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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마패 버렸나…쌀 직불금 파문으로 '오점'


"뒤늦은 감사 발표… 청와대 보고됐나" 의문투성이

야권의 한 관계자는 16일 "감사원 발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안한 것보다 못한 일이 돼 버렸다"면서 "감사보고서 내용이나 자료 공개 과정을 짚어보면 이상한 점 투성"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당초 15일로 예정돼 있던 발표일을 하루 앞당겨 14일 부랴부랴 발표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쌀 직불금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한 시기는 지난해 7월로 감사 결과를 당시 농림부에만 통보한 것은 은폐 의혹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통상 대부분의 감사 결과 내용을 공개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는 것.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일일이 불법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며 "부재지주들이 임차농들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오히려 임차농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14일 오전까지만 해도 "개인 신상을 노출할 우려가 있다"며 자료 공개를 꺼렸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으로 보면 개인정보를 전혀 알 수 없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감사원은 당초부터 구체적 명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당수령자가 워낙 많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보고서에 서울과 과천 지역 공무원 520명, 서울 강남 거주자 65명 등 일부 관심항목에 대해서는 부당수령자를 직업 지역별로 조사한 내용을 명시했다.

특히 감사원은 보고서에 부당수령자의 직업을 회사원 공무원 금융계 등 8개로 모호하게 분류했다. 하지만 감사원에 원자료를 제출한 공무원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은 직업구분을 이와 달리 소득에 따라 '00부처 0급', '00전자 직원' 등 직급별, 회사별로 세분화해 놓았다.

따라서 감사원이 일부 부당수령자를 은폐하기 위해 데이터를 일부러 가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원데이터는 보고서 작성 후 모두 파기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논란의 초점인 고위공직자 명단을 감추려다 보니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감사 결과가 결재라인을 통해 당시 감사원장에게 보고된 후 청와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도 "군사기밀도 아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결국 이번 감사 결과를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권의 잇단 요구에 의해 마지못해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보고서 공개를 놓고 내·외부에서 막판 조율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15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쌀 직불금은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만들어지고 3년째 시행되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 부당 운용됐다는 내용이 2007년 7월 청와대에 보고됐다"면서 "그러나 감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대비책을 세우지도 않아 지금에 오게 됐다"고 감사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감사원이 당시 정권의 눈치를 보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음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윗선 코드 맞추기' 감사라는 분석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정권의 눈치나 보면서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면서 "독립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욱기자 ky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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