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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SW업계, 사회적 기여는 '남의 일'


오토데스크·어도비 등 사실상 손놔…한컴도 미미

[김국배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SW) 분야만큼은 여전히 '남의 일'로 여겨질 만큼 CSR 활동에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국내외 기업 간 구별을 떠나 제대로된 사회 공헌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극히 일부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대한 의무감을 지니고 이를 실천하고 있지만 사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몇몇 외국 기업은 국내에서 돈 버는데만 신경을 쏟을 뿐 사실상 CSR은 손을 놨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SW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CSR 개념 자체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구분 짓기를 떠나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없는 기업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 다수 기업 CSR 관련 인력은 커녕 홍보팀조차 없어

경기는 좋지 않아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것이 더 이상 남아서 베푸는 일이 아니라 사회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일종의 '사업 면허'라는 시각까지 제기되는 상황.

지난 201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글로벌콤팩트 콘퍼런스에서 켈 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전략적'인 단계를 넘어 '변혁적'인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 이익을 위한 전략적 도구를 넘어 이타적인 실천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같은 분위기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의 '2013 기업사회공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94.2%는 '2012년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는 2008년(60.5%)과 2010년(90.4%) 답변보다 높아진 것으로 사회공헌활동이 기업 문화 깊숙하게 자리 잡는 추세로 해석된다.

그러나 SW 업계는 이러한 흐름에서 '외딴 섬'에 가깝다.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있다 해도 일회성에 그친다. 대부분 CSR 관련 조직이나 인력이 따로 없으며 활동 내역도 변변치 못한 수준이다.

특히 각자 분야에서 세계적 위상을 가진 외국 SW 기업들이 국내에서 벌이는 사회 공헌 활동은 극히 미미하다.

어도비나 캐드(CAD) SW '오토캐드'로 잘 알려진 오토데스크 등은 사회공헌 활동 내역에 관한 공개 요청에도 특별히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토데스크 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만 따로 CSR 활동을 진행하고 있진 않다"고 언급했다. 한국어도비 관계자도 "국내 지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이거 내세울만한 큰 활동은 없다"며 "작게나마 연말에 봉사 활동을 진행할 땐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토데스크는 아태 지역에서 싱가포르에 홍보팀을 두고 있을 뿐 한국 지사에는 CSR 관련 조직이나 인력이 없을 뿐더러 별도의 홍보팀조차 갖고 있지 않다. 한국어도비도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관련 인력을 1명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형식적이라도 (CSR) 부서를 남겨 두면 실적 관리에 대한 의무와 책임 때문에라도 운영은 된다"며 "어도비나 오토데스크의 경우 한국 지사라기보다는 한국의 영업부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오토데스크 코리아의 영업수익은 152억 원(2012년 2월~2013년 1월 회계 기준)으로 전년대비 24.5% 증가했다.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분야의 PTC도 CSR 인력이나 홍보팀은 따로 없는 상태다. PTC코리아 관계자는 "작년까진 산학 협력을 통해 대학에 SW를 기증했다"고 밝히면서도 "올해 들어선 아직 진행한 건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PLM 업체인 다쏘시스템은 그나마 올해 들어 CSR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다만 전업 인력이 아닌 각 부서의 인력을 모아 8명으로 구성했다. 현재 다쏘시스템 코리아 인력은 R&D를 포함해 180명 가량이다.

다쏘시스템 코리아 관계자는 "TF팀은 올해 생겼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사회공헌 활동은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인하공전, 계명대 등 일부 대학과 대구소년원 등의 교정시설에 SW를 기증하고 교육 과정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소외계층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PLM 분야는 특수 분야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내에서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영역이다. PTC와 다쏘시스템,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는 국내에서 2~3년째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토착화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히려 낫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최근 한국MS는 비영리 기구를 대상으로 오피스365를 무상으로 기증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작년에는 국내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2억5천여 만 원 규모에 달하는 SW를 기부하기도 했다.

2009년 IDC 연구에 따르면 한국MS가 한국에서 1원의 매출을 창출할때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 기업들은 13.28원의 매출을 창출한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나마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적지만 좋은 사례가 몇 개는 있다. 물론 이들만으로 국내 기업들이 사회 공헌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 참여 기업도 몇 안되고 사례도 얼마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조차도 사회 공헌보다는 애국심 마케팅 활동에 더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국내 대표 SW 기업인 한글과컴퓨터(대표 이홍구)조차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컴이 주요 사회 공헌 활동으로 내세우는 건 '문화재 지킴이' 활동으로 대학생 대상 문화재 답사를 후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별도의 CSR 조직도 없고 커뮤니케이션팀에 관련 인력도 1명만 두고 있을 뿐이다. 연간 기부액 또한 밝히지 않고 있다.

한컴이 최근 진행한 주요 사회 공헌 활동은 문화재 지킴이 활동의 일환으로 작년 경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과 올해 제주도 세계문화유산 답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부터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활동에 동참하며 '영릉'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전개해왔다.

한컴이 아이뉴스24에 제공한 사회공헌 활동 내역 자료에서 한컴 측은 "국민 기업 이미지 확산을 위해 '문화재 지킴이' 기업의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컴은 최근 한컴오피스 2014를 출시하고 '당당하라 대한민국 당당하라 오피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대표 이형우), 안랩(대표 김홍선), 이스트소프트(대표 김장중) 등 국내 SW 기업 중에는 드물게 사회 공헌에 대한 의무감은 보이고 있으나 이조차 여의치는 않아 보인다.

그나마 마이다스아이티가 2006년 20명으로 구성된 나눔위원회를 신설한 후 꾸준히 기부액을 늘려 지난해에는17억4천151만1천147원으로 매출액 대비 3% 이상을 후원했다.

이스트소프트도 연간 최소 5천만 원에서 최대 10억(SW 기부액 환산 금액)를 기부하는 정도이며 안랩은 최근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13개의 IT 기업들과 함께 사회공헌 연합인 '판교 CSR 얼라이언스'를 결성했으나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SW 업계도 이제 CSR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특히 일부 외국 기업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국내 기업과 상생을 고민하긴 커녕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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