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계파 갈등 장기화, 리더십 위기 계속

[채송무기자] 혁신기구 구성으로 수습이 예상됐던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갈등이 오히려 깊어지는 모양새다.

계속되는 당 갈등이 해법으로 문재인 대표가 공천개혁과 당직 개편 등에 대해 논의하는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비주류인 안철수 의원을 추천했지만, 안 의원이 이를 거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의원에 대해 혁신기구 위원장직 수락을 촉구하자, 안 의원은 전날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에서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거부했음을 분명히 하면서 당의 전현직 대표 간 진실 공방까지 일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어제 혁신위원장을 제안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며 "아울러 혁신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어제 혁신위원장 관련 사항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혁신위원장 인선이 될 때까지 발표를 유보해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거부했음에도 지도부가 혁신기구 위원장직 수락을 공식 요청한 것을 일종의 압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문재인 대표 측은 전날 회동 결과에 대해 안 의원의 유보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 자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문 대표가 '시간을 갖고 고민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안 의원이 '알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한길 의원은 적극적으로 문재인 대표에게 친노 해체를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지금은 당의 대주주라 불리던 계파들이 재편되거나 빠르게 해체돼 지금은 친노와 비노만 남았다"며 "비노는 친노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일 뿐 특정 조직이나 이해로 뭉친 계파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다고 하지만 우리 당의 대표만한, 친노계파 기득권 만한 것이 어딨나"라며 "오늘이라도 문 대표가 패권정치 청산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표가 혁신기구 구성 제안을 통해 책임론의 화살을 당 대표가 아닌 혁신기구로 돌렸고, 김한길 대표는 이를 다시 당 대표에게 되돌린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갈등을 이어가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갈등 수습은 늦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20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혁신기구 위원장을 거부한 안철수 의원에게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이미 거부 입장을 밝힌 만큼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같은 결정 직후 지역구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번복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다른 좋은 분들이 많으니까 찾으면 좋겠다는 말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당이 안정되면 그 때 내 생각을 말하겠다"고 말했다.

당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리더십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초재선 의원 그룹들이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 수락을 촉구하는 등 갈등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등 목소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가운데 제1야당의 위기 극복책이 무엇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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