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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새 주인 MBK, 험난한 여정 예고


고가 매입·먹튀 논란·노사 갈등·고객정보 불법거래 등 해결 과제 산적

[장유미기자]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새 주인으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선정됐다. 하지만 후속 절차 마무리 등 과정에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고된다.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영국 테스코의 '먹튀 논란'을 비롯해 7조 원이 넘는 매각 가격에 따른 고가 매입 논란, 위로금 지급 및 노사 갈등 등 선결 과제가 만만찮기 떄문이다.

더불어 경품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불법으로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돼 이 문제 역시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7일 홈플러스는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를 대신해 "테스코가 42억4천만 파운드(한화 7조6천800억 원)에 홈플러스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차입금 규모를 테스코와 달리 선정, 총 7조2천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산정한 차입금은 1조4천억 원, 테스코는 1조8천8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MBK가 테스코에 지급하는 금액은 5조8천억 원 정도다.

◆웃은 테스코, 국내 M&A 최고가 기록

이에 따라 MBK 기준으로 7조2천억 원에 매각된 홈플러스는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거래를 기록하게 됐다. 종전 최대 규모의 M&A는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2007년 6조6천765억 원에 옛 LG카드를 인수했던 사례다.

테스코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홈플러스 지분 매각을 타진해왔다. 테스코가 분식 회계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 처분 및 자산 유동화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테스코는 매각가격으로 7조 원 이상을 고수했지만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제시했던 가격은 테스코의 기대에 못미치는 7조 원 이하였다. 업계에서 지금까지 평가했던 홈플러스의 가치는 4조~5조 원대다.

그러나 테스코는 희망 매도가격에 근접할 때까지 시기를 계속 조율해왔다. 특히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유통업계의 실적 부진과 각종 규제 등 영향으로 홈플러스 가치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테스코는 올해 실시한 예비입찰에서 MBK 등 사모펀드 5곳이 6조7천억 원의 가격을 써내면서 경쟁이 붙자 자신들이 희망하는 매도가격을 받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 결과 본입찰과 최종 거래를 통해 MBK가 5천억 원이 더 많은 금액을 써내면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매각됐다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한 MBK를 두고 의아해 하고 있다. 또 테스코는 이번 홈플러스 매각을 통해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테스코는 지난 1999년 4월 삼성물산과 합작사를 설립한 후 총 8천113억 원을 투자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100%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15년여에 걸쳐 1조5천억 원 홈플러스 회사채에 대한 이자 수익과 배당, 로열티 등 명목으로 이미 투자 원금에 가까운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 2년간 '테스코(TESCO)'라는 상표를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 각각 616억1천700만 원, 584억5천700만 원의 로열티를 테스코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테스코, 홈플러스베이커리 등 자회사가 지급한 로열티까지 합치면 2013년 758억7천200만원, 2014년 713억2천1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테스코는 이번 홈플러스 매각을 통해 수조 원대의 양도 차익도 거두게 됐다.

◆재매각 우려 높아…노조 반발 거셀 듯

MBK가 인수한 만큼 매물을 사들여 되팔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모펀드의 속성대로 향후 홈플러스의 분할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이날 MBK 측은 최종 계약 타결 후 홈플러스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여지는 계속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사모펀드 속성상 MBK가 사들인 홈플러스에 대해 점포별로 경영진단을 시행, 최소 인원으로 최대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 만들고 분할 매각하려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벌써부터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8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매각 관련 성명을 통해 이번 매각을 ▲테스코의 과도한 매각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먹튀 매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비민주적 비밀매각 ▲노동자-직원들의 고용과 권리를 무시한 반노동자적 기업매각으로 규정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100% 고용 승계를 거론한 홈플러스 사측의 발표와 달리 MBK파트너스로부터 이에 대한 어떤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MBK파트너스가 책임 있는 답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3일 MBK파트너스에 서한을 보내 고용승계, 단체협상권 등에 대한 입장을 오는 8일까지 밝혀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홈플러스 노조는 8일 오후 1시까지 MBK파트너스 측의 답변이 없을 시 홈플러스 본사 등에서 매각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부분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만 MBK와 테스코가 '절세'를 목적으로 추진해온 1조3천억 원대 '선 배당 지급' 계획은 철회돼 이에 대한 반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지각변동 생기나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향후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영업 전략 수정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테스코가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후 홈플러스에 대한 투자액을 급격히 줄여왔다"며 "이번에 새로운 주주가 들어오면서 적극적으로 투자해 홈플러스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MBK 역시 2년간 1조 원 가량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홈플러스 측의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경영정상화가 이뤄진 후 홈플러스를 재매각 하기 위해서는 업계 2위라는 위상이 무너지면 안된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회사를 사들인 후 이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MBK 역시 사들인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무리하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추가 투자를 하게 되면 재매각 대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MBK가 추가 투자를 하겠지만 집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MBK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투자할 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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