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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준비생 쥐어짜는 사립학교


"응시료 내라니"…구직자 두 번 울리는 '사립교사 임용전형료'

올해 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수학 과목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인 M모씨는 정규직 교사가 되기 위해 매일 서울소재 사립학교 채용공고를 살피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에 채용 공고가 나와도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

벌써 전형료만 십여만원을 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로 취업난이 내년엔 더욱 어려워진다는 보도에 별수 없이 M씨는 큰 용기를 내서 서울에 있는 D여자고등학교와 H고등학교에 원서를 접수했고 두 학교에 모두 전형료 3만원을 또 다시 냈다.

원서접수 마감 날 M씨가 직접 서류를 접수해야 해서 학교를 방문했더니 수학교사 1명 채용에 각각 200명, 160명이 몰렸다.

전형료를 받는 여직원은 그에게 "마감 날은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여직원은 그러면서 돈 뭉치를 묶고 있었는데, 100만원 짜리 돈다발이 족히 20개는 넘어 보였다.

이달 들어 사립학교에서 정규직 및 기간제 교사를 뽑는 학교는 10여 곳이 넘는다. 대부분이 전형료 2만∼3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더욱이 비슷한 학교들은 아예 전형 날짜도 같다. 하지만 서류전형이 혹시 통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쌈짓돈을 내놔야 하는 실정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우리 회사에 지원해줘서 고맙다'며 오히려 식대와 교통비 등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응시생에 지불하는 문화와는 대조적이다.

◆'교사는 취업 사각지대?'…전형료, 예비교사 취업부담 가중시켜

"전형료 3만원과 시험을 보기 위한 차비, 점심값, 시간 등이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라면 속물일 것입니다. 하지만 접수자 인원을 보는 순간 그 압박감은… 정말 교사되려고 하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간다는 느낌이… 4~5년 전만 해도 이렇게 심하진 않았는데 싶습니다."

인터넷 까페를 훑어보면, 높은 경쟁률과 더불어 사립 중·고등학교 전형료에 대한 예비 교사 및 기간제 교사들의 민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이디 'prima donna'씨는 "교사 채용 공고 글은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전형료가 부담이 돼서 답답한 마음에 교과부와 서울시 교육청에 민원 글을 올렸다"라며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수험생과 기간제 선생님들의 마음을 대신해서 작은 발버둥을 쳐 본다"고 하소연했다.

아이디 '배고파'씨는 "망해도 싼 학교 널렸다. 작년에 사립 지원비만 27만원 냈는데 그 중 기존 기간제가 정교사 경우보다 절반 이상이었다. 사실 돈을 받거나 안 받거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이디 '두부'씨는 "채용 공고를 보면 어딜 봐도 전형료 언급은 없는데, 3만원의 전형료를 내는 것은 당연한 조항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갈수록 늘고 있는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 인턴제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사실상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교사들의 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채용 공정성 위해 비용발생은 불가피…예비교사 부담가중은 문제

현재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는 교사 임용 시 전형료 2만~3만원을 받아 응시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사립학교에서 전형료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 이후 2007년 공채부터다.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립학교 임용 비리를 근절하고 채용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다 보니 사립학교는 임용 시험 문제 출제와 면접 등에서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해결해야 했고,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기 때문에 전형료를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예비 교사들만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올해 서울지역만 해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사립학교들 대부분이 전형료를 받고 있었다.

서울소재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 또는 자문교수진에게 문제 출제와 면접을 맡기다 보니 상당한 비용이 들고 이를 학교 재정으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지원도 없고 해서 다른 학교들과 협의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형료를 받고 있지만 학교 재정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간 전형료 수입이 얼마인지, 채용 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렸다.

◆"기업에서 면접 보면 돈을 받는데…비정규직 교사에게 돈을 내라니"

특히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 사실상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기간제 교사에게도 전형료를 받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했다.

