 로열티 확대, 자생력을 키우는 등 해외점포의 안정적 정착과 성과향상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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