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삼성전자가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4S에 대한 반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17일 일본과 호주에서도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고 나섰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직접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극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소송은 소송'이라는 삼성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품 거래선과 우호적 관계 유지도 중요하지만, '카피캣(모방꾼)'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타격을 준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규명하고 넘어가겠다는 얘기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제1거래선 고객(애플)에 대해 존중할 것은 하겠지만,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강경 대응 방침이 지속될 것임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7일 일본 도쿄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법원에 '아이폰4S가 삼성의 통신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이로써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된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일본과 호주까지 총 4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들 국가에 제기된 소송은 주로 통신표준에 관한 특허다. 호주에서는 WCDMA와 HSPA 등 통신표준에 관한 특허 3건으로, 일본에서는 HSPA 표준특허 1건, 휴대폰 사용자환경(UI)과 관련한 상용특허 3건으로 제소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에서는 아이폰4S 외에도 아이폰4와 아이패드2에 대한 제소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제소한 특허 대상 중에는 기능 특허가 있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기능 특허 중에는 ▲비행모드 아이콘 표시나 ▲사용자 중심의 홈 스크린 공간 활용에 대한 특허, 그리고 ▲앱스토어를 카테고리별 트리 구조로 표시하는 것에 대한 특허 등이 있다.
애플이 법정에서 입증하기 어려운 디자인 특허로 싸움을 걸었다면, 이에 대항하는 삼성전자는 통신 특허와 기능 특허로 맞서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능 특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특허 자산에 대한 자신감도 엿볼 수 있다.
또한 가처분 소송에서 판매금지 조치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통신 특허나 기능 특허 자산의 고유성을 인정받을 경우 특허 침해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지게 될 본안 소송이나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소송 의사를 밝히면서 "애플은 우리의 핵심 사업 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자산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이날 호주 법원에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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