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안 배우는 美 실리콘밸리 학생들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IT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일부 교육현장에서 컴퓨터를 추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이 학교에서는 초등학생이 구글 검색 기능을 모르고 있을 정도다.

대안교육을 주창하는 극히 일부 학교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교육에서 컴퓨터의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구글, 애플, 야후, HP, E베이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IT 기업 임원들 상당수는 컴퓨터가 없는 대안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가 22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컴퓨터를 쓰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라는 제목의 탐방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이들 학교는 교육도구로 하이테크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펜과 종이, 뜨개질바늘이나 진흙 같은 것을 사용한다. 컴퓨터나 스크린은 없다. 교실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집에서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의 다른 학교들 사이에 교실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붐이 일고 있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바보 같은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들 학교의 학부모와 교사들은 컴퓨터와 학교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컴퓨터가 창조적 사고, 운동, 인간관계, 집중력 등을 방해한다고 믿는다.

페닌슐러 발도르프 학교가 그곳이다. ‘발도르프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로 미국 전역에 약 16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도르프의 대안 교육은 이미 나온 지 100년이 지났지만, IT의 본거지인 실리콘밸리에서도 교육에서 컴퓨터의 역할에 대해 집중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구글 홍보팀에서 일하며 에릭 슈미트의 연설문을 작성해왔던 알렌 이글(50)은 발도르프 초등학교에 딸 앤디와 근처의 중학교에 아들 윌리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나는 기본적으로 중고등학교(grammar school)에서 기술(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아이패드 앱이 내 아이들로 하여금 더 많이 읽고 수학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다트머스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그는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쓴다. 그러나 그는 “5학년인 자신의 딸은 구글 사용하는 법을 모르고, 중학생인 아들은 이제야 겨우 배웠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8학년 시작할 때 제한적으로 IT 기기의 사용을 허가한다.

이 학교 학생의 4분의 3 정도는 부모가 대부분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교육관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알렌 이글은 그 이유에 대해 “내가 영화배급사인 미라맥스에서 일한다고 가정할 때 그리고 다양한 영화를 배급한다고 할 때, 난 17세 이상 등급 영화의 경우 아이들이 17세가 될 때까지는 보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기술을 사용할 때도 이처럼 때와 장소가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학교가 교실에 인터넷이 연결돼 있다고 자랑할 때도 이 발도르프 학교는 전통적인 교실 풍경을 강조하다. 칠판과 여러 가지 색깔의 분필, 백과사전이 꽂혀 있는 책꽂이, 나무 책상, 책과 연필이 얹어져 있는 나무 책상 등.

최근 화요일. 앤디 이글과 그녀의 5학년 친구는 뜨개질을 다시 배우고 있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푸는 능력과 어떤 패턴을 아는 힘, 수학에 관한 기초 지식, 협조 등을 배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 양말을 짜보는 게 목표다.

또 한 선생님은 3학년 학생들에게 곱셈을 가르치고 있었다. 선생님이 “4곱하기 5는? ”하고 물으면 아이들이 합창으로 “20”하는 식이다.

2학년에는 학생들이 원의 형태로 둘러서서 시를 낭독하며 언어를 익히고 있었다.

컴퓨터 엔지니어이기도 했던 앤디의 교사, 캐시 와히드는 배움을 재미있고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해에는 분수를 가르치기 위해 사과와 케익을 2조각, 4조각, 16조각으로 나누어 보게 했다.

케익을 반 아이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을 만큼 나누면서 나눗셈을 배우는 셈이다.

물론 이런 교육방법과 그 효과에 대해 찬반 논란도 있다.

미국 학교이사회협회(NSBA)의 임원인 앤 플린은 “컴퓨터는 필요하다”며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고 그럴 여력이 되면서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 아이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폴 토마스 퍼먼대학교 교육학과 부교수는 “가르치는 것은 인간의 경험”이라며 “기술은 비판적 사고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발도르프 학교의 학부형들은 “‘진정한 참여 교육(real engagement)’은 흥미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교사한테서 나온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생각은 어떨까.

뜻밖에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그다지 안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폰과 전자기기에 몰입해 있는 부모와 친척들 때문에 자신들이 좌절할 수도 있다고 말할 만큼 어른스러웠다. 11살짜리 오라드 칸카르는 최근 사촌 집에 방문했는데 사촌 5명이 게임기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칸카르는 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에게나 칸카르에게 도대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칸카르는 팔을 흔들며 “얘들아,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해야만 했다.

아버지가 구글에서 일한다는 10살짜리 핀 헤일리그는 컴퓨터보다 펜과 종이로 배우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펜과 종이를 사용할 경우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헤일리그는 “연필과 종이를 사용할 경우 1학년 때 글씨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되돌아보고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모든 글자가 똑같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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