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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주인은-중]"양보못해"…통신vs방송 줄다리기


통신 "이미 주파수 포화"… 방송 "국민 권익 우선"

[강은성기자] 주파수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전환 이후 '유휴대역'이 되는 700㎒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700㎒ 주파수를 회수 재배치할 계획이다. 700㎒ 주파수 대역은 신호전파의 회절성이 강하고 신호 감쇠가 적어 효율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라디오나 TV 방송은 물론 이동통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황금주파수'다.

따라서 방송계와 이동통신업계는 각각 700㎒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해 저마다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통신업계는 디지털 트래픽 폭증으로 주파수 한계치가 당장 턱밑에 차 오른 상황에서 새로운 주파수를 발굴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전국민이 '통신대란'을 겪을 수 있다며 위기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방송계는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사기업인 통신사가 독점하도록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방송용 주파수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추가 주파수 없으면 '통신대란' 올 수도"

통신업계는 700㎒ 주파수가 현재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확산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인해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역대 유래가 없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현상을 겪고 있다.

일반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PC에서 하던 인터넷서비스를 그대로 즐길 수 있어 편리해졌지만 이같은 인터넷 서비스는 모두 이동통신망을 이용한다.

문제는 이동통신망은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의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PC에서 이용하는 인터넷은 유선인터넷이기 때문에 광케이블 매설 등 '설비'를 확충하면 그 용량을 계속 늘려나갈 수 있지만 무선인터넷은 전혀 다르다. 아무리 설비를 늘려도 주파수가 없다면 명백한 한계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이동통신은 음성통화에 주로 주파수를 활용해 왔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5천만명을 넘어섰지만 주파수 포화율은 위험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선 인터넷으로 하던 각종 데이터 서비스를 이동통신망을 통해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주파수 포화율은 급격히 높아졌다. 실제로 통신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이동통신 추가 주파수 소요량은 2015년까지 최소170㎒, 2020년에는 320㎒가 필요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통신3사가 이용하는 주파수 이용의 총량이 260㎒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 내 2배 이상의 주파수 폭이 필요하게 되는 셈이다.

통신분야의 전문가는 "현재 스마트폰을 서비스하는 3세대(3G) 통신은 2.1㎓ 주파수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대역은 이미 끝났다. 다 포화됐다는 얘기"라면서 "기술적 진보를 통해 LTE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 LTE를 사용할 추가대역을 발굴하지 않는다면 지금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라이프'는 바로 이 시점에서 멈춰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가들도 우리나라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현상을 겪고 있다. 따라서 추가대역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정부는 700㎒ 대역(698-806㎒) 108㎒폭에 대해 공공안전 및 상업용(이동전화 및 모바일방송) 등으로 주파수를 할당한 상황이다.

유럽 역시 800㎒ 대역(790-862㎒)에서 72㎒ 폭을 확보해 유럽공통의 이동통신 이용계획을 권고하고 국가별로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 인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국내 상황과 거의 동일한 대역의 700㎒ 주파수를 이동통신대역으로 활용하기 위한 주파수 채널배치 계획을 논의하는 중이다.

통신 전문가는 "주파수 용도를 결정할 때는 글로벌 이용 현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이용현황이 전체 단말기 및 장비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아태지역 국가들이 국내와 동일한 주파수를 이동통신 용도로 사용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여기서 배제되면 통신의 '섬'이 되어버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은 우리 대역과 꼭 같지는 않지만 유휴대역을 이동통신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주파수 재배치시 이같은 글로벌 현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파수 활용과 효용 따져야"

염용섭 경제학박사(SK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장)

"주파수를 재배치할 때는'▲주파수의 활용성: 주파수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는가 ▲주파수의 효용성: 주면 잘 쓸 수 있는가 ▲주파수의 시급성: 얼마나 꼭 필요한가'의 세가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염용섭 박사는 논의가 뜨거운 700㎒ 주파수를 재배치할 때 반드시 이 세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과 호주 등의 아태지역 국가들이 700㎒ 주파수를 이동통신 대역으로 할당하면서 '글로벌 에코'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주파수는 통신쪽으로 할당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또한 주파수 효율성 측면에서 700㎒ 주파수는 통신용도로 활용했을 경우 그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고 염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익성을 근거로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해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주파수 용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700MHz대역을 할당기간(10년)동안 방송용으로 사용할 경우 그 가치는 약 3조7천억이고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약 53조1천억원 상당"이라고 추산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2천만 가입자 시대를 맞아 통신부문의 주파수 포화가 심각한 만큼 '시급성' 측면에서도 통신쪽에 할당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염 박사는 강조했다.

◆방송계 "선택의 여지가 700㎒밖에 없어"

이같은 통신업계의 주장에 대해 방송쪽은 '공익성'을 들어 반론을 펴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최성진 교수는 최근 열린 방송기술협회 주최 주파수 정책토론회에서 "방통위는 주파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산업적인 논의를 확대하고 있으며 경매방식을 통해 산업논리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공재산인 주파수의 '공익성'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야 할 주파수가 주파수 경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특정 기업에 의해 독점되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통신시장에서 주파수를 활용할 경우 효율성은 극대화되겠지만 국민들의 편익이 증대될 수 있도록 시청료를 지불한 시청자들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방송서비스에 대한 고찰도 배재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주된 시각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도 "방송용인 주파수를 다른 통신용으로 쓰는 걸 검토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디지털전환이후 임시로 개통해 쓰던 채널에 확정채널을 부여하면 송수신안테나를 바꿔야 하는데 추정이지만 수백억원의 돈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파수 정책에 있어 정부가)지상파를 홀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한정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통신으로 쓰느냐, 방송으로 쓰느냐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 관계를 고려한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난시청 해소 후 700㎒ 할당해야"

조삼모 공학박사(SBS 기획실 정책팀)

"정부가 내놓은 700㎒ 정책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일 뿐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것입니다. 700㎒가 '유휴대역'이라고 하는데 정말 '남은 것'인지 일부러 '남긴 것'인지 의문입니다."

SBS 조삼모 박사는 정부가 2012년말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 후 난시청 지역이 없는지 확인 후 700㎒ 회수 및 활용방안을 내놓아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상파가 차세대(4G, UHD-Ultra High Definition) 방송 서비스에 700㎒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08년에 전파연구소 및 ETRI 등과 함께 작성한 디지털 TV 채널배치안을 주파수 회수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구결과일 뿐 우리나라 지형이나 현장에서 필요한 실제 수요를 고려치 않은 것입니다. 우선 전 국민이 디지털 방송을 다 볼 수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럴 수 없다면 난시청 해소에 700㎒가 쓰여져야 합니다."

조삼모 박사는 통신 주파수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지만, 방송 주파수는 인접 대역이 700㎒ 하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700㎒가 다른 용도로 할당되고 나면 향후 주파수가 부족하더라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700㎒를 통신용으로 모두 할당하고 나면 방송국들이 주파수 부족 현상을 겪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대역이 없습니다. 700㎒의 일부라도 '디지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차세대 방송을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10년 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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