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선 없앤 '깔끔한' 평판TV 확산

흔히 '비디오'라 불리는 비디오테이프레코더들이 한창 팔리던 시기, 비디오와 TV를 연결하는 선들을 제대로 꽂지 못하면 속칭 '기계맹'이란 소릴 들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여전히 각종 외부기기 입력단자(HDMI, USB, 컴포넌트, RGB, 안테나케이블)를 탑재한 TV들이 주류지만, 이들을 없앤 무선연결 TV 출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각종 입력단자를 미디어박스에 탑재해 TV와 무선으로 연결해 활용할 수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출시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이 제품은 압축하지 않은 초고화질(풀HD) 영상을 무선으로 TV와 주고받을 수 있게 한 첫 디지털 TV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평판TV, 무선기능 경쟁 본격화

TV에 전원선 하나만 연결해 벽에 걸 수 있다면 깔끔하고 현대적인 거실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다. 반면 홈씨어터, DVD플레이어,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콘솔게임기들을 일일이 유선으로 TV에 연결하게 되면 깔끔한 인테리어는 포기해야만 한다.

TV 업체들은 무선 TV의 중간단계로 미디어박스같은 중간 매개체를 활용한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소니가 TV와 미디어리시버를 무선으로 분리한 다음, 각종 기기들의 풀HD 영상을 선 없이 TV로 보내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802.11a 무선랜 기술을 적용, 무선홈AV센터와 TV를 선 없이 연결해 쓸 수 있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엔 고화질급(HD)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소니는 이를 풀HD급으로 개선했다는 게 다르다. 이번에 LG전자는 풀HD 영상을 압축하지 않고도 무선으로 주고받도록 함으로써, 화질을 원본 영상에 좀 더 가깝게 구현했다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최신 TV 시리즈에 홈네트워크 표준(DLNA)을 이용한 무선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중간매개체 없이 PC에 담긴 콘텐츠를 곧바로 무선으로 가져와, 대형 TV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물론 일본 샤프, 파나소닉, 도시바, 미쯔비시 등이 무선연결 기술을 탑재한 TV 개발 및 출시에 본격 나서고 있다.

◆'불완전한 무선TV'…문제는 국제표준

무선 TV 기술은 한 단계씩 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불완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무선 TV를 구현하기 위한 중간매개체가 있는 경우 캠코더 등 각종 기기를 TV가 아닌 중간매개체에 연결해 쓸 수 있다. 거실 소파에서 가까운 위치에 매개체를 두고 여타 주변기기들을 활용하는 대신, 대형 TV는 연결선 없이 깔끔하게 거실 중앙에 배치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중간매개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무선 TV로 보긴 어렵다.

삼성전자가 선보이고 있는 DLNA 방식 무선 TV는 노트북 등 일부 제품만 무선으로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게 한계다. 파나소닉 등이 선보인 무선연결 TV 시스템 역시 자사 디지털기기들 하고만 호환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TV와 각종 디지털기기들을 제한 없이 무선으로 연결해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리려면 관련 국제규격이 완성돼야 한다. 디지털기기 제조사들이 이 규격을 표준으로 인정해, 자사 제품들에 탑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직까지 디지털기기 제조사들은 무선HDMI, 무선USB, 무선랜, 블루투스 등 기기별로 적합한 무선통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풀HD 영상을 기기마다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높은 대역폭의 통신기술을 선택하고, 관련 보조기술들을 일체화하는 일이 완전한 무선 TV를 위한 과제로 남아있다.

라이너 해커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 회장은 최근 "올해 하반기 'IFA 2009' 전시회에서 무선 HDMI 기술을 활용해, 풀HD 영상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 HD 표준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규격을 채용한 TV와 관련 기기들도 대거 선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단 디지털기기 제조사 간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무선 HDMI를 적용한 규격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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