한 기간제 교사 모임 까페에서 아이디 '야후33'씨는 "일반기업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학교라는 곳이 정말 기가 막힌다. 어디 신입사원 모집에 전형료 받는다는 곳이 있는지. 정교사도 아닌 비정규직 교사 뽑는데 이따위라니…"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디 '두부'씨는 "교육청에서 한 높으신 분이 와서 묻기에 '기간제는 전형료가 대부분 없지만 편법으로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언젠가 후배들에게는 전형료가 없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연희 전국교직원조합 사립위원장은 이와 관련, 공정한 사립교사 채용을 위해 비용이 드는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부담을 응시자들에게만 지우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전형료 민원을 받고 교육청과 얘기해봤는데 응시생들에게 일정한 전형료를 내게 하는 것은 권장사항은 아니지만, 예산 지원이 안 되는 이상 어쩔 수없는 점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형료를 못 받게 했을 경우 사립학교들이 신규채용을 엉터리로 할 수 있고, 부실한 채용은 뒷거래를 낳을 수 있다"면서도 "교육청에서 사립학교에 예산을 지원해 주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법인이 필요한 인재를 뽑기 위해 예산을 책정해서 공정한 과정을 밟는 것이 좋다"고 개선점을 제시했다.

한편 조 위원장은 사립학교들이 기간제 교사에게도 전형료를 받는다는 기자의 설명에 처음 듣는 얘기라며 크게 흥분했다.

그는 "기간제 교사에게도 그렇다면 부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정규직과 같은 코스를 밟는 학교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제로 제가 알고 있기에는 그런 과정 거치는 학교 많지 않고 서류, 면접, 시강을 다 하는 학교도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심각한 것은 기간제 채용이 대부분 불법이라는 점"이라며 "(사립학교에서는)일반교직원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기간제를 넣는 경우가 많다"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교육청·교과부 "문제점은 인정하지만"…떠넘기기 '급급'

이에 대해 해당 부처인 서울시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는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공립학교 교사 채용 시에도 전형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사립학교의 전형료는 불가피하다고 하면서도, 사립교사 채용 전형료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서는 교과부의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립의 경우 전형료로 2만원을 받는데 공립교사 한명을 뽑는데 드는 비용은 15만원이다"며 "사립에서는 돈이 더 들어가면 들어갔지 덜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립의 경우 공채 날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임용고시에 붙어놓고도 안 오는 사람들도 있는 등 고충이 많은 만큼 응시자들에게 일정한 부담을 지워 경쟁률 거품을 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업에서 면접비를 받는데 교사 임용시험에는 돈을 왜 내야 하는지 불만을 갖는 것은 문제"라며 "면접비를 받고 싶다면 교사를 하지 말고 기업에 원서를 내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부 교사 응시자들의 전형료 부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집권당이 바뀐 뒤 규제를 완화해준다고 했는데 최근 교과부로 정부부처가 통합된 뒤 지금 해당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며 "전형료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교과부에서 먼저 움직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간제 문제에 있어서는 "1년 간 한시적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 계약기간 동안에는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고 면접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교조 측의 문제제기를 부인했다.

반면, 교과부 측은 전형료와 관련한 법 개정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또 이 문제는 사립과 공립의 채용 기간을 동일한 날짜로 하든지, 아니면 면접 시에만 전형료를 받도록 하면 부작용이 완화될 수 있다며 오히려 서울시 교육청과 사립학교 측이 움직여 줄 것을 요구했다.

교과부의 한 실무 담당자는 "사립학교는 임용권이 사립학교에 있고 이에 대한 관리는 해당 교육청에 있기 때문에 교과부는 실태 파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또 사립학교 교직원 임용 관련 예산을 정부가 책정하는 것은 사안이 큰 내용이라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시도 단위로 사립과 공립의 채용을 같은 날짜로 하면 공립학교 시험문제를 사립에서도 함께 출제할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는데, 사립교단이 싫어할 것"이라면서 차선책으로 "사립학교에서 면접 시 전형료를 내게 한다면 부작용은 좀 줄어들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기간제의 경우 "기간제 교원을 뽑을 때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정규직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임시교원을 뽑는 것이 있고, 또 다른 경우는 인턴 방식으로 검증절차를 거쳐 채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민원을 한 건 받은 바 있긴 하지만 대부분 기간제 채용 시에는 전형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기간제 전형료 등에 대해서는 실태 파악 후 필요하다면 대책을 마련해 볼 수는 있을 듯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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