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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메가박스에 '표현의 자유' 수호를 강요할 수 없다면


[강현주기자] 메가박스의 '천안함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로 영화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시계가 거꾸로 가듯 '표현의 자유'가 퇴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문제는 정황상 그런 관측이 나올 법도 하지만 막연한 대상에 도덕적 비난을 쏟고 감성적 호소를 하는 데에만 몰입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탄압이란 심증만으로도 그 진상규명은 이뤄져야 하는 게 맞지만 진상규명은 규명대로 하되, 반드시 짚고 넘어갈 또 하나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관과 영화배급 주체간의 '계약서 없는 계약'의 고질적인 관행이다.

할리우드 등 영화 산업 선진국과 다르게 한국 영화계는 개별 영화 상영에 대해 상영기간, 종영조건 등의 계약서 작성 과정을 생략한 '묻지마 계약'이 만연하다. 이 때문에 언제든 영화관이 마음대로 영화를 내려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이전에도 영화관이 독단적으로 상영 중인 영화를 내려 논란을 빚은 사례들이 있지만 상영일수와 종영조건에 대한 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할 수 없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었다.

분명 영화진흥위원회의 '표준상영계약권고안'은 1주일 최소상영을 지키고 종영조건과 상영기간을 명시하도록 돼 있지만 법적 강제는 없다.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은 이를 자율적으로 지키겠노라 지난 4월 '동반성장이행협약'을 맺었지만 천안함프로젝트 사태로 이 약속의 무용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메가박스는 "관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천안함프로젝트를 종영했다 밝혔지만 설령 자사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해도 표현의 자유를 사수해 내지 못했다고 비난만할 순 없다고 본다.

다양성을 수호해야 하는 '문화' 산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상업'영화관에게 불이익까지 감수하며 강제성 없는 약속을 지키라고 하긴 힘들다.

다만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 상업영화관들이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신념이 없다고 해도 자동적으로 지켜질 수 있는 시스템 정착에 역량을 더 쓰는 게 영화인들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앞서 논란이 됐던 '스크린 독과점' 문제 역시 1주일기본상영, 교차상영 금지 등이 지켜지면 어느 정도는 개선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회 교문위 관계자는 이번일로 동반성장이행협약의 '제도화'를 검토할 수 있다 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협약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제도화 검토이건 모니터링 시스템의 철저한 운영이건 영화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 정착을 위한 '행정력'이 적극 발휘돼야 한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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