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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죽지 않고 '진화' 할까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태블릿과 노트북 사이에서 입지를 위협받고 있는 ‘넷북’이 사라지기 보다는 ‘진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인텔·구글 등 주요 IT 업체들이 저사양·저가 노트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휴대성이 크게 개선된 새로운 넷북용 프로세서를 출시할 예정이며, 태블릿과 넷북의 장점을 결합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기기들이 나오도록 업계와 협력하고 있다.

구글은 웹서핑에 최적화된 ‘크롬OS’를 탑재한 노트북을 공개함으로써 넷북같은 저사양 노트북이 ‘클라우드 기기’라는 새로운 범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넷북 사라진다는 건 섣부른 전망”

업계 일부에서는 넷북은 성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 태블릿의 등장 등의 이유로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로 국내 PC 시장에서도 넷북의 침체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IDC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국내 넷북 판매량은 8만4천960여대로 전년동기 대비 51% 감소했으며 전분기보다도 33% 줄어들어 큰폭의 역성장을 보였다.

전세계 대부분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 탑재되는 모바일 프로세서 업체인 ARM의 튜더 브라운 사장은 최근 “태블릿의 등장으로 넷북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넷북이 사라진다는 전망은 섣부르다는 견해도 있다. IDC는 “향후 태블릿과 넷북이 일정 부분 경쟁 구도를 형성하겠지만,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다수의 기기를 조합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넷북 시장과 태블릿 시장이 공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블릿 장점 수용· 클라우드 용도 등으로 거듭나

업계도 넷북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며 새로운 넷북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넷북’이란 용어를 만든 인텔이 이를 주도한다.

인텔은 ‘넷북 앤 태블릿 그룹’이라는 사업부를 지난달 신설하고 진화된 모바일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인텔은 ‘카누레이크’라는 듀얼코어 아톰 기반의 새로운 넷북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카누레이크가 탑재된 넷북은 현재의 넷북보다 절반 수준인 1.4cm 두께를 갖춘다는 설명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얇은 넷북을 구현하기 위해 전력소모를 더 적고 두께도 더 얇은 플랫폼인 카누레이크를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에 상용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또 올해부터 넷북과 태블릿의 장점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기기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아톰’ 영역을 이 분야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넷북 앤 태블릿 그룹은 PC 업체들과 협력하고 다양한 제품형태를 공동 연구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회의(IDF)에서 아톰이 탑재된 델의 하이브리드 제품 ‘인스피런 듀오’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제품은 태블릿과 넷북이 결합된 형태다.

구글도 ‘크롬OS’가 탑재된 에이서의 노트북 ‘Cr-48’를 공개했다. 크롬OS는 애플리케이션을 OS에 잔뜩 설치하는 ‘윈도’와는 달리 웹서핑 및 웹오피스·웹 메일같은 웹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가벼운 제품이다.

작업용으론 사양이 부족한 넷북도 크롬OS를 기반으로 웹에 설치된 고사양 애플리케이션을 이용에 적합한 클라우드용 기기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 크롬OS가 설치된 삼성전자와 에이서의 노트북이 넷북수준의 가격에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관계자는 “넷북은 입력편의성이라는 장점때문에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넷북은 태블릿의 휴대성을, 태블릿은 넷북의 입력편의성 등의 장점을 서로 수용해가며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만원대 ‘통큰넷북’ 사도 될까?

최근 20만원대 ‘가격파괴’ 넷북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싸다고 덜컥 사버려도 될까?

업계에서는 20만원대 넷북들은 구매를 결정하기 전 사양 및 내장 소프트웨어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29만9천원에 넷북을 출시한 에이서에 이어 모뉴엘이 지난달 15일 29만8천원에 넷북을 출시해 화제다. ‘통큰치킨’의 롯데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해 ‘통큰넷북’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제품들은 얼핏보면 인텔 아톰칩을 탑재한 40만~80만원 사이의 여느 넷북들과 큰 차이 없지만 주의할 점들이 있다.

사양 및 OS 등 주의 필요

앞서 출시된 29만9천원의 에이서 넷북 ‘D255’는 인텔의 ‘아톰N450’ 프로세서 기반의 ‘파인트레일 M 플랫폼 기반이다. 전세대 아톰 플랫폼에 비해 그래픽 성능 및 전력 효율이 개선됐음에도 가격은 더 저렴하다.

6셀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1.25kg 무게와 1인치 이하의 두께로 휴대성도 좋은 편이다. 250GB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탑재돼 넷북치고 저장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윈도 OS가 빠졌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넷북에 일반적으로 탑재되는 윈도7 스타터의 경우 5만원 가량인데, D255는 이를 탑재하는 대신 리눅스를 채용해 원가를 줄였다.

타이핑과 간단한 웹서핑용으로는 성능상 문제가 없다. 워드 작업 및 음악 재생 등 기본적 프로그램들은 내장돼 있고 사용자 환경(UI)도 익숙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간단한 작업용으로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편이다.

하지만 윈도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이나 전자 상거래 등 작업에 한계가 많음을 감안해야 한다.

29만8천원의 모뉴엘 ‘N01D’는 윈도7 OS를 내장하고도 D255보다 저렴하다. 10인치 화면과 1GB메모리를 장착한 것은 D255와 동일하다. 무게도 1.1kg으로 가볍다.

하지만 N01D는 사양이 낮고 전력 소모량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제품에 사용된 프로세서 ‘아톰 D410’은 클럭스피드는 에이서의 D255에 사용된 ‘아톰 N450’과 비슷하지만 전력 소모량이 14W로 두배가량 높다. 배터리가 빨리 소진된다는 얘기다. 하드디스크 용량도 160GB로 D255보다 떨어진다.

두 업체의 시도로 넷북 시장에 가격 파괴 바람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과 고성능 노트북 사이에서 입지가 애매한 넷북이 살아남을 길은 ‘가격경쟁력’”이라며 “가격 거품 뿐 아니라 기능과 성능도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현주 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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