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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횡령 몰랐다" 육성 공개


'SK횡령 공범' 김원홍 공판서 녹음파일 재생…내달 4일 결심 공판

[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육성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최 회장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의 3년 전 전화통화 녹음 파일에는, 최 회장이 자신이 횡령을 몰랐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역력히 담겨 있었다.

해당 녹음 파일에서 최 회장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추가로 허위 자백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결백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김 전 고문에 불안감을 토로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김 전 고문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지난 2011년 12월 16일 최 회장과 김 전 고문의 대화를 녹음한 5분여의 파일을 재생했다.

이 파일은 김 전 고문이 대만 체류 중 녹음한 것으로, 앞서 최 회장 형제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해당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육성이 법정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녹음파일에서 최 회장은 "지금은 있는 사실 중 일부를 감추라는 형태로 얘기가 되고 있다"며 "좌우간 잘못되면 내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 솔직히 좀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내가 (횡령을)몰랐다는 사실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증명할 것인가. 아무 스토리 없이 그냥 가자는 것은 불안하다"라며 재차 불안감을 피력했다.

이 녹음파일을 근거로 김 전 고문 측 변호인은 "최 회장은 펀드자금 투자 및 선지급과 송금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모든 것은 김준홍 전 베넥스 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대화내용에 대해 "최재원 부회장이 펀드 자금 송금에 관여한 사실을 자백한 상황에서 그에게 자금 출자와 선지급에도 관여했다고 추가 자백을 시킬지 여부에 관한 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자금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지 알지 못했던 최 회장은 자신이 자금 출자와 선지급에만 관여했다고 밝힐 경우 검찰과 법원이 이를 믿어주지 않을 것으로 걱정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과 김 전 고문이 이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눈 후, 최 부회장은 6일 만에 검찰에 추가 자백을 통해 진술을 변경했다. 최 회장은 펀드에 관해 아무 것도 몰랐고 최 부회장 자신이 자금 송금(횡령)뿐 아니라 출자와 선지급까지 주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놓고 변호인은 "최 부회장의 진술은 형인 최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김 전 대표의 진술도 최 부회장의 진술과 정확히 궤를 맞춰 변경됐다"고 지적하고 "김 전 고문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 부회장에게 책임을 전가한 게 아니라 지시에 따라 전략적으로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부회장의 진술 번복 이후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에서는 두 사람이 이 사건의 쟁점인 횡령에 대해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주된 쟁점이 됐다.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최 회장 형제가 횡령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에서는 최 회장 측이 무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해당 녹음파일을 항소심 막판 탄핵증거로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재판부가 신빙성이 낮다며 불신을 드러내 오히려 판결에 악영향을 미친 바 있다.

최 회장 형제와 공범으로 별도 기소된 김 전 고문은 자신의 1·2심 재판에서 펀드 자금 송금은 자신과 김 전 대표의 개인적 금전 거래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횡령이 김 전 대표의 단독 범행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고문에게 횡령 공모 혐의를 인정,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고문에 대해 다음 공판은 다음달 4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 사이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검증될 녹음 파일에는 김 전 고문이 "최태원 회장 형제는 무죄"라는 취지의 말을 김 전 대표에게 수차례 전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대표가 계열사 출자 선지급금을 최 회장 형제 모르게 해외 체류 중인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한 정황이 담겨 있어 횡령이 김준홍 전 대표의 단독 범행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수백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월말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형 확정 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최근 각각 의정부교도소로와 강릉교도소로 이감됐다.

김 전 대표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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