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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SW기업 라이선스 정책에 불만 고조


고객 압박용으로 라이선스 관리 활용…국내 고객들 "못살겠다"

[김관용기자]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고객 라이선스 관리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사에 공문을 보내 소프트웨어 사용 실태조사를 강요하는가 하면 경쟁사 제품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활용해 압박한다는 것이다.

특히 라이선스 기준을 임의대로 적용해 비용 지불을 강제하고 제품 사용정보에 대한 충분한 고지없이 계약 체결 후 고객 라이선스 관리 서비스를 통해 비용을 청구하는 등 라이선스를 이용한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자산 관리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조건과 다르게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라이선스 관리프로그램, 영업 수단으로 전용

A업체는 그동안 오라클 데이테베이스(DB)를 사용하던 고객이 자사 DB를 사용하기로 최근 결정돼 이를 홍보하기 위한 고객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고객사는 오라클의 라이선스 관리 서비스인 LMS(License Management Service)를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 비(非) 오라클 제품 도입을 대외에 알리게 되면 LMS를 적용해 추가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는 오라클의 압박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정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오라클의 LMS는 고객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분석해 라이선스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한국오라클은 LMS를 바탕으로 당초 계약 보다 많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계약 조건과 다르게 이용할 경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국내 사용자들은 LMS를 소프트웨어 불법 사용에 대한 감시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이탈을 막고 제품의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한 오라클 DB 고객사는 "한국오라클의 가장 큰 문제는 사전에 충분한 고지없이 추후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오라클은 DB 제품에 대해 A, B, C 옵션 기능을 다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A 옵션 기능만을 계약한 고객은 사용 중에 B, C 기능도 가능함을 알게 되고 계약없이 이를 자연스럽게 사용한게 된다. 한국오라클은 평상시에는 아무런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가 고객이 제품을 교체하려 하거나 추가 제품 구매시에 LM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

고객사는 한국오라클과 협상에 나서지만 추가 사용료와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쉽게 다른 제품을 도입할 수 없게 된다. LMS는 고객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사실상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추가 계약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 DB 파티셔닝 기능이다. 오라클 DB의 파티셔닝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품 원가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옵션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오라클은 파티셔닝 기능을 열어놓기 때문에 고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사용한다. 제품 교체시 한국오라클은 LMS를 적용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고객사는 어쩔 수 없이 오라클과 또 다른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웹사이트 DB 구축 부분도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이다. 기업 홈페이지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접속하기 때문에 유저당 라이선스가 아니라 코어 단위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는게 맞다. 하지만 코어 라이선스가 비싸기 때문에 고객은 유저 라이선스를 선호하며 한국오라클 측은 유저단위 라이선스 계약을 허용한다. 추후 문제 발생시 LMS를 통해 또 다른 영업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심산이라는게 고객사의 주장이다.

◆무분별한 고객정보 요구, 라이선스 임의 적용 논란

최근 B업체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 확인을 요구받았다. 한국MS는 MS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품 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한국MS 측은 "불미스러운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현재 사용 중인 소프트웨어 자산의 자체 점검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B고객사는 이를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 불법으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도 자사의 정보 자산 조사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MS가 B기업에 요구한 소프트웨어 자산 조사 요구 공문에 따르면 MS 제품 뿐만 아니라 고객정보에 대한 상세 내용과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제품, 제품 취득 경위, MS 개발자 도구 사용 인원, 제품 사용 용도, 소유하고 있는 라이선스 내역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는 해당 기업의 정보자산 파악을 통해 영업 자료로 활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다. 한국MS가 요구한 자료는 해당 자료를 토대로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이를 대체하는 자사 제품을 제안할 수 있다.

B기업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 고객의 정보자산 조사를 강제하는 이같은 협박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윈도를 대체하는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면 더이상 MS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MS의 라이선스 정책은 서울 지하철 사업에서도 문제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LG CNS와의 서비스공급자라이선스계약(SPLA) 논란이다.

지난 2007년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1, 3, 4호선 66개 역사의 노후화된 열차정보안내 시스템을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EPP미디어가 수주한 이번 사업에서 LG CNS는 시스템통합(SI) 하도급을 받아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을 구축했다. LG CNS는 이 과정에서 MS의 윈도 OS와 SQL 서버를 적용했다.

하지만 한국MS 측은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이 상업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SPLA를 체결했어야 하지만 LG CNS가 비상업용 계약을 맺었다며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EPP미디어는 한국MS 측에 라이선스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LG CNS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MS 측은 당시 "SPLA 라이선스는 처음부터 고지한 사항으로 불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해 실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LG CNS는 "SPLA 라이선스를 인지하지 못해 기존 라이선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예상됨에도 한국MS 측은 적극적인 홍보나 안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LG CNS는 "열차정보안내시스템 사업의 경우 지하철 승객의 접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단순한 광고 및 지하철 정보 제공용으로 설계된 시스템"이라면서 "고객들이 MS 제품에 접근하지 않는 단순한 디스플레이 영역에도 MS가 SPLA 정책을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이 발주한 지하철 관련 사업에서도 한국MS는 라이선스 문제를 제기해 대부분의 사업에서 협의 후 추가 비용을 받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업체 한 관계자는 "MS가 사용 업체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대표이사를 경찰서에 출두시키면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MS는 이같이 업체를 압박한 뒤 합의를 유도해 고소를 취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선스 횡포로 외산 종속 현상 심화"

한국IBM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실사용자수 실태조사(SLR)'로 갈등을 빚은바 있다. SLR은 고객사가 IBM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느지 여부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한국IBM의 행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한국IBM은 SLR에 따라 대법원을 실사하면서 서버 열람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언론 등으로부터 "외국계 기업이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는 공공기관 서버를 열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IBM은 농협, 외환은행, 국민은행 등의 국내 금융사와도 SLR 관련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 관계자는 "SLR은 계약서 상에 명기된 부분으로 고객사의 라이선스 사용현황을 파악하는 정책은 전 세계 동일하다"고 전했다.

'SAP 하나(HANA)'를 통해 DB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SAP코리아 또한 경쟁사 DB를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해 시장에서 논란이 됐다.

한 고객사는 SAP의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를 오라클 DB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SAP코리아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데이터를 이동하려면 SAP의 또 다른 솔루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SAP코리아 측은 "계약서에 데이터를 다른 시스템에 전송할 때마다 오픈허브라는 솔루션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구매 고객에게 라이선스 계약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고 이해되는 부분이다.

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임원은 "외국계 기업들의 라이선스 관리 프로그램을 통한 횡포로 고객들이 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따라 외산 종속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은 벤더에게 제품 구매시 라이선스 계약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 "계약 내용 중 불공평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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