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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게임, 젊은 주부들의 은밀한 공간?


쉽고, 남편과도 함께 즐길 수 있어 30대 여성에 인기

직장인 김 모 씨(37세)는 요즈음 아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독서에 관심이 없다던 아내가 최근 들어 PC가 놓인 서재에 들락거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 서재에 PC도 켜져 있는 경우도 많아졌다.

처음에는 아내가 웹 서핑이나 새로운 연예 소식들을 듣기 위해 PC를 켰던 것이라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오후에 서재에서 급히 나오는 아내와 마주친 김 모 씨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는 주말마다 집에 있기 싫어 나들이 가자고 떼쓰던 아내가 갑자기 서재에서 나오니 뭔가 신상에 변화가 생겼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따뜻한 봄 햇살에 추위가 물러가듯, 요즈음 아내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는 것이다. 마치 인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김수현을 발견했을 때의 모습이다. 봄을 타던 아내가 요즈음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웹게임이다. 게임이라곤 고작 '맞고'만 할 줄 알았던 아내가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주부들의 대화에서도 인터넷은 단골 소재다. 그리고 게임 커뮤니티도 주부들에게 그다지 낯선 용어는 아니다. 별도의 설치가 없이 웹에서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조작이 단순하기 때문일까?

◆30대 여성 유저, 웹게임을 알다

20~30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웹게임에 30대 여성 유저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땅따먹기', '전략' 등 전투 용어들이 넘쳐나는 웹게임은 1~2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 유저의 비율이 1% 미만의 소수점에 그칠 정도로 적었다.

화려하고 예쁜 그래픽을 자랑하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그나마 여성들의 참여 숫자는 많았다. 다만, 그 역시도 여성들이 참여하는 게임들은 '서든 어택', '아이온', '오디션' 등과 같은 인기 게임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리고 여성 유저들의 연령 분포 또한 10~2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30대 이상의 여성들은 PC나 게임기기 등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순간적인 판단과 조작 실력이 필요하거나 혹은 꾸준히 플레이 해야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게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티빌', '룰 더 스카이' 등의 SNS 게임과 '춘추전국시대' 등의 웹게임을 중심으로 30대 여성 유저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게임 조작에 익숙한 남편들을 동원해 레벨을 올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부쩍 늘어난 30대 여성 유저들은 SNS 게임의 아기자기함과 평화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게임에서 경쟁 요소가 빠지면 원가 아쉽기 마련이다. 레벨과 포인트 등의 단순한 수치 비교뿐만 아니라, 파티플레이와 전투 등의 웹게임에도 조금씩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85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춘추전국시대는 화사하고 정교한 그래픽으로 중국에서도 여성 유저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타 웹게임에 비해 여성 유저들의 참여가 많다.

◆젊은 부부들의 공통된 취미로 떠오르는 게임

웹게임은 그 특성상, 오래 접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독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서도 내 캐릭터와 영지가 바뀐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짬짬히 게임에 접속해서 변화를 살펴보는 재미도 웹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아내가 게임만 즐기면 남편이 서운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오히려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찾을 수 있다. 일부 남편들은 게임을 통해 오히려 아내에게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오락실과 PC방과 친하게 지냈다는 점에서 서툰 아내 대신, 남편이 도맡아 게임을 하기도 한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유 모 씨(38세)는 "아내가 다니는 병원에 여직원이 많은데 최근 웹게임 열풍이 불어왔다. 직원들 사이에게 경쟁력으로 레벨업을 올리다 보니, 오히려 아내 대신에 내가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내의 직업은 대학병원 의사로 당직이 매우 잦은 편이어서 유 모 씨는 아내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바쁜 아내가 웹게임에 대신 접속해서 다른 간호사들보다 더 성장시켜달라는 부탁에 남편이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외조가 아닌 외조(?)를 하고 있다. 젊은 부부들간의 공통된 취미로 게임이 조금씩 떠오르게 된 것이다.

웹게임의 흥행으로 오프라임 모임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최근 오프라인 모임에선 게임 30대 남성과 여성 유저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웹게임 내 커뮤니티 집단인 '연맹', '길드'의 소속 인원 간의 지역별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중년층들은 가정에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오프라인 모임에서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춘추전국시대 연맹 오프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던 30대 중반 여성 유저는 "게임 상에서 채팅으로 친해진 사람들과 현실에서 만난다는 점이 매우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텐센트코리아 관계자는 "유저들끼리 힘을 모아 전쟁을 해야 하는 춘추전국시대의 특성상, 연맹에 대한 유저들의 애착심이 높고, 그러다 보니 연맹원끼리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며 "건전한 모임이 조성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모션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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