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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A 대신 파트너 맺는 엔비디아 "오픈 플랫폼으로 인재 유치"


마크 해밀턴 솔루션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이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서 인수·합병(M&A) 대신 확장 가능한 오픈 플랫폼을 개발해 최대한 많은 인재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지난 2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만난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솔루션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파트너십 전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솔루션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부문은 엔비디아에서 시각·가속 컴퓨팅 솔루션을 개발하는 부서다. 해밀턴 부사장은 엔비디아에서 관련 기술 전반을 책임지는 중요한 위치를 맡고 있다. 이미 한국을 20차례 넘게 방문한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을 찾았다.

◆엔비디아가 M&A 대신 파트너 관계를 맺는 까닭은

최근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다양한 스타트업 등과 M&A를 활발히 진행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유독 이 같은 경향에서 벗어나 있다.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된 이후 단 13개 기업만을 인수했으며, 지난 2015년 375만 달러에 캐나다의 '트랜스게이밍'을 인수한 이후에는 3년여 동안 추가 M&A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해밀턴 부사장은 "일단 열려 있고 스케일러블(확장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며 "이를 만들어 놓으면 전세계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이를 이용하기 위해 자연히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엔비디아는 세계 유수의 서버제조업체·클라우드 공급업체·네트워크 업체 등과 파트너 관계다. HP·아마존·델·구글·마이크로소프트·IBM·알리바바·텐센트·어도비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테슬라·폭스바겐·볼보·포드 등 완성차업체들도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해 협업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과 파트너십 관계다.

해밀턴 부사장은 "AI를 하는 모든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이들 기업이 일부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와 경쟁관계를 이룰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함께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자신감의 원천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GPU(Graphic processing Unit)다. 1999년 엔비디아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그래픽 처리를 하는 그래픽카드의 핵심장치를 가리킨다. 기존 CPU에 비해 단순 연산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의 두뇌 역할로 제격이다.

GPU의 성능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해밀턴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GPU는 12~18개월마다 성능이 2배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무어의 법칙인 셈이다. 무어의 법칙이란 2년 주기로 CPU 정보처리 속도가 2배 증가한다는 것으로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의 말에서 비롯됐다. 최근 CPU 성능 속도 증가세가 연간 10% 정도로 줄어들며 무어의 법칙은 옛말이 되는 듯했지만 GPU가 CPU의 자리를 채웠다.

GPU의 성능 증가세는 향후에도 폭발적일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2025년까지 GPU 성능을 현재의 1천배 이상 높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해밀턴 부사장은 중장기적으로 GPU 성능 향상의 한계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의 한계는 기술적 한계보다는 시장의 수요가 과연 어디까지 증가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딥러닝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로, 앞으로 이 분야에서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에 지금으로서는 한계치를 예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상용화에서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시뮬레이션"

마크 해밀턴 부사장은 향후 AI의 전망이 가장 밝은 분야로 자율주행차를 꼽았다.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을 통한 소프트웨어 개발로 자율주행차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이를 GPU를 통해 구동하는 것.

해밀턴 부사장에 따르면 현재의 AI 기술로도 얼마든지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완벽한 테스트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테스트를 통한 안전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해밀턴 부사장은 "멈춤 표지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심층 신경망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멈춤 표지판뿐만 아니라 도로마다 각각 다른 상황들을 인지해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전세계를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수년이 더 소요된다"고 말했다.

여러 돌발 상황에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는 AI를 활용해 자율주행차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를 완벽하게 테스트하려면 100억마일 이상을 주행해야 하고 400만대의 차량이 필요한데 실제 주행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실제 도로주행도 병행한다. 다만 도로주행 테스트는 지난 3월 말 우버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망사고 이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해밀턴 부사장은 "심층 신경망을 가지고 테스트하려면 엄청난 양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방대한 횟수의 시뮬레이션이 이뤄져야 하기에 연산능력이 매우 많이 요구된다"며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방대하면서도 철저한 테스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직 도로주행 테스트 속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인텔 등 여러 IT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율주행차량 시장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 솔루션도 여러 종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엔비디아는 자체 플랫폼을 개선하고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의 동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우려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 AI에 매우 관심 많고 강세 이어갈 것…스타트업 지원도 활발"

마크 해밀턴 부사장은 이미 스무 차례 넘게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한국 방문은 29일 서울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컨퍼런스' 참석차 이뤄졌다. 그만큼 그는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해밀턴 부사장은 "AI는 결국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인데, 한국은 IT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제조업과 통신업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강한데, 향후 AI 프로그램 성능 향상을 통한 소프트웨어 개발로 계속해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날 AI 컨퍼런스에 1천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방문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서의 AI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 같다"고도 했다.

엔비디아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커다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년 전부터 엔비디아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인셉션'을 진행 중인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천800여개 스타트업 중 국내 기업은 56곳이다. AI 의료기기 업체 뷰노(VUNO), 디지털 치과 솔루션 업체 DDH, AI 소프트웨어 업체 옴니어스·스트라드비전코리아·애자일소다·수아랩 등이 현재 '인셉션'에 참여 중이다.

해밀턴 부사장은 "스타트업의 장점은 틈새 지식에 전문 기술·지식을 토대로 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전문 기술·지식은 스타트업 경쟁력의 원천이며 이는 한국 스타트업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AI와 관련해 촉망받는 기업이라면 어느 곳과도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기본 방침이다.

그는 "엔비디아는 GPU, 쿠다(CUDA) 등을 시장에서 입증함으로써 확실한 운영실적(트랙레코드)을 만들었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향후 어떻게 지원하겠다라는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있기에 많은 고객사들이 엔비디아와 파트너가 되려 한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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