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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넥서스4'를 기다리는가


'값싼폰' 아닌, 거품 빠진 프리미엄에 대한 갈증

[강은성기자] "가격은 299달러, 성능은 1천달러." 이같은 표현으로 압축되는 LG전자의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4의 인기가 심상찮다.

현재 구글플레이에서 미국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온라인 판매만 진행되고 있는 이 제품은 일부 국가에서 출시 30분만에 초도 물량이 매진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넥서스시리즈보다 성능을 강화하고 고급 부품을 채용했음에도 가격은 299달러(우리돈 32만원 선, 8GB 기준)로 저렴해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

이같은 소식을 접한 국내 소비자들은 보다 강하게 넥서스4의 국내 출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기업이 제조한 제품을 왜 정작 국내에서는 출시하지 않느냐'고 통신사와 LG전자, 구글코리아에 항의성 문의를 남기기도 다반사다.

차일피일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 아이폰 신작을 제외하고, 이처럼 특정 제품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싸다고 잘 팔리는 것 아니다"

넥서스4가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는 이같은 관심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넥서스4가 해외에서 '완판'된 것, 그리고 국내 이용자들의 출시 요청이 줄을 잇는 것에 대한 까닭은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LG전자가 저렴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전략제품'으로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사는 애플이 아이폰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급하게 뒤를 따라가던 2010년10월 '차별화'를 내세우면서 저렴하고 실용적인 스마트폰을 전략폰으로 출시했다.

'옵티머스원'이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당시 국내 출고가격이 60만원선. 이동통신사의 요금할인 프로그램을 적용해 2년간 43만원 가량을 할인받고 나면 매달 단말 할부금이 몇천원대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당시 갤럭시S가 90만원대, 아이폰4가 8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면에서 경쟁력은 있었던 셈이다.

LG전자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보급형'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8월 갤럭시R을 내놨다. 이 회사는 LTE용으로도 보급형 제품을 내놨고 최근엔 '자급제용 단말기' 갤럭시 에이스플러스를 27만원에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보급형 제품들이 시장에서 거둔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는 넥서스4의 인기가 '가격'이 전부는 아니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바꿔말하면 기존에 출시된 '보급형'이라는 이름의 저가 단말기들은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과거 LG전자가 출시한 옵티머스원의 경우 경쟁사 삼성전자가 당시 출시했던 갤럭시S에 비해 느린 코어(600㎒ 싱글코어)와 작은 화면(3.2인치)을 채택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보급형 모델들도 프로세스 성능이나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주력제품보다 '한 단계 아래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넥서스4는 저렴한 가격 뿐만 아니라 ▲4.7인치의 넓은 화면 ▲홈버튼 등을 패널로 모두 소화한 세련된 디자인 ▲100만원대 스마트폰에나 장착되는 퀄컴의 최신 쿼드코어 프로세서 장착과 이로 인해 기대되는 뛰어난 성능 등 국내에서 99만9천900원에 출시된 최고급 프리미엄폰과 거의 차이가 없는 '스펙'을 갖췄다.

◆보조금 '착시현상'도 한 몫

넥서스4가 막상 국내에 출시되도 '정말 잘 팔릴까'라는 의문도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보조금'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휴대폰 유통업체 대표는 "솔직히 그동안 국내에서 저가형 폰이 팔리지 않는 것은 보조금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보조금 할인으로 50만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소비자는 '나는 100만원 가치의 제품을 반값에 샀다'는 만족을 갖게 된다. 하지만 원래 50만원짜리 폰을 30만원에 산다면 그 만족의 차이는 100만원짜리 제품을 샀을때와 완전히 다르다. 결국 소비자는 '까짓 조금 더 써서 100만원짜리를 할인받자'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조금으로 인한 착시현상 때문에 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더구나 저가 스마트폰은 보조금이 그렇게 많이 실리지도 않는다. (제조사나 통신사 모두)회사 입장에서는 저가 제품에 보조금을 많이 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다보니 100만원짜리 최신 스마트폰이 50만원짜리 저가폰보다 더 싸게 팔리는 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애당초 LG전자와 통신사, 구글 등이 한국을 넥서스4 출시국가에서 제외한 이유로 꼽은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Needs)'와 다르다"고 한 부분도 이같은 맥락이 숨어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통신산업 전문 컨설턴트는 "업체들은 '국내 소비자는 프리미엄 폰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고급스러운 기능과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이야기이지 무조건 비싸기만 한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를 착각해 저가 제품을 외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컨설턴트는 이어 "넥서스4에 대한 관심은 가격은 저렴하되 성능과 디자인은 고급인, 한마디로 '거품'이 빠진 프리미엄폰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라면서 "보조금을 언제 받을 수 있을까 눈치싸움을 벌이며 피로감이 누적됐던 고객들이 가격 거품이 빠진 프리미엄폰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LG전자는 현재 국내에 옵티머스G를 출시한 상황에서 넥서스4와의 '시장충돌'을 우려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잃는 것보다는 만년 2위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넥서스4를 계기로 바꿔놓을 수 있는 전략적인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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