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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개발자' 레이 오지, HP 살려낼까


HP 이사회 전격 합류…SW 전략 큰 힘 보탤 듯

[김익현기자] '천재 개발자' 레이 오지가 휴렛패커드(HP)에 가세했다. 빌 게이츠의 총애를 받았던 레이 오지가 HP의 회생 몸부림에 어떤 힘을 실어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P는 15일(현지 시간) 레이 오지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HP는 레이 오지 외에도 맥도널드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월그린 회장인 짐 스키너와 리버티 미디어 전 CEO인 로버트 베넷도 함께 영입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9명이었던 HP 이사는 1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맥 휘트먼 HP CEO는 레이 오지 등을 영입하면서 소프트웨어와 마케팅 쪽을 대폭 보강할 수 있게 됐다.

◆로터스 노츠 개발자…빌 게이츠 "3대 개발자" 극찬

HP의 이번 영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이 바로 레이 오지다. 레이 오지는 로터스 노츠를 개발하면서 천재 개발자로 명성을 날린 인물. 루 거스너 회장이 이끌던 IBM이1995년 로터스를 인수하면서 레이 오지는 한 때 IBM에도 몸을 담았다.

하지만 '천재' 레이 오지는 IBM이란 큰 조직에 오래 머물진 않았다. 불과 2년 뒤인 1997년 P2P 방식의 그룹웨어 개발업체인 그루브네트웍스를 설립한 것. 8년 여 동안 그루브를 운영하던 레이 오지는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됐다.

당시 MS 수장이던 빌 게이츠는 레이 오지를 '세계 3대 개발자'라면서 높이 평가했다. 빌 게이츠가 그루브 인수를 최종 결정한 것도 순전히 레이 오지를 손에 넣기 위해서란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MS에 합류한 레이 오지는 빌 게이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로터스 노츠를 개발할 당시부터 협업에 관심을 가졌던 레이 오지는 MS 내에서도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애플을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인기를 끌던 아이팟이 굉장히 위협적인 제품이라고 칭찬한 것. 잘 아는 것처럼 아이팟이 진화를 해서 3G 통화기능을 결합한 것이 바로 아이폰이다.

빌 게이츠 역시 레이 오지의 이런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2006년 6월 레이 오지를 최고소프트웨어 아키텍트(CSA)에 임명한 것. 이후 레이 오지는 빌 게이츠와 함께 MS의 운영체제와 서비스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는 일을 맡았다.

빌 게이츠는 2006년 일상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자선 사업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레이 오지를 MS의 미래를 이끌 중요한 인물로 꼽았다.

하지만 빌 게이츠 후임으로 MS를 이끌게 된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와는 달랐다. '천재' 레이 오지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도록 풀어주지 않았던 것. 결국 레이 오지는 2010년 MS를 떠난 뒤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탈코를 설립했다.

◆"HP에 필요한 건 SW…레이 오지 영입은 신의 한 수"

상근직은 아니지만 HP의 레이 오지 영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텃밭인 PC시장이 흔들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HP 입장에선 레이 오지의 통찰력과 비전에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P를 이끌고 있는 맥 휘트먼 CEO 역시 모바일 컴퓨팅 쪽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또 "새롭게 영입한 이사 몇 명이 HP처럼 큰 회사에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힘든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전략적으로 볼 때 레이 오지 영입이 가장 이치에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향후 경쟁 포인트는 소프트웨어 쪽이기 때문에 레이 오지 만한 인물을 찾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토페카 캐피털 마켓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생각이다. 화이트는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소트트웨어는 앞으로 HP가 확충해야 하는 분야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의 총애를 받으면서 한 때 MS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했던 레이 오지. 하지만 그는 '관리형 경영자'인 스티브 발머 아래선 제대로 역량을 발휘해보지 못하고 잊혀진 존재가 됐다.

사실상 3년 만에 거대 기업에 복귀하는 레이 오지가 과거의 명성을 되살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섣불리 '예'라고 대답하긴 쉽지 않다. '빛의 속도'로 진화 발전하는 IT 시장에서 3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 오지는 적어도 소프트웨어 분야에 한해선 '시대를 앞섰던 천재'였다. 한 발 앞서 '협업'을 고민했을 정도로 뛰어났던 레이 오지의 통찰력은 휘청거리는 거함 HP엔 적잖은 힘이 될 전망이다. 성공 여부를 떠나 레이 오지 영입은 맥 휘트먼이 지금까지 던진 수 중 가장 멋진 한 수가 될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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