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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판금 공방"…삼성-애플, 1년 새 무슨 일이?


美항소법원, '판금기각' 했던 1심 판결 파기 환송

[김익현기자] 잊을 만하면 한번씩 주먹을 주고 받는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얘기다. 1년 전 '기각 판결'을 받았던 애플이 또 다시 갤럭시S를 비롯한 삼성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신청을 했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26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 20여 종에 대해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이번에 애플이 판금 신청한 것은 지난 해 12월 루시 고 판사가 한 차례 기각했던 제품들이다. 하지만 이번엔 루시 고 판사도 판금 요청을 받아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판금 기각’ 명령에 불복해 항소했던 애플이 항소심에선 승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루시 고 판사가 판매금지 판결을 내리더라도 삼성이 큰 피해를 입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제품 대부분이 현재 유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소법원이 애플의 최대 무기인 ‘디자인 특허권’에 대해선 판금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 점도 삼성에겐 큰 위안이 될 전망이다.

◆1심선 "특히 침해와 애플 피해 인과관계 없다" 기각

애플이 또 다시 판매금지 요청을 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선 시간을 1년 전으로 잠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당시 애플은 배심원들로부터 10억5천만 달러 배상 평결을 받아낸 뒤 ‘판매금지’ 공세를 퍼부었다.

‘고의로’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한 제품들을 시장에서 영구 추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을 이끌었던 루시 고 판사는 애플 요청을 기각했다. 루시 고 판사는 지난 해 12월 17일 "애플은 삼성의 불법 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어느 정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하지만 판매금지를 정당화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결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삼성 제품을 구입할 권리를 박탁당할 경우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시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권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하지만 고 판사는 디자인 특허권 침해 때문에 애플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판결했다. 고 판사는 또 "탭-투-줌 같은 애플 특허권 때문에 삼성 제품 판매가 늘었다는 점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판매금지 소송에서 완패한 애플은 곧바로 항소했다. 그리고 지난 11월18일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당시 항소법원은 “삼성이 특허권을 침해한 모델들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애플 측이 금지명령(injunctive relief)을 요구할 이유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 "애플, 디자인 특허 외엔 판금 신청 가능"

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삼성은 두 가지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즉 재공판을 요구하거나 대법원에 상고허가(writ of certiorari) 청원서를 제출해 소송을 계속하는 방안이 있었다. 하지만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은 어느 쪽도 택하지 않았다.

그러자 연방항소법원은 26일 1심 재판을 담당했던 루시 고 판사에게 항소심 결정 사항을 통보했다. 1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이날에 맞춰 애플 측도 루시 고 판사에게 삼성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내년 1월30일 삼성 제품 판매금지 판결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요구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삼성이 상고 등을 통해 판매금지를 지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크게 두 가지 분석을 내놨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삼성이 구형 모델 판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점이다.

이와 함께 항소법원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권을 인정해주지 않은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포스페이턴츠는 분석했다. ‘디자인 특허권’ 공세만 피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핀치 투 줌을 비롯한 애플의 주요 상용 특허권들은 연이어 무효 판결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루시 고, 판금 판결한 뒤 집행 유예 선고할 수도

통상적으로 법원이 판매금지 판결을 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성립돼야 한다. 즉 ▲판매금지 처분이 없을 경우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되며 ▲이 피해와 특허 침해 간에 강한 인과관계(casual nexus)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물론 입증 책임은 판매금지를 요청한 측이 지게 된다.

지난 해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 특허 침해와 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루시 고 판사의 이런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법리적으로는 루시 고 판사가 애플의 판금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올 들어 핀치 투 줌, 탭 투 줌 등 애플의 핵심 특허권들이 연이어 무효 판결을 받은 때문이다. 지위가 불투명한 특허권 침해로 판매금지 판결을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인 셈이다.

애플도 이런 부분을 감안해 판금 신청을 하면서 법적 조치를 취했다. 특허청의 무효 판결에 대해 항소한 것이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애플이 항소하면서 핀치 투 줌을 비롯한 주요 특허권들은 적어도 2017년 중반까지는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게 됐다.

루시 고 판사 입장에선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인 셈이다. 항소법원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무효가 될 지도 모를 특허권으로 판매금지 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이유 없이 항소법원 결정을 거스르기도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루시 고 판사가 (애플의) 판매금지 신청을 받아들인 뒤 삼성에게 (판매금지) 집행 유예 판결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시 고 판사가 판매금지 집행 유예를 거부할 경우 삼성은 항소법원에 같은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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