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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 고객잡기 '발등의 불'


업계 1~2위도 위기…한국에 기회 오나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 '고객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규모 생산설비와 공정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팹리스)들의 제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사업. 고객사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 분야로, 지금까지 업계 1~2위의 대만 TSMC와 UMC가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따른 수혜를 누려왔다. 세계 반도체 업계가 설계와 제조로 분화되면서, 선두권 파운드리 기업들의 성장성이 부각돼온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반도체 분야 중 경기침체 영향권에서 가장 먼 것으로 여겨졌던 파운드리 산업도 최근 매출 및 수익성 급감으로 위기에 빠지는 모습이다. TSMC와 UMC 역시 매출 급감과 적자 가시화로 고객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 이런 가운데 국내 파운드리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TSMC-인텔 및 삼성-자일링스 계약 관심집중

15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이달 초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과 파운드리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TSMC가 넷북 및 모바일기기에 쓰이는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생산해주며 협력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달엔 국내 삼성전자가 재설정 가능 반도체(FPGA) 1위 기업 자일링스와 파운드리 계약을 처음 맺으면서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FPGA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자일링스는 그동안 UMC와 협력해왔다. 이번에도 새 반도체 칩에 대해 UMC와도 협력을 지속키로 했지만, 파운드리에서 잠재력이 높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파트너가 됐다는 데에서 주목을 끈다.

자일링스의 최대 경쟁사인 알테라는 TSMC와 협력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와 FPGA 업계 간 고객의 이동이 점쳐진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

◆파운드리도 경기침체 '회오리' 속으로

최근 파운드리 업계 고객사의 대규모 재편으로 파운드리 업계의 위기 및 구조재편, 반도체 설계-제조 분화 가속화 등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TSMC는 올해 1분기 20년만에 적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올해 1~2월 매출은 253억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나 급감했다.

회사 측은 최근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높여 제시했으나, 여전히 -2~0%의 영업이익률을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6%나 감소한 UMC는 이미 4분기 12억대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UMC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79%에서 4분기 48%로 뚝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 IBS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은 TSMC가 42.9%로 1위, UMC가 15.0%로 2위, 중국 SMIC가 7.2%로 3위, 싱가포르 차터드세미컨덕터가 6.3%로 4위를 기록했다. 미국 IBM을 비롯해 국내 동부하이텍, 삼성전자, 매그나칩반도체 등은 1~2%대 점유율로 뒤를 잇고 있는 상태.

자금력이 있는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전용라인을 비롯해 기존 메모리반도체용 대규모 설비를 파운드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04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퀄컴, 자일링스 등 굵직한 팹리스 고객사를 확보하는 한편, 20~30나노미터의 초미세 공정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은 최근 "파운드리를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팹리스 지분투자 등 적극성 필요

국내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대만이 미국, 일본 등과 견줄만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정부 지원과 함께 대규모 파운드리 설비 및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위기를 기회 삼아 파운드리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TSMC와 UMC가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지분투자를 통한 중소 팹리스 기업 육성 및 고객 다각화에 더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인텔과 TSMC 간 파운드리 협력을 기점으로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전문화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선두권의 미국 텍사스인스투르먼츠(TI)가 팹리스로 변신에 나서고 있는 것을 비롯해, 인텔의 경쟁사인 미국 AMD 역시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시키며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텔 및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을 제외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설계 집중현상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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