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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같은 컴퓨터' 탄생…64년만에 튜링테스트 뚫었다


슈퍼컴 '유진 구스트만', 영국 왕립학회 테스트 통과

[김익현기자] ‘스타워즈’를 비롯한 많은 영화에는 ‘똑똑한 로봇’이 나온다. 알투디투(R2D2) 같은 로봇은 아예 인간과 자유자재로 대화를 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선 여전히 먼 얘기다.

그런데 이 같은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연구 성과가 나왔다. 러시아 개발진이 만든 한 슈퍼컴퓨터가 사상 최초로 ‘사람 같은 컴퓨터’의 판단 기준인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레딩대학은 8일(현지 시간)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슈퍼컴퓨터에 탑재된 '유진' 프로그램이 왕립학회가 실시한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레딩대학은 유진 구스트만이 13세 인간의 지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주장했던 컴퓨터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테스트 통과 인증을 받은 것은 '유진 구스트만'이 처음이다.

‘튜링 테스트’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꼽히는 앨런 튜링이 고안한 것.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 해독에 성공하기도 했던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반응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생각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런 튜링은 1950년에 철학 저널 '마인드'(Mind)에 발표한 '컴퓨팅 기기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란 논문에서 인공 지능 컴퓨터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런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 튜링 테스트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조사 대상 컴퓨터와 문자로 5분 동안 대화를 한 뒤 30% 이상이 대화 상대가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합격한 것으로 간주한다.

◆테스트 심사위원 33%가 컴퓨터인지 사람인지 분간 못해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왕립학회에서 열린 이번 레딩 테스트는 레딩대학 시스템공학부와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을 받는 로봇기술 법제 관련 기관인 ‘로보로’가 공동 주최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심사 위원 33%가 ‘유진 구스트만’이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합격 기준인 30%를 간신히 통과한 셈이다.

그 동안 수 많은 슈퍼컴퓨터들이 튜링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따라서 ‘유진 구스트만’ 슈퍼컴퓨터의 테스트 합격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레딩대학의 케빈 워윅 교수는 텔레그라프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튜링 테스트보다 더 기념비적인 것은 없다”면서 “이번 업적은 역사상 가장 흥분되는 업적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유진 구스트만’은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베셀로프와 우크라이나 출신 유진 뎀첸코가 공동 개발했다.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개발자 중 한 명인 베셀로프는 “우리들에겐 괄목할만한 업적”이라면서 “(이번 테스트 통과를 계기로) 인공지능과 챗로봇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실시된 행사는 튜링 테스트 고안자인 앨런 튜링 사망 60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를 풀어내면서 ‘전쟁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던 앨런 튜링은 동성애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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