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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주파수, 통신이냐 지상파냐 '평행선'


양측 의견 듣는 공청회, 일방적 지상파 두둔장으로 변질

[허준기자] 재난안전망에 우선 할당하기로 한 20㎒ 폭을 제외한 나머지 700㎒ 주파수 대역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업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700㎒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에서 700㎒ 대역이 서로 자신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도 수차례 논의된 내용이지만 여전히 양측의 입장은 팽팽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조규조 전파정책국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정종기 방송정책국장이 참석했다. 통신업계를 대변하기 위해 경희대학교 홍인기 전자전파공학과 교수가, 지상파 방송사들을 대변하기 위해 남서울대 이상운 멀티미디어학과 교수가 나섰다.

◆이상운 교수 "UHD는 700㎒ 아니면 못한다"

지상파 방송사를 대변하기 위해 나선 이상운 교수는 초고화질(UHD) 전국방송을 위해서는 700㎒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지역방송국이 없는 KBS2와 EBS에 한개씩, SBS와 MBC, KBS가 지역 방속국까지 각 세개씩 총 11개 주파수가 UHD 전국 방송에 필요하며 2개 주파수는 디지털TV 대역에서 주파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니 9개 채널에 주파수를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교수는 지상파 방송이 유료 매체에 가입해야만 시청 가능한 프리미엄 방송이 아닌 보편적 방송임을 강조했다.

또한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콘텐츠 제작이 늘어나야 하는데 지상파 방송사가 UHD 콘텐츠 제작을 하지 않으면 콘텐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통신용 주파수로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는 이동통신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예측은 과다하다고 지적했고 주파수 경매를 통한 세수확보라는 이점이 있다는 통신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결국 경매대금은 소비자들의 통신비로 전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인기 교수 "UHD가 지금 꼭 필요한가?"

홍인기 교수는 지상파의 UHD 방송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 주파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급하지 않은 UHD 방송으로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가 UHD 방송용으로 700㎒ 주파수를 할당하면 세계 최초가 된다. 아직 기술 표준이나 타당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전국적으로 UHD 방송을 추진하는 것이 성급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UHD보다는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미 HD방송을 전국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데 50인치 이상 대형 TV로만 시청할 수 있는 UHD 방송을 보는 대신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 검색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선택할 것인지, 다소 화질이 떨어지지만 지금도 보고 있는 HD방송을 보면서 휴대폰 네트워크 속도를 원활하게 만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 교수는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전체 6~7%밖에 안된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이동통신은 이미 가입자가 5천700만을 넘어서 사실상 전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고 지상파 UHD 서비스는 전체 국민의 6~7%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공청회' 망각한 의원들, 일방적 지상파 입장 두둔 '눈살'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UHD 전국방송을 위해 700㎒ 주파수를 할당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업계와 정부 측 진술인으로 나온 홍인기 교수와 조규조 국장의 의견진술에 대해서는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며 윽박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통신사는 700㎒ 대역이 아니면 통신 서비스를 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이같은 질문에 일부 의원은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고 주문하며 조규조 국장을 몰아세웠다. 조 국장은 배경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의원들은 단답형 대답만을 종용했다. 방송과 통신중에 어느 쪽이 더 공익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의 압박이 이어지자 홍인기 교수는 "모든 사안을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방송과 통신중에 어느 쪽이 공익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방송이라고 답해야 한다. 하지만 UHD의 문제는 다르다. 현재 HD방송을 하고 있는데 UHD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은 홍문종 위원장이 공청회 시작과 함께 "700㎒ 주파수 용도에 대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사, 재난망 모두 각자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논리와 필요성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설득력이 있다"며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거나 편협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공청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청회가 말로는 공청회를 한다면서도 사실상 의원들이 지상파 편들기의 장으로 변질시키며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공청회는 말그대로 중요 정책 결정에 대해 이해관계자나 그 분야 권위자를 모아 놓고 공식석상에서 참고하고 반영할 중요한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국회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에 할당하라고 주장하며 한쪽으로 치우진 주장만 하는 '3류 정치' 행태가 반복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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