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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중년'이 아이폰으로 저질렀다


아이폰 통한 예술 세계, '지난 일년' 한창민 작가 인터뷰

[김현주기자] '지난 일년' 사진 전시회 제목 참 재미없게 지었다 싶었다. 작가 이야기 안들어 봐도 '일년 동안 찍은 거 전시했다는 거겠지" 했다.

좁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좀 찍는다는 사람들 사진을 수없이 봤지만 그의 사진은 남달랐다. 어떤 사진은 참 감각적이고, 놀랍고, 슬프기도 했다.

이 사진들이 큰 울림을 주는 건 아마 작가가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촬영도구는 놀랍게도 애플 아이폰이다.

'지난 일년' 사진전이 열리는 서울 효자동 서촌갤러리에서 기자와 만난 한창민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찍었어요. 사소한 거라도 제 눈에 들어오면 무조건 찍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을 공부한 적 없다는 그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딴지일보 편집장,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을 지낸 이력이 있을 뿐이다. 사진전 제목처럼 그는 지난 1년간 찍었다. 그 것도 많이 찍었다. 1만장의 사진 중 3천500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주변에서 사진 좋다는 말이 들려왔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다 전시회를 열자는 제안이 왔다. 처음에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응원받다 보니 '그래, 그 전시회라는 거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스마트 시대가 되면서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사진으로 돈을 버느냐, 어떤 피사체를 찍을 수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저도 항공, 수중 촬영 빼곤 거의 다 해봤는 걸요."

그의 손에는 액정이 깨져버린 아이폰4S가 들려있었다. 처음엔 아이폰3GS로 시작했고, 이제는 아이폰4S다. 한 작가는 "사진을 찍다 실수로 액정을 깨트렸지만 사진 찍는데 전혀 지장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꼭 아이폰이어야 했던 건 아니에요. 색감이 좋고 촬영 시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스마트폰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전화기지만 아주 훌륭한 사진촬영 도구죠. 누구나 세계 최고의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요."

그는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다. 보정은 하지 않는다. 흑백으로 바꿀 때만 손본다. 좋아하는 것을 주로 찍고, 눈 앞에 나타난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사진에 담는다.

그의 대표 작품인 '브레송에 헌정'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조각상과 사람이 대비되는 것을 우연히 찍은 '결정적 한방'이 걸작이 됐다.

"사진의 신이 계시는 것 같아요. '이거 하나 먹어라'라고 결정적 순간을 보여주시는 거죠. 거기다 소셜 미디어라는 시대적 기회를 타고 SNS를 통해 사진이 알려지게 된거죠.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랄까요."

그는 자신을 '평범한 중년'이라고 칭했다. 흐르는 대로 살 뿐이라고 했다. 지금의 유명세도 한때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 일년'이라는 평범한 제목을 쓴 것도 어떤 의도를 내보이지 않기 위함이라고.

"보이는 대로 찍은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린 거예요. 물론 사람들이 제 사진을 좋아해주고 많이 알아봐주면 좋죠. 하지만 돈, 명예, 명성을 얻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기에 바라는 것도 없죠. 지금 다음 전시회 제안이라던지, 사업 협력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결정된 건 없어요."

'보통 사람'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있다는 한창민 작가의 말이 유난히 가슴에 와닿았다.

"저지르세요. 일단 하세요. 뭔가 저지르기에 너무 좋은 세상이잖아요. 하다보면 얻어 걸려요. 아무 것도 안하면 진짜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저스트 두잇(Just Do It)!."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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