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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보증금제'부활…서울시 방침에 업계 '곤혹'


서울권 매장점주 반발 클 듯…'300~500원선' 논의

[장유미기자] 서울시가 1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자 서울시내에 위치한 매장을 대상으로 컵 보증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매뉴얼 없이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업체들도 사업 참여 여부 및 컵 보증금 적정 가격 등을 두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시 미관 향상 및 자원순환도시 구현을 명분으로 이같은 '1회용 컵 회수체계 시행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미 이와 관련된 업체들을 불러 두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또 이번주까지 관련 업체들의 사업 참여 여부를 조사한 뒤 내달 6일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커피빈, 카페베네, 투썸플레이스, 자바씨티 등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와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 참여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협약이 체결되면 해당 업체들은 서울시내 위치한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1회용 컵 보증금을 받아야 한다. 또 컵이 회수됐을 시에는 고객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컵을 재활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다회용 컵 등을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에게는 대여보증금을 받고 식음료를 제공하게 된다. 이에 따라 만약 고객이 3천500원인 음료를 구매하게 되면 컵 보증금 3천500원을 포함한 총 7천원을 지불해야 하며, 컵 반납 시 3천500원을 환불받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다회용 컵 대여 제도를 통해 1회용 컵 사용 비율 감소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체들은 다양한 디자인 컵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이미지 제고 및 브랜드 가치 극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참여여부 결정 두고 업체 '갈팡질팡'

서울시는 이번 사업에 대한 업체들의 참여 여부를 '자율의사'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또 시에서도 이 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이동식 거치대를 설치하고, 협약 시행 매장 주변 거리 청결을 위한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회의 때 서울시 관계자가 개별적으로 한 업체만 참여한다 해도 이번 사업을 진행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업체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서울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업체 입장으로서는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체들은 현재 이 사업의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속앓이' 중이다. 전국적으로 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탓에 서울시에 속한 매장에서만 보증금 가격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되면 지역 간 '가격 형평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업체들은 컵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심한 반발도 예상된다. 더욱이 경쟁 업체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만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이번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몇몇 주요 커피 전문점들은 이런 문제점들로 서울시와 뜻을 같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한다 해도 보증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점과 서울지역 매장점주들의 반발, 보증금 시행 시 관련 시스템 보완 등 여러 문제가 놓여있어 업체 입장에서 시행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며 "올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 없이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 업계에서는 이 사업이 시행되면 경기 지역 경계에 있는 서울 소재 매장 점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브랜드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소재지에 따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음료 가격이 달라져 경기 지역에 속한 매장으로 고객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서울권 매장의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부분 개인 점주들이 운영하는 매장이 대부분으로 사업 시행이 확정될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는 해당 점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컵 보증금도 '자율 결정'? 업체…"부담 된다"

이번 사업 참여 여부뿐 아니라 컵 보증금액 적정 가격 결정도 서울시가 사업자 '자율'에 맡긴 탓에 업체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다른 경쟁 업체가 보증금을 얼마나 책정할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인 것. 또 두차례 회의를 거치는 동안 자원순환사회연대,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단체와 서울시 측이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 만큼의 보증금액이 결정돼야 사업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가격 결정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비자들은 300~500원 정도의 컵 보증금이 적정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전 컵 보증금 제도 시행 시 부과됐던 50~100원의 보증금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회의 때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면서 "서울시의 사업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회의 때 컵 보증금으로 100원은 싸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업체에게 금액 결정의 자율성을 줬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두고 업체들끼리 논의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보증금을 회수할 만한 적정 금액을 300~500원으로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 "시행 방법 문제, 차차 해결할 것"

이 같은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서울시는 업체 의견을 더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사업과 관련한 결정권자는 업체에게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은 업체와 더 논의해 차차 풀어간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이 사업은 MOU 체결과 동시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6개월~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시행할 계획"이라며 "모두에게 환영 받는 정책은 아니지만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업체들도 회의 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에서도 컵 보증금 제도를 되살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최근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이와 관련한 입법도 발의하는 등 많은 곳에서 공감하고 있다"며 "업체 의견을 반영해 방법론적 문제만 차차 해결해 나가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컵보증금 제도는 환경을 위해 1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2년 도입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텀블러 등 다회용 컵 지참 고객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자발적 협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컵보증금제도의 경우 미반환 보증금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고 법에 근거하지 않은 국민 편익 침해, 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 등 논란이 일면서 결국 지난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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