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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팬택, 벼랑 끝에서 새 주인 만났다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 400억원에 팬택 인수 계약

[민혜정기자] 벼랑끝에 내몰렸던 팬택이 법정관리 1년만에 새 주인을 만났다. 광디스크저장장치(ODD) 업체인 옵티스와 통신장비회사인 쏠리드가 팬택의 구원투수가 됐다.

특히 팬택은 이번에 새주인 찾기에 성공하면서 휴대폰 사업의 주축인 부품경쟁력(옵티스)과 네트워크 사업(쏠리드) 기반까지 함께 갖추는 계기도 마련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팬택은 옵티스와 쏠리드가 진출해있는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게 된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를 허가하고, 팬택과 컨소시엄 측이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400억원가량이며, 계약금은 전체 금액의 10%인 약 40억원이다. 컨소시엄은 옵티스가 이미 납입한 이행보증금 20억원 외 20억원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옵티스·쏠리드의 인수 대상은 팬택 브랜드와 특허권, 400여명의 개발 인력 등이다. 김포공장과 제조 인력은 우선 인수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은 법원에 팬택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다음달 열릴 채권단 등 관계인 집회에서 최종 인가를 받는다. 이들은 관계인 집회전까지 인수대금 전액을 내야 한다.

◆팬택 9회말 투아웃, 옵티스·쏠리드 구원투수 '등판'

옵티스와 쏠리드는 말그대로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등판한 팬택의 구원투수에 가깝다. 특히 지난달 옵티스가 인수 의사를 밝힌데 이어 본계약이 임박한 상황에서 쏠리드까지 팬택에 손을 내밀면서 회생 기회를 찾은 셈이다.

옵티스는 이주형 대표 등 삼성전자 출신들이 지난 2005년에 설립한 곳으로 2012년 삼성전자 필리핀 광디스크저장장치(ODD) 생산공장 인수에 이어, 2014년에는 도시바삼성테크놀러지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5천996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을 기록했다.

옵티스는 ODD에 쓰이는 저장 매체인 CD나 DVD 시장 수요가 감소하자, 팬택 인수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ODD 사업을 통해 부품 경쟁력을 확보했고, 특히 신흥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등에 이미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것도 향후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

이에 더해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을 옵티스그룹 회장으로 영입한 게 자칫 불발 될뻔 했던 이번 인수의 '신의 한수'가 됐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사모펀드 EMP인프라아시아가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은 것을 변양균 회장이 벤처투자업계를 돌며 투자를 요청, 쏠리드라는 새로운 우군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쏠리드는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이 KT 사내벤처 형태로 설립한 회사로 이동통신용 광중계기, 광통신장비, 무선통신장비 부문 국내 1위 업체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미국 스프린트 등 해외 통신사에 주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천830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뉴 팬택', 동남아서 일낸다

옵티스와 쏠리드는 팬택 인수 후 신흥 스마트폰 시장인 동남아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에서 사업 경험이 있고, 생산 설비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팬택의 입지가 좁아졌고,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어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많은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측면도 있다.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 관계자는 "팬택이 그 동안 축적한 우수 기술과 경험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동남아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분히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옵티스·쏠리드의 기술력과 팬택의 휴대폰 제조력이 접목된다면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사업분야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신화서 청산위기, 매각까지···팬택의 파란만장 24년

팬택은 지난 5월말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17일까지는 이를 수용해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팬택은 지난해 8월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잇따라 실패, 청산 가능성 등 위기감이 어느때보다 높은 상태였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인수 의사를 밝혔던 미국 자산운용사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결국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실제로 팬택은 지난해 8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착수, 석 달뒤 공개 매각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업체가 없어 험로를 예고했다. 한때 매각 주간사가 산정한 팬택의 청산가치(1천505억원)가 계속기업가치(1천114억원)보다 높아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법원이 매각쪽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고 이후 매각주간사를 통해 원밸류에셋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더욱이 지난 4월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입찰에 미국 SNS 업체, 국내 부동산 업체, 국내 개인 투자자 등 인수 희망업체가 나서면서 회생의 길이 열리는 듯 했으나 이 또한 재차 좌절되면서 회생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졌다.

팬택은 급기야 지난 5월 적합한 인수 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며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 결국 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마지막에 인수 업체가 나타나면서 회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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