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조정안에 반올림 주장 대폭 반영…삼성 "고민스럽다"


공익 법인 설립-사업장 점검 등 포함…반올림 "권고안, 긍정적"

[민혜정기자] 삼성 반도체 직업병 보상을 위해 지난연말 출범한 조정위원회가 7개월만에 조정안을 내놨다. 조정위는 삼성과 피해자 가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측 안을 받아 검토 끝에 권고안을 내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 표정은 엇갈렸다.

이번 권고안에는 해당 질병 및 보상 대상에 대한 규정과 함께 삼성전자가 1천억원을 기부, 공익법인 설립은 물론 사업장 점검까지 과거 조정위 이전 반올림과 삼성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됐던 부분이 상당폭 담긴 때문이다.

더욱이 공익 법인 설립 발기인 위촉에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도 다수 포함됐다. 자칫 기업경영 활동에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피해 보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삼성 측으로서도 이의 수용이 쉽지는 않을 조짐이다.

23일 조정위원회는 삼성전자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익법인 설립을 골자로 삼성 백혈병 등 피해 보상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공익 법인이 삼성 사업장을 점검하고, 대표이사 사과와 함께 조정 당사자들의 노동건강인권을 위한 공동선언 등도 포함됐다.

실제로 이번 조정안에 반올림과 가족대책위원회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권고안에 제안했던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반올림 교섭단 대표 황상기 씨는 "권고안에 좋은 면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며 "권고안을 좀 더 상세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원회 정애정 씨도 "공익법인 설립 등은 우리가 제안했었던 안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며 "권고안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 자세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권고안에 사업장 공개 등 영업기밀이 드러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 담긴만큼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가족의 아픔을 조속히 해결한다는 기본 취지에 입각해 조정위 권고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제3자 단체의 사업장 점검 등은 과거부터 반올림이 주장해온 것으로 삼성전자는 당시에도 영업기밀 공개 등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삼성, 1천억원 기부해서 공익 법인 설립" 권고

이날 조정위가 제안한 권고안은 ▲보상을 위한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익 법인 설립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옴부즈만 시스템 구축 ▲사과 차원에서 노동건강인권선언을 골자로 한다.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사업체들로 구성된 반도체산업협회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익 법인을 설립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전자가 1천억원을, 협회는 적정한 규모의 액수를 판단해 기부하라고 제안했다.

설립을 위한 발기인은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경실련, 참여연대, 산업보건학회, 한국안전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라고 권고했다. 또 발기인은 공익법인 설립 후 공익법인의 이사로서 의사 결정기관인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조정위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의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점검을 위한 옴부즈만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제안했다.

이는 공익법인이 위촉한 3인 이상의 옴부즈만이 삼성의 재해 관리 시스템 운영 상황을 비롯해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관리 현황을 삼성전자로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제출받아 평가하고, 필요시 조사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해 보고서 작성을 골자로 한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영업비밀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규정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보상 대상 질환 범위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개연성 또는 의심이 있다고 인정할수 있는 범위로 한정했다.

그 질환은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12가지다. 이 12가지 질환을 업무관련성의 개연성이나 의심의 정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1군부터 3군의 세 가지 부류로 구분했다.

아울러 사과 방식에 대해선 조정당사자들이 노동건강인권에 관해 의미를 되새기는 선언을 공동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사과 방식으로는 삼성전자 대표 이사의 기자회견과, 개별 사과문 발송 방식을 제안했다.

사과안에는 삼성전자가 백혈병 등 질환이 발병한 것과 관련한 문제가 근로자 측에서 일찍이 제기됐지만,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는 뜻이 담겨야 한다.

조정위는 "조정 당사자들이 권고안을 받은 날부터 10일이 지날 때까지 서면 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겠다"며 "이의가 있는 부분은 서면으로 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황씨 부친은 그해 6월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했고, 같은 해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가 발족했으며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보상문제는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업병 발생에 대한 공개사과 및 보상을 위한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초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업병 피해보상을 교섭했던 반올림 측은 조정위 구성에 반대, 교섭과정이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반올림이 이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조정이 진행됐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정안에 반올림 주장 대폭 반영…삼성 "고민스럽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