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서버·스토리지 '中企 경쟁제품 지정' 논란


국내 장비 업계, 중기청에 신청서 제출…해외 업체와 첨예한 대립

[김관용기자] 하드웨어 장비 업계에서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소기업자간 경쟁 제품' 지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은 국산장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추진돼 왔으나 이들 컴퓨팅 장비를 '국산'이라고 부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쟁점이 되고 있다.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장비의 95%가 외산인데다 중대형 제품은 국내 기업들이 아예 만들 수 없는 분야라는 것 또한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이 IT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과 한국컴퓨팅산업협회 등 국내 장비 업계는 외산 장비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국산 장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중소기업청에 서버 및 스토리지 제품군에 대한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측은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은 공공기관의 외산 선호 현상을 해소하고 국산 장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국산 제품의 안정성 검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서버 인증제 등 안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버·스토리지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반발 거세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업계는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을 통해 공공 시장에서만큼은 국내 기업들의 진입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국산 제품 보호 정책으로 외산이 독점하는 시장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다.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을 신청한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이트론, 이슬림코리아, 태진인포텍, 삼보컴퓨터 등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로 서버와 스토리지 등의 컴퓨팅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국산 하드웨어로 볼 것이냐는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현재 서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x86 서버는 인텔 프로세서가 표준화 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서버를 국산이냐 외산이냐로 구분하는 것이 모호하다.

특히 국내 업체가 외산 CPU와 메모리, 메인보드, 하드디스크를 조립해 만든 서버를 국산 제품으로 볼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메모리 정도만 삼성전자가 생산하고 있을 뿐 나머지 핵심 기술들은 다 외산이다.

국내 업체가 외산장비를 주문자 상표 부착품(OEM)으로 생산하는 방식 또한 국산 장비라고 보기 어렵다. 외산 제품에 외형만 바꿔 국내 업체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국산 제품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외국 기업들이 수십년 간 발전시켜온 컴퓨팅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서버나 스토리지는 기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저사양 장비군이다.

여전히 국내 공공기관들은 유닉스 서버를 선호하며 일부 공공기관은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 유닉스나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곳은 없다.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중대형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버와 스토리지가 중기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될 경우 공공기관의 IT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대부분의 외산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채널 파트너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파트너사는 대부분 중소기업들로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공공시장에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이 오히려 또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셈이다.

한 해외 하드웨어 업체 관계자는 "과거 정부 주도로 추진했던 국산 주전산기 개발 프로젝트 타이콤이 결국에는 외산 제품을 대체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나라의 IT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이번 서버 스토리지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 제도는?

중기간 경쟁 제품이란 공공시장 조달 참여에 대기업을 배제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한 제품을 의미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들끼리만 납품 경쟁을 하도록 품목을 고시하고 있으며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3년에는 가구, 단추, 레미콘, 보일러, 데스크톱 PC, 측량, 프라이팬 및 냄비, 플라스틱병 및 용기, 학생복, 합성목재 등 202개 품목이 선정됐다.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한 202개 제품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조달 계약에 3년간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금지되고 중소기업 간 경쟁을 통해 사업자가 선정된다.

따라서 만일 국산 장비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서버와 스토리지가 중기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면 중소기업 외 사업자는 서버와 스토리지 품목을 3년간 정부 조달시장에 납품할 수 없다.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IBM, HP, 오라클, 시스코, 델, EMC, 넷앱 등의 해외 업체는 사실상 공공 시장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관계부처 협의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중소기업 경쟁 제품을 지정해 공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5일 서울 상암동 소재 중소기업DMC 타워에서 서버 및 스토리지의 중소기업간 경쟁 제품 지정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서버·스토리지 '中企 경쟁제품 지정' 논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