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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이 바뀐다


보조금 투명해지고 '공짜폰' 마케팅 사라진다

[허준기자] 오는 10월,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구조가 크게 바뀐다. 휴대폰을 사는 곳, 시기,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로 지급되던 보조금이 일정해진다. '공짜폰'을 앞세워 휴대폰을 판매하던 휴대폰 유통점들의 판매방식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2일 보조금 중심의 현재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를 통과, 오는 10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휴대폰 보조금을 투명하게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라는 의미에서 일명 '보조금 투명화법'이라고도 불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주요내용은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의무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보조금을 요금할인으로 홍보하는 행위 금지 ▲제조사 장려금 조사 및 관련 자료 제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단말기 구매 전,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확인 가능

10월부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이제 휴대폰을 사기 전에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시시각각 바뀌는 보조금 때문에 반드시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방문해야 보조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들어 출고가 86만6천800원인 갤럭시S5에 보조금이 25만으로 공시된다면 전국 어떤 휴대폰 유통점을 가더라도 최소 61만6천8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유통점 별로 15% 안에서 보조금을 유동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가격은 57만9천300원이다.

신규가입,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을 통해 휴대폰을 구매할때도 동일한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통사가 다른 경쟁사 고객을 빼았기 위해 번호이동에만 과도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던 관행이 사라지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한도를 결정한다. 다만 이 한도는 법 시행 이후 3년간만 정한다. 3년 이후에는 통신사나 제조사가 마음껏 보조금을 투입할 수 있다. 또한 출시된지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에는 보조금 한도가 없다.

지금은 최대 27만원까지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이 법안이 시행될때는 보조금 한도가 27만원 이상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의 보조금 지급 한도인 27만원은 지난 2010년에 설정한 가이드라인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가이드라인이 높아질 것을 예고한 바 있다.

◆"3개월 동안 69요금제 유지하세요" 사라진다

요즘 휴대폰을 구매할때마다 당연하다는 듯히 내걸리는 조건, 예컨대 '3개월동안 69요금제 유지', '부가서비스 2달 유지' 등의 조건이 사라진다.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부가서비스를 일정기간 유지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일체 금지되기 때문이다.

만약 유통점에서 이런 요구를 한다면 그 자리에서는 하겠다고 얘기하고 바로 요금제를 바꾸거나 부가서비스를 해지해도 된다.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다. 25만원의 보조금을 한번에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요금에서 매달 차감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휴대폰 유통점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고 문구 '공짜폰'도 사라진다. 약정계약에 따른 요금할인을 보조금처럼 꾸미는 유통점의 상술 자체가 금지된다. 유통점은 반드시 보조금과 약정을 통한 요금할인을 별개로 명시해야 한다.

통신사와 계약을 맺은 유통점인 대리점, 그리고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유통점인 판매점도 모두 통신사의 책임하에 휴대폰을 유통한다. 이통사가 판매점에 대해 '자신들과 계약한 유통점이 아니라'며 보조금 지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대리점은 판매점과 계약을 맺을때 반드시 통신사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통신사는 정당한 사유없이 승낙을 거부하거나 지연해서는 안된다.

처벌조항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이통사에게만 보조금 지급의 책임을 지웠지만 이제는 제조사가 보조금을 공시한 것 이상으로 지급할 경우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통사도 마찬가지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차별적 지원금 지급 및 지원금 미공시 등 법 위반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규모 유통업체의 경우 과태료 한도가 5천만원까지 올라간다.

방통위는 긴급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보조금 차별적 지급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통시사나 대리점, 판매점 또는 제조사에게 그 행위의 일시 중지를 명할 수 있다.

이통사 임원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 긴급중지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통신사나 제조사 임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일부에 집중됐던 보조금, 국민 모두의 통신비 경감되길

이같은 내용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 일단 지금처럼 보조금에 따라 휴대폰을 바꾸는 모습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구매를 계획적으로 하고 너무 자주 휴대폰을 바꾸는 사람들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휴대폰 교체 주기는 16개월에 불과하다 지난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단말기 교체율은 67.8%로 2위 칠레(55.5%), 3위 미국(55.2%)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처럼 휴대폰을 빨리 교체하는 원인은 보조금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통사들이 번호이동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과도하게 보조금을 쏟아붓기 때문에 굳이 휴대폰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3개월마다 보조금을 받고 휴대폰을 교체하고 기존 폰을 중고로 판매하는 '폰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처럼 휴대폰을 바꾸는 사람들에게만 집중되던 보조금이 통신사의 네트워크 개선, 보다 싼 요금제 개발, 멤버십 등 장기고객 혜택 등으로 사용되면 국민 전체의 가계통신비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안을 추진한 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경쟁이 어려워져 이통사 간 요금과 품질 경쟁이 강화되고 요금이 싼 알뜰폰 등과 가격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보조금-요금할인 선택제 시행으로 자급제 중저가 단말기 사용이 활성화돼 단말기 과소비가 크게 줄어들며 ▲제조사는 장려금 등 돈 전쟁이 아닌 가격과 품질에 기초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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