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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구글 동맹, 특허전쟁 판도 뒤흔들까?


애플과 소송 공동 보조…전술적으론 도움될 듯

[김익현기자]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두 연인이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삼성과 구글 얘기다.

삼성과 구글은 27일 향후 10년 간 포괄적 특허 공유 협약(크로스 라이선스)을 체결하며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크로스 라이선스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나 기술을 서로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두 회사는 ‘안드로이드 군단’을 대표하는 양대 강자. 구글이 본진 역할을 감당한다면 삼성은 영토 확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뛰어난 야전 장수나 다름 없다.

두 회사는 “불필요한 특허 분쟁을 하기 보다 공조 체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런 측면이 분명 강할 것이다.

하지만 이면을 따지고 들어가면 최근의 상황 변화 역시 고려 대상이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삼성, 구글 모두 어정쩡한 관계를 계속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변방 치던 애플, 안드로이드 본부 쪽으로 타깃 변경

애플은 안드로이드 폰이 출시되자마자 곧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카피캣’이란 비난을 하면서 소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애플은 본진 대신 ‘변방’을 치는 전략을 썼다. 지난 2011년 ‘안드로이드 사령부’나 다름 없는 구글 대신 변방의 동맹군인 HTC를 공격 상대로 택한 것이다.

물론 HTC는 ‘구글 폰 제조업체’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기업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핵심 동맹군’이라고 보긴 힘들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정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일본군과 미국군 비유는 가치 개념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그 뒤 애플은 부품 파트너이기도 한 삼성을 제소하면서 전선을 확대했다. 특히 애플은 지난 2012년 8월 삼성과 1차 소송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두면서 안드로이드 동맹군에 큰 타격을 입혔다.

삼성과 애플의 1차 소송은 ‘디자인’과 ‘인터페이스’가 주된 타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는 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이 때까지만 해도 애플은 안드로이드 본진은 건드리지 않았다. 외곽을 공격해 본진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갤럭시 넥서스로 시작된 2차 소송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고유 작동 원리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3월 소송은 사실상 '애플 대 구글 전쟁'

실제로 오는 3월말 시작될 2차 소송에서 애플은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 ▲데이터 태핑 특허(647) ▲시리 통합 검색(604)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5개 특허권을 공격 무기로 택했다.

이 중 ‘밀어서 잠금 해제’를 제외한 4개 특허권은 안드로이드의 기본 작동 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이지만 사실상 구글이 타깃이라고 봐야 한다.

구글과 삼성이 ‘10년 간 상호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삼성과 구글은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 할 수 없는 사이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 해 말 시작된 록스타 컨소시엄과의 소송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애플이 이끌고 있는 록스타 컨소시엄은 지난 해 말 구글,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동맹군을 상대로 ‘기습 공격’을 했다.

록스타는 지난 2011년 노텔 특허권을 인수하기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 록스타에는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블랙베리, 에릭슨, 소니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구글과 경쟁 끝에 노텔 특허권을 44억 달러에 인수한 뒤 지난 해 10월말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록스타와 구글은 각각 ‘텍사스’와 ‘새너제이’에서 소송을 하기 위해 한 치 양보 없는 두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록스타는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에 구글을 공동 피고로 명기했다.

구글이 텍사스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이 같은 조치 때문에 삼성과 구글은 또 다시 공동 운명체가 됐다.

◆구글, 모토로라 특허로 동맹군 강화 포석일 수도

구글과 삼성의 라이선스 협약이 특허 전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구글과 삼성은 동맹군인 동시에 잠재적인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테크크런치는 이번 협약이 애플과 특허 전쟁 외에도 크게 두 가지를 더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구글 입장에선 ‘흔들리는 동맹군’의 결속을 다질 필요가 있다. 최근 애플과 록스타 컨소시엄의 무차별 공격으로 동맹군들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안드로이드 맹주’다운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 따라서 구글은 이번 협약을 통해125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모토로라 특허권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방어막을 좀 더 견고하게 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게 테크크런치의 분석이다.

테크크런치는 이와 함께 동맹군 중 지나치게 영향력이 커진 삼성에 대한 위기의식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자신감을 얻은 삼성이 독자 운영체제(OS)를 시도하더라도 안드로이드 동맹군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크로스 라이선스’를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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