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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배추' 덕에 포장김치 '인기'…제조업체는 '한숨'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품절' 속출…제조사 "생산원가 부담에 이익 포기"

[장유미기자] #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주부 허정옥(58) 씨는 지난 2일 동네 한 마트에 들러 장을 보다가 배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몇 달 사이에 배추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허 씨는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를 사려고 한 순간 '1단(2포기) 1만8천9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를 보고선 "가격이 너무 올라 김치를 담궈 먹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저렴한 열무나 알타리무로 대체하거나 포장김치를 사먹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폭염으로 배추 작황 부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의 대응 실패로 배추와 무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1년 사이에 배추 가격이 4배 가까이 폭등하자 주부들은 직접 김장을 담그는 것보다 포장김치 구입을 더 선호하면서 일부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는 제품이 없어 못 팔 정도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5% 상승했다. 이는 2011년 2월 21.6%를 기록한 이후 5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채소류는 52.5%나 폭등했고 마늘, 생강 등 기타신선식품은 9.5%, 배추는 198.2%, 무는 106.5%나 올랐다. 또 고랭지 배추의 공급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포장 김치 소비도 덩달아 뛰어 김치 가격은 1년 전보다 16.3% 상승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최근 배추값이 급등함에 따라 직접 김장을 하는 대신 완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체 신선식품 베스트셀러 중 김치가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롯데마트의 포장김치 판매량은 전년 대비 69.8%나 늘었다. 온라인몰인 옥션에서도 지난달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포장김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가 증가했고 세부 품목별로 묵은지·겉절이·맛김치가 156%, 포기김치 10kg 미만이 82% 신장했다. G마켓 역시 포장김치 매출은 32% 늘었으며 깍두기, 겉절이, 열무김치 등도 각각 131%, 117%, 93%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포장김치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김치 제조업체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 60%로 국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FNF 종가집은 횡성공장과 거창공장에서 하루 동안 150톤씩 생산하고 있지만 공장을 풀 가동해도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하선정김치'와 '비비고김치'를 생산하고 있는 CJ제일제당도 밀려드는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몇 달 전 '비비고김치'를 출시한 후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배추가격이 폭등해 수요가 더 몰리자 "더 이상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한숨 쉬었다. 이곳의 하루 생산량은 30톤 정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년 8~9월은 김장김치가 떨어지면서 주부들이 포장김치를 많이 찾는 성수기인데다 올해는 비비고김치의 인기와 더불어 배추가격이 폭등하면서 포장김치를 찾는 이들이 늘어 매출이 80% 가까이 늘었다"며 "생산량을 늘려보려고 하지만 이미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배춧값 폭등으로 포장김치 매출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이 감당해야 할 생산원가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배추가격 폭등으로 8~9월 기준 생산원가가 전년 동기 대비 40%나 늘었다"며 "만들면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10월 말이나 11월쯤 남부 지역에서 김장배추 물량이 풀리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배추 도매가격이 지난해 이맘 때쯤에는 1포기당 350~400원이었으나 올해는 2천원으로 5배 가량 증가했다"며 "판매량이 많다고 해도 원가부담이 늘어나 이익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춧값 폭등이 가격 인상에 대한 타당성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배춧값이 내려가면 또 가격을 조정해야 해 소비자들의 혼란만 더 가중될 수 있어 내부적으로 가격인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11월쯤 김장철을 맞아 배추물량이 많아져도 시장의 기대원가가 이미 올라간 만큼 예년 가격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어려움은 계속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